영화는 문이 ‘철컥’하고 잠기며 시작된다. 칠흑 같은 어둠이 스크린을 덮자 어디선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림 스님이다. 그는 문이 닫히던 순간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나갈 수 없다”라고 회상한다. 보통 ‘갇힘’을 떠올리면 타인에 의한 구속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영화에 나오는 아홉 스님은 스스로 ‘갇힘’을 자처했다. 천막결사를 진행하는 건데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일만큼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아홉 스님' 포스터(사진=라임) 천막결사에는 7가지 조항이 있다.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하루 이틀이면 모르겠는데 그들은 장장 90일 동안, 그것도 난방이 되지 않는 냉골에서 천막결사를 진행한다. 혹자는 그들을 향해 어리석은 짓이라며 비아냥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리라는 그들의 결연한 의지는 어떤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홉 스님'은 많은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준비했겠지만 시작부터 천막결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극악의 상황을 경험하는 건 청춘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들은 이미 나이가 지긋하게 먹은 스님들이었기 때문이다. 혹한의 겨울에 바람도, 햇빛도 없는 곳에 있다 보니 침낭이 얼기도 했다. 비가 오면 비가 내리는 대로 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다 보니 다들 적게는 10kg에서 20kg까지 빠졌다. 급기야 한 스님이 쓰러지는 사단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다시 참선의 자리로 돌아오긴 했지만 천막결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단번에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필자는 아홉 스님들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이 그들이 나아가는 길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난제들을 밟고 한 단계씩 참선에 이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먹지 못 하고 씻지 못 해 몸은 비쩍 마르고 비루해졌지만 눈빛만은 갈수록 맑아지고 선명해지는 것을 보며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90일, 한해의 4분의 1을 천막에서 보냈다. 계절은 혹한의 겨울을 지나 땅이 녹는 봄이 되었다. 그들도 봄이 옴과 동시에 불교 사상 가장 극한의 천막 동안거를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이 ‘철컥’하며 다시 열렸다. 90일 만에 만나는 햇빛이 그들을 힘껏 안아줬다. 그들은 그날의 햇빛을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한다. 현대인들은 더 갖는 것, 채우는 것만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비우는 것, 버리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아홉 스님들도 있다. 현대인들은 빈 공간을 물질로 채우려 하고 아홉 스님들은 진리로 채우려 했다. 아홉 스님들의 비움의 철학과 정진을 위한 순수한 열망은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수행에 정진하는 아홉 스님들(사진=라임)

[영화◀◀되감기] '아홉 스님'이 천막 밖으로 전한 희망의 메시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한 아홉 스님들

남유진 기자 승인 2020.06.04 14:38 의견 0

영화는 문이 ‘철컥’하고 잠기며 시작된다. 칠흑 같은 어둠이 스크린을 덮자 어디선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림 스님이다. 그는 문이 닫히던 순간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나갈 수 없다”라고 회상한다.

보통 ‘갇힘’을 떠올리면 타인에 의한 구속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영화에 나오는 아홉 스님은 스스로 ‘갇힘’을 자처했다. 천막결사를 진행하는 건데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일만큼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아홉 스님' 포스터(사진=라임)


천막결사에는 7가지 조항이 있다.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하루 이틀이면 모르겠는데 그들은 장장 90일 동안, 그것도 난방이 되지 않는 냉골에서 천막결사를 진행한다. 혹자는 그들을 향해 어리석은 짓이라며 비아냥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리라는 그들의 결연한 의지는 어떤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홉 스님'은 많은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준비했겠지만 시작부터 천막결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극악의 상황을 경험하는 건 청춘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들은 이미 나이가 지긋하게 먹은 스님들이었기 때문이다.

혹한의 겨울에 바람도, 햇빛도 없는 곳에 있다 보니 침낭이 얼기도 했다. 비가 오면 비가 내리는 대로 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다 보니 다들 적게는 10kg에서 20kg까지 빠졌다. 급기야 한 스님이 쓰러지는 사단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다시 참선의 자리로 돌아오긴 했지만 천막결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단번에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필자는 아홉 스님들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이 그들이 나아가는 길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난제들을 밟고 한 단계씩 참선에 이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먹지 못 하고 씻지 못 해 몸은 비쩍 마르고 비루해졌지만 눈빛만은 갈수록 맑아지고 선명해지는 것을 보며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90일, 한해의 4분의 1을 천막에서 보냈다. 계절은 혹한의 겨울을 지나 땅이 녹는 봄이 되었다. 그들도 봄이 옴과 동시에 불교 사상 가장 극한의 천막 동안거를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이 ‘철컥’하며 다시 열렸다. 90일 만에 만나는 햇빛이 그들을 힘껏 안아줬다. 그들은 그날의 햇빛을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한다.

현대인들은 더 갖는 것, 채우는 것만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비우는 것, 버리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아홉 스님들도 있다. 현대인들은 빈 공간을 물질로 채우려 하고 아홉 스님들은 진리로 채우려 했다. 아홉 스님들의 비움의 철학과 정진을 위한 순수한 열망은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수행에 정진하는 아홉 스님들(사진=라임)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