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신상 드라마들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고 있다.
무려 9편이다. 긴 황금연휴가 끝난 후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각 방송사들이 선보인 드라마가 9편에 이른다. 로맨스부터 범죄물까지 장르가 다양한 가운데 새 드라마들의 강단점을 분석해봤다.
■ 시청률 상승세 탄 ‘마녀의 법정’
정려원, 윤현민 주연의 KBS2 ‘마녀의 법정’은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는 법정 추리 수사물이다. SBS ‘사랑의 온도’ MBC ‘20세기 소년소녀’ 두 로맨스 드라마 사이를 잘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17일 방송분은 ‘사랑의 온도’가 결방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12.3%)를 찍는 행운도 얻었다. 여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 사이다를 날리는 여주인공의 설정이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다만 주조연 배우 연기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 드라마를 뻔하게 만드는 출생의 비밀이 아쉬움을 남김다.
■ 가을엔 로맨스 ‘20세기 소년소녀’
오랜만에 MBC가 선보이는 로맨스 드라마인 ‘20세기 소년소녀’는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35세 여자 '봉고파 3인방'이 서툰 사랑과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절친 정려원과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지만 수치적으로 한예슬의 패배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선혜 작가가 글을 집필을 해서 그런지 ‘응답하라’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도 많다. 그럼에도 ‘20세기 소년소녀’는 향수를 자극하고 리얼한 캐릭터가 공감을 불러온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최고의 사랑’ 등 로맨스 드라마를 꾸준히 맡아온 이동윤 PD의 섬세한 연출이 자극없는 스토리와 잘 맞아 떨어진다.
■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간대를 옮겨 지상파 드라마와 맞대결을 시작한 tvN ‘이번 생은 처음이아’는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정소민)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가 한 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로맨스다. 연애와 결혼, 월세전쟁 등 일상 속 공감할만한 소재가 충분하고 정소민과 이민기를 비롯해 다른 커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성스캔들 이후 복귀한 이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은 여전하고 초반 설정이 클리셰라고만 치부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 영화 같은 전개 ‘매드독’
10월에만 신작 드라마 3편을 선보인 KBS가 확실히 바뀌었다. 황금 시간대에 장르물을 장착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매드독’이다. ‘매드독’은 보험 범죄 조사팀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첫 회부터 발 빠른 전개와 유지태, 우도환 등 주조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5%대 높지 않은 시청률임에도 전작인 ‘맨홀’이 1%대 시청률로 기대를 낮춰놓은 것도 운이라면 운이다. 하지만 성상품화 시킨듯한 류화영의 노출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거센 여풍(女風) ‘부암동 복수자들’
40대에 아이까지 가진 여배우들이 황금 시간대 드라마 주인공을 꿰찰 확률은 얼마나 될까. 라미란, 이요원, 명세빈이 tvN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거센 여풍을 보여준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재벌가의 딸, 재래시장 생선장수, 그리고 대학교수 부인까지 살면서 전혀 부딪힐 일 없는 이들이 계층을 넘어 가성비 좋은 복수를 펼치는 현실 응징극으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보장된 원작에 워맨스 열풍이 거세진 가운데 ‘부암동 복수자들’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 예상치 못했던 반전 ‘고백부부’
금토드라마는 워낙 케이블 채널의 강세였다. KBS가 ‘최고의 한방’으로 그 자리를 노렸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고백부부’는 기대감이 빠졌던 그 자리에 의외의 반전을 선사했다.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 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으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지만 19금 설정을 15세 등급으로 바꾸고 각색에도 공을 들였다. 설정이나 스토리는 그간 봐왔던 타임슬립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백부부’는 묘하게 끌어당기는힘이 있다.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고 공감까지 불러일으킨다. 특히 장나라는 아줌마의 능청스러움부터 엄마를 향한 그리움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예능드라마로서의 한계는 있지만 ‘생각보다 재밌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 헬조선를 조명하다 ‘변혁의 사랑’
최시원의 군제대 후 첫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tvN ‘변혁의 사랑’은 백수로 신분 하락한 생활력 제로의 재벌 3세 변혁(최시원)과 고학력 고스펙의 생계형 프리터족 백준(강소라), 그리고 금수저를 꿈꾸는 엘리트 제훈(공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놉시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재벌가에 캔디형 여주인공까지 흔한 설정으로 무장했다. 이런 캐릭터에 흙수저, 헬조선 등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추가해 ‘변혁의 사랑’만의 무기로 만들어냈다. 간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최시원은 철부지 재벌 3세로 분해 극강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딱 맞는 옷을 입었다.
■ 독특한 또 하나의 장르물 ‘블랙’
장르물의 명가 OCN이 이번엔 죽음과 저승사자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으로 돌아왔다. 저승사자 블랙(송승헌)과 죽음을 볼 수 있는 인간 하람(고아라)이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로 ‘신의 선물-14일’ 최란 작가, ‘보이스’ 김홍선 PD가 손을 잡아 완성도 높은 장르물이 탄생했다. 특히 송승헌이 맡은 저승사자 캐릭터는 ‘도깨비’ 공유와 완벽히 차별화 됐고 그간의 이미지를 반전 시키는 코믹 연기가 더해져 새로운 면모를 볼수 있었다. 다만 코믹과 스릴러가 충돌하면서 오는 산만함과 쏟아진 떡밥들이 혼란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 여행 욕구 불러일으키는 ‘더 패키지’
각기 다른 이유로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소통의 여정을 그려낸 ‘더 패키지’는 이미 2달간 프랑스에서 사전제작으로 진행돼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다. 다양한 사연들이 오고가면서 로맨스에 미스터리 요소까지 더해졌다. 화려한 영상미로 여행 욕구를 자극시키기도 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설정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화제성도 낮고 시청률도 1%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산만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