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유문화사)
[뷰어스=문서영 기자] 여기 뼈있는 독설이 있다.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는 지난해 2월 뉴요커를 통해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면서 “한국의 식자율(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이 98%에 달하고 출판사들은 매년 4만 권의 새 책을 내놓지만,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독설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연간 1억권 이상의 책을 찍어내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출판대국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책은 많이 찍어내는데 UN 조사결과 2015년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이다.
이 점에 주목한 이가 있다. 서민 교수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딱히 특별할 것 같지 않은 글감을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면서 ‘서민독서’를 펴냈다.
지하철, 카페, 길거리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서민 독서’는 이런 독서 인구 감소의 문제점부터 들여다본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바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 서민 교수의 논리다. 바보가 똑똑한 사람들을 뛰어넘어서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바보라 그 바보들 중에 지배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세상을 그린 B급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비단 비현실 세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다의 왕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장보고가 아닌 박명수라고 답하거나 안중근 의사 사진을 알아보지 못한 아이돌들의 일화는 물론이고 글의 내용을 엉뚱하게 파악해 생뚱맞은 댓글을 다는 일반인들의 인터넷 난독증까지,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들은 수시로 일어난다.
저자는 이렇게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해 각종 사회문제를 결부시키면서 특유의 유머로 진단하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독서의 필요성,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책 읽기의 효과’를 통한 유혹, 책을 언제, 어떻게, 어떤 걸 읽어야 하는지 등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 준다. 이 책은 지루하고 딱딱하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저자가 선정한 책의 좋은 점들을 늘어놓거나 여러 독서법을 소개한 일반적인 독서 책과 달리 저자만의 기발하고 유쾌한 접근으로 독자의 공감을 얻어 낸다.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