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자홍 역 차태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뷰어스=한유정 기자] 베일을 벗은 ‘신과 함께-죄와 벌’는 분명 약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계에서 첫 시도라는 점만으로도 박수를 쳐줄만 하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는 한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 재판을 무사히 거쳐야만 환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한다. 화재 사고 현장에서 죽은 자홍(차태현)이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를 만나 7개의 재판을 거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웹툰계의 대작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기대가 컸다. 긴 호흡의 웹툰은 2부작의 영화로 만들었고 제작비만 약 400억원이 들었다. 이렇게 CG가 중심이 되는 작품도 보기 드물다.
우선 가장 큰 우려를 낳았던 CG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거액의 제작비를 의심케 했던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이었다. 스크린에서 재현된 상상 속 저승은 리얼하고 생동감이 있다. 자홍이 사고를 당하는 오프닝부터 마치 롤러코스터에 탄 듯하다. 7개의 지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과함께'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진기한 변호사 캐릭터가 영화에선 사라져 웹툰 팬들을 실망을 안겼지만 약 2시간의 영화에 맞춰 캐릭터들이 구성됐고 역대급 캐스팅 군단이 ‘신과 함께’를 화려하게 채운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를 비롯해 이정재, 김동욱, 김해숙, 오달수, 임원희, 도경수, 이준혁, 김하늘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는 게 ‘신과 함께’의 장점 중 하나다. 그중 김동욱, 도경수, 이준혁은 ‘신과 함께’에서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김동욱은 2부에도 등장할 예정이라 기대감이 크다.
‘신과 함께’는 인간은 죽음 후 저승에서 각기 다른 지옥을 경험한다는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의 공감대와 몰입도를 만들기 위해 ‘가족’이라는 소재를 투입시켰다. 가장 쉽게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장치지만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홍이 7개의 재판을 거치는 동안 그의 과거를 되돌아보는데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소재를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열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루함을 선사하고 점층법식 감동은 오히려 막판부에 맥이 풀린다. 이미 감정이 차오른 상태인데 클라이맥스에서 울라고 채찍질을 하니 오히려 눈물이 쏙 들어간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보기 드문 시도를 하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또 상상 속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오는 놀라움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와 보편적인 정서를 느끼기엔 가장 적절한 영화기도 하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은 2편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오는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