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갈리고 있다. 빈부, 이데올로기, 지역, 세대로 갈려 온 이 사회는 최근 더 세분화되는 양상이다. 온라인상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돼 서로를 혐오하는 현상이 치열해지더니 오프라인에서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노키즈존'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 노키즈존을 두고 대중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선과 이용객들의 권리를 위한 선택이란 기로에서 노키즈존은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부모의 태도, 사업주의 영업방식, 더 나아가 사회적 장치가 모두 개선돼야 할 이유다.-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비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인지 능력’은 보육원 등 공적 공간에서의 교류로 인해 생기는 사회성, 공감능력, 인내심 등을 뜻한다. ‘비인지 능력’을 통해 반사회적 성향을 낮춰 사회 안전망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저자가 일본 사회의 육아 인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일례로 지하철을 탈 때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접지 않아도 되는 사회문화를 조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사회문화가 육아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폐를 끼쳐선 안된다는 인식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는 사회적 이해 하에 이뤄질 수 있는 육아의 배려 반경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도한 민폐 부모들을 향한 제재의 반경이 확장된 양상이다. 노키즈존을 두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시켰다는 비판과 아동과 부모의 민폐를 너무 자주 목격하고 겪어왔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사회는 서로에 대한 배려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장경은 교수, 고려대 윤인진 사회학과 교수,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대표, 주앤심리발달상담센터 박소정 원장의 노키즈존에 대한 입장과 대안을 대담 형식으로 꾸렸다. (사진=SBS 방송화면) ▲ 노키즈존을 어떻게 보나 장하나 : 원론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외국도 노키즈존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인권침해다. 외국의 경우라도 우리처럼 인권침해적 노키즈존이 있지는 않다. 엄마들이 식당에 갔을 때만 느끼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거대한 노키즈존 같은 느낌이다. 개별 영업장에서 아이는 오지 말라는 노골적 표현을 두고 부모가 아이를 방치한다는 문제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대형 백화점, 마트가 아니고서야 일반 카페나 레스토랑에 기저귀를 갈고 수유할만한 곳이 있나. 그렇다고 해서 기저귀를 갈 데가 없으면 집에 있으라는 논리도 인권침해다. 시각을 넓혀 보면 손님과 사장이 싸울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만든 건 육아에 대한 정책, 제도에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장애인 편의시설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장애인보다도 엄마와 아이들, 양육자들에 대한 편의시설은 그 수가 현저히 적다. 절대 안된다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노키즈존은 인권침해다. 윤인진 : 예전부터 노키즈존이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했다. 잘못됐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내나 딸과 얘기를 하면 ‘아빠가 너무 상황을 모르고 원론적으로 얘기한다’고는 한다. 딸처럼 많은 이들이 실제 경험을 하다 보니 규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건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소수의 정당한 권리가 피해를 입는 것이라 본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를 위한 다른 시설을 재배치하든 재구성하든 룰을 정하든 간에 출입 금지가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포용이 가능하지 않나. 인권위도 같은 맥락에서 아동차별이라 권고한 것으로 본다. 장경은 : 아동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동의 권리나 복지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인권위에 제기할만한 문제다. 아동 우선으로 생각해보자면 노키즈존은 아이의 출입을 막는다는 것이고 이는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이유가 ‘아이가 시끄러워서’, ‘방해가 되기 때문에’라고 하는데 어쨌든 아이들은 사회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다양한 곳을 경험해서 그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발달하고 성장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위험 요소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가 시설물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닐까. 박소정 : 아이가 이 사회를 이끌어갈 존재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키즈존이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사업주들의 여러 애환이 있었을 터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오죽하면 이런 규제를 하게 됐을까 공감이 간다. 하지만 사회로부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사회로부터 거절당하게 되는 분위기는 아이의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의 노키즈존이 아닌 부모 또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성인들보다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의 노키즈존이라면 반대한다. 사업장은 아이들이 다양한 성인들과 또래들을 만나고 지켜야하는 규칙들과 예절들을 배우게 되는 중요한 환경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다만 사업주들의 영업도 중요하기에 해당 사업장 안에서 지켜야할 약속들과 배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지와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 인터넷 육아 카페에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어린 아이를 둔 부모 대다수가 노키즈존을 찬성했다. 노키즈존 역시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윤인진 : 사회전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심이 적은 것 같다.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소수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덜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생각할 수 없는 부당한 제약이다. 어떤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가. 사업장에 어떤 어린 아이가 와서 어떻게 행동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도 우리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그 사람을 제약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일이다. 야구장에서 주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럼 그 나이대의 남성들을 제약하겠다’고 하나? 아니다. 대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추방하지 않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단지 어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을 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잘못된 행동에 따라 제약을 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다. 장경은 : 지금은 노키즈존이 많지 않지만 만약에 이게 확산이 돼서 노키즈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서 노키즈존이 많아지면 문제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자칫 노키즈존을 만들어낸 대중의 의식이 사회적 분위기로 확산되면 어린 아이가 갈 곳은 없어진다. 키즈카페, 아이들 전용공간은 폐쇄적이고 한정적 공간이다. 사회를 배울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 대한 과격한 차별행위가 아닐까 싶다. 박소정 : 맞다. 특히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사회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성격을 형성해간다. 그런데 어리다는 이유로 경험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출입이 거부된다면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거부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거부감이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어리다는 이유라면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되었을 때 이유 없이 느껴야 했던 거절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그 공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출입을 통제당하거나 제재를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적절한 처벌이다. 여기서의 처벌은 혼나거나 비난받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말한다. 온당한 처벌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키워주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장하나 : 안타까운 건데 그런 현상이 대부분 대다수 한국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부모임에도 단순히 ‘아이들이 시끄러우니까 노키즈존 찬성’이라는 식의 논리는 자신의 권리도 옹호하지 못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 ‘노키즈존’은 팽팽한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갈등 해결을 위해 사회와 부모, 사업주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장경은 : 일부 부모들이 지적받는 행동들이 있지 않나. 기저귀 간다던지 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의 행위들에 대해 반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또 사회적으로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경쟁적 사회에서 급하게 살면서 부모됨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하고. 하지만 부모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좋은 모델링이 되어야 하는 존재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제재하지 않는 건 아이들이 조화로운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올바른 지도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접근 가능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들이 양성돼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아버지 교육 같은 건 평일 12시에 진행할 때가 많다. 어떤 아버지가 생계인 업무를 제쳐두고 먼 곳까지 달려와서 부모교육을 들으려 할까. 실효성이 없는 정책들이나 생산성 없는 프로그램들이 너무도 많다. 대상자를 고려한 프로그램이 없다. 좀 더 접근 방법이 가능한 방법으로 부모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소정 : 아동심리전문가로서도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 노키즈존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떤 양육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다.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엄격히 제한하면 위축된 아이로 자란다. 반대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게만 키우면 부모가 아닌 타인의 통제를 받았을 때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가 된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양육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정 또는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양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장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거부하는 현상은 사회 전반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장하나 : 짚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문제는 사업주와 부모들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맘충과 개념맘으로 나눌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은 발전적이지 않은 시각이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유, 기저귀실 등의 공간이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센터에 놓을 수도 있는 거고 일정규모 이상의 상업시설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법제화해서 엄마들이 민폐를 끼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준 뒤 그래도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때 그 사람들을 제재하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제도 개선 뒤 이후의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임산부, 양육자들에 대한 편의 시설을 강제해놨다고 생각해보라. 일정 건물마다 놓는다면 양육자와 아이에 대한 배려의 정도, 사회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인권위는 강제력 있는 기관도 아니지만 권고를 한 것만으로도 고마울 정도다. 관련 부처들이 문제다. 쟁점이 된 지 오래됐는데 정부는 싸움 구경만 하는 모양새다. (사진=순천시) 윤인진 : 처음부터 노키즈존으로 규정하기보다 사업주가 ‘이러이러한 경우에 고객을 내보낼 권리를 갖는다’는 등 내용을 업소에 공시하고 만약에 자녀나 부모가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피해가 되면 내보내는 방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부모가 아이를 데려왔을 때 사업장의 방침에 공지하고 동의했을 경우에는 잘못된 행동이나 부모의 방치에 대한 규제를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권리를 보장하되 다른 사람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 굳이 노키즈존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을 통해서도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은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권리를 제한하고 나서는 것은 아이를 가진 부모가 갈 수 있는 곳도 위축되는 것이고. 그 권리를 왜 남이 제약하는가도 문제가 된다. 장경은 : 근본적인 걸로 돌아가 가장 중요한 건 아동의 권리라고 말하고 싶다. 떠나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아동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 노키즈존은 근본적으로 아이의 권리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아이는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성인의 권리적 측면을 이야기하기 전에 성인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키즈존 논란] ③ 전문가 4人 "아이의 권리, 생각해봤나요?"

문서영 기자 승인 2017.12.14 11:40 | 최종 수정 2135.11.27 00:00 의견 0

세상이 갈리고 있다. 빈부, 이데올로기, 지역, 세대로 갈려 온 이 사회는 최근 더 세분화되는 양상이다. 온라인상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돼 서로를 혐오하는 현상이 치열해지더니 오프라인에서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노키즈존'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 노키즈존을 두고 대중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선과 이용객들의 권리를 위한 선택이란 기로에서 노키즈존은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부모의 태도, 사업주의 영업방식, 더 나아가 사회적 장치가 모두 개선돼야 할 이유다.-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비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인지 능력’은 보육원 등 공적 공간에서의 교류로 인해 생기는 사회성, 공감능력, 인내심 등을 뜻한다. ‘비인지 능력’을 통해 반사회적 성향을 낮춰 사회 안전망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저자가 일본 사회의 육아 인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일례로 지하철을 탈 때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접지 않아도 되는 사회문화를 조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사회문화가 육아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폐를 끼쳐선 안된다는 인식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는 사회적 이해 하에 이뤄질 수 있는 육아의 배려 반경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도한 민폐 부모들을 향한 제재의 반경이 확장된 양상이다. 노키즈존을 두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시켰다는 비판과 아동과 부모의 민폐를 너무 자주 목격하고 겪어왔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사회는 서로에 대한 배려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장경은 교수, 고려대 윤인진 사회학과 교수,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대표, 주앤심리발달상담센터 박소정 원장의 노키즈존에 대한 입장과 대안을 대담 형식으로 꾸렸다.

(사진=SBS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화면)

▲ 노키즈존을 어떻게 보나

장하나 : 원론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외국도 노키즈존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인권침해다. 외국의 경우라도 우리처럼 인권침해적 노키즈존이 있지는 않다. 엄마들이 식당에 갔을 때만 느끼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거대한 노키즈존 같은 느낌이다. 개별 영업장에서 아이는 오지 말라는 노골적 표현을 두고 부모가 아이를 방치한다는 문제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대형 백화점, 마트가 아니고서야 일반 카페나 레스토랑에 기저귀를 갈고 수유할만한 곳이 있나. 그렇다고 해서 기저귀를 갈 데가 없으면 집에 있으라는 논리도 인권침해다. 시각을 넓혀 보면 손님과 사장이 싸울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만든 건 육아에 대한 정책, 제도에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장애인 편의시설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장애인보다도 엄마와 아이들, 양육자들에 대한 편의시설은 그 수가 현저히 적다. 절대 안된다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노키즈존은 인권침해다.

윤인진 : 예전부터 노키즈존이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했다. 잘못됐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내나 딸과 얘기를 하면 ‘아빠가 너무 상황을 모르고 원론적으로 얘기한다’고는 한다. 딸처럼 많은 이들이 실제 경험을 하다 보니 규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건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소수의 정당한 권리가 피해를 입는 것이라 본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를 위한 다른 시설을 재배치하든 재구성하든 룰을 정하든 간에 출입 금지가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포용이 가능하지 않나. 인권위도 같은 맥락에서 아동차별이라 권고한 것으로 본다.

장경은 : 아동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동의 권리나 복지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인권위에 제기할만한 문제다. 아동 우선으로 생각해보자면 노키즈존은 아이의 출입을 막는다는 것이고 이는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이유가 ‘아이가 시끄러워서’, ‘방해가 되기 때문에’라고 하는데 어쨌든 아이들은 사회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다양한 곳을 경험해서 그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발달하고 성장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위험 요소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가 시설물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닐까.

박소정 : 아이가 이 사회를 이끌어갈 존재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키즈존이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사업주들의 여러 애환이 있었을 터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오죽하면 이런 규제를 하게 됐을까 공감이 간다. 하지만 사회로부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사회로부터 거절당하게 되는 분위기는 아이의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의 노키즈존이 아닌 부모 또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성인들보다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의 노키즈존이라면 반대한다. 사업장은 아이들이 다양한 성인들과 또래들을 만나고 지켜야하는 규칙들과 예절들을 배우게 되는 중요한 환경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다만 사업주들의 영업도 중요하기에 해당 사업장 안에서 지켜야할 약속들과 배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지와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인터넷 육아 카페에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어린 아이를 둔 부모 대다수가 노키즈존을 찬성했다. 노키즈존 역시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윤인진 : 사회전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심이 적은 것 같다.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소수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덜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생각할 수 없는 부당한 제약이다. 어떤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가. 사업장에 어떤 어린 아이가 와서 어떻게 행동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도 우리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그 사람을 제약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일이다. 야구장에서 주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럼 그 나이대의 남성들을 제약하겠다’고 하나? 아니다. 대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추방하지 않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단지 어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을 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잘못된 행동에 따라 제약을 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다.

장경은 : 지금은 노키즈존이 많지 않지만 만약에 이게 확산이 돼서 노키즈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서 노키즈존이 많아지면 문제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자칫 노키즈존을 만들어낸 대중의 의식이 사회적 분위기로 확산되면 어린 아이가 갈 곳은 없어진다. 키즈카페, 아이들 전용공간은 폐쇄적이고 한정적 공간이다. 사회를 배울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 대한 과격한 차별행위가 아닐까 싶다.

박소정 : 맞다. 특히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사회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성격을 형성해간다. 그런데 어리다는 이유로 경험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출입이 거부된다면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거부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거부감이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어리다는 이유라면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되었을 때 이유 없이 느껴야 했던 거절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그 공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출입을 통제당하거나 제재를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적절한 처벌이다. 여기서의 처벌은 혼나거나 비난받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말한다. 온당한 처벌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키워주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장하나 : 안타까운 건데 그런 현상이 대부분 대다수 한국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부모임에도 단순히 ‘아이들이 시끄러우니까 노키즈존 찬성’이라는 식의 논리는 자신의 권리도 옹호하지 못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 ‘노키즈존’은 팽팽한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갈등 해결을 위해 사회와 부모, 사업주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장경은 : 일부 부모들이 지적받는 행동들이 있지 않나. 기저귀 간다던지 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의 행위들에 대해 반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또 사회적으로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경쟁적 사회에서 급하게 살면서 부모됨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하고. 하지만 부모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좋은 모델링이 되어야 하는 존재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제재하지 않는 건 아이들이 조화로운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올바른 지도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접근 가능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들이 양성돼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아버지 교육 같은 건 평일 12시에 진행할 때가 많다. 어떤 아버지가 생계인 업무를 제쳐두고 먼 곳까지 달려와서 부모교육을 들으려 할까. 실효성이 없는 정책들이나 생산성 없는 프로그램들이 너무도 많다. 대상자를 고려한 프로그램이 없다. 좀 더 접근 방법이 가능한 방법으로 부모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소정 : 아동심리전문가로서도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 노키즈존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떤 양육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다.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엄격히 제한하면 위축된 아이로 자란다. 반대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게만 키우면 부모가 아닌 타인의 통제를 받았을 때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가 된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양육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정 또는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양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장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거부하는 현상은 사회 전반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장하나 : 짚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문제는 사업주와 부모들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맘충과 개념맘으로 나눌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은 발전적이지 않은 시각이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유, 기저귀실 등의 공간이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센터에 놓을 수도 있는 거고 일정규모 이상의 상업시설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법제화해서 엄마들이 민폐를 끼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준 뒤 그래도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때 그 사람들을 제재하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제도 개선 뒤 이후의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임산부, 양육자들에 대한 편의 시설을 강제해놨다고 생각해보라. 일정 건물마다 놓는다면 양육자와 아이에 대한 배려의 정도, 사회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인권위는 강제력 있는 기관도 아니지만 권고를 한 것만으로도 고마울 정도다. 관련 부처들이 문제다. 쟁점이 된 지 오래됐는데 정부는 싸움 구경만 하는 모양새다.

(사진=순천시)
(사진=순천시)

윤인진 : 처음부터 노키즈존으로 규정하기보다 사업주가 ‘이러이러한 경우에 고객을 내보낼 권리를 갖는다’는 등 내용을 업소에 공시하고 만약에 자녀나 부모가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피해가 되면 내보내는 방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부모가 아이를 데려왔을 때 사업장의 방침에 공지하고 동의했을 경우에는 잘못된 행동이나 부모의 방치에 대한 규제를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권리를 보장하되 다른 사람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 굳이 노키즈존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을 통해서도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은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권리를 제한하고 나서는 것은 아이를 가진 부모가 갈 수 있는 곳도 위축되는 것이고. 그 권리를 왜 남이 제약하는가도 문제가 된다.

장경은 : 근본적인 걸로 돌아가 가장 중요한 건 아동의 권리라고 말하고 싶다. 떠나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아동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 노키즈존은 근본적으로 아이의 권리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아이는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성인의 권리적 측면을 이야기하기 전에 성인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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