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마음이 얼어붙을 때가 있다. 비단 냉혈한이라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마음은 수시로 얼어붙고 수시로 뜨거워진다. 그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것도, 녹이는 것도 사실 아주 작은 일일 때가 많다. 콕콕, 토닥토닥, 콕콕, 토닥토닥…. 마음은 좀처럼 평화로운 풍경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로 잘 알려진 정이현 작가가 마음을 다독여주는 소설과 산문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신간 ‘우리가 녹는 온도’다.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기에 작가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작가가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차분한 어조로 더해진다. 소설과 소설 너머에 존재하는 저자의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이었던 ‘은’과 ‘그’. 다시 만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윤’과 ‘선’의 이야기 ‘여행의 기초’,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의 이야기 ‘화요일의 기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나 아슬아슬하지만 견고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의 이야기 ‘지상의 유일한 방’ 등의 이야기가 ‘우리가 녹는 온도’를 장식한다. 여기에 작가의 사랑, 여행, 우정, 결혼, 가족을 비롯한 작가 주변에 놓인 것들에 대한 생각이 펼쳐진다. 소설가로 살아가는 정이현의 삶과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특유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더불어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주위의 사연을 듣거나, 저자 자신이 겪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해 가공한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여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개인적 속마음을 담은 ‘나는,’에 담긴 모두 열 편의 이야기+산문을 만나볼 수 있다. 정이현 지음 | 달
(사진='우리가 녹는 온도' 책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