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화컴퍼니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오는 24일은 그룹 신화가 데뷔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 해 한 해 늘 얼굴을 비추던 멤버들이라 19주년, 18주년, 17주년이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20’은 엄청난 숫자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신화가 활동했던 시기만 보더라도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마이마이와 CDP는 음악 사이트 어플리케이션이 됐고, 극기훈련과 최면 따위를 시키던 예능은 사라져 리얼을 추구하는 웹 콘텐츠가 남았다. 대표적인 음악 방송국 Mnet의 로고도, 시상식도 여러 번 변경됐다. 신화 멤버들이 진행했던 라디오의 DJ 자리도 두 손이 모자랄 만큼 많은 이들이 거쳤다. 5만원도 채 안되던 콘서트 티켓은 이제 2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는 만큼 체감하는 시간의 무게는 더욱 묵직해진다. 그러니 ‘고작 20년’이 아니라 ‘20년이나’다. 그리고 그 무거운 풍파에 닳지도, 변하지도 않는 건 바로 ‘최초의 기록들’이다. 최초의 기록들, 최초로 달성한 기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또 다른 기록들, 최초를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는 기록들.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지워지지 않고 지금의 신화를 만들어낸 꼭짓점들은 지금 아이돌의 바이블이 되고 있다.
■ 안주하지 않는 그들: 정규 13집·춤과 공연
(사진=방송화면 캡처)
신화의 최장수 타이틀이 더욱 빛날 수 있던 이유는 언제나 변함없이 멤버 그대로 뭉쳤기 때문이다. 멤버 교체와 탈퇴가 너무 흔해진 요즘, 20년 동안 함께해 온 팀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신화는 군 복무 이후에도 여느 때와 똑같이 활동을 펼쳤다.
그렇게 신화는 아이돌 사상 처음으로 정규 13집 앨범까지 발매했다. 신화는 싱글과 미니앨범이 주를 이루는 음악 시장에서도 꾸준히 정규앨범을 내왔다. 공백기를 제외하고선 거의 매년 발표한 셈이다. 아울러 정규 13집 앨범 ‘언체인징-터치(Unchanging touch)’ 타이틀곡 ‘터치’는 국내 가요 메이저씬에서 최초로 선보인 퓨처베이스 타이틀곡이다.
(사진=신화컴퍼니 제공)
이처럼 신화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건 사실 예전부터다. 수염, 태닝, 근육, 삭발 등 일명 ‘아이돌 4대 금기’라고 불리는 것들도 감행(?)한 신화다. 한때 유행했던 ‘짐승돌’의 시발점인 셈이다. 이런 파격적인 변신은 더 나은 무대를 위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많은 후배그룹이 커버 무대를 꾸미는 ‘와일드 아이즈(Wild Eyes)’는 최초로 ‘의자춤’을 만들어낸 곡이다. 정규 11집 앨범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는 아이돌 그룹 최초의 보깅댄스 퍼포먼스였다. 아울러 신화는 오는 26일 2000년 발표된 ‘올 유어 드림즈(All your dreams)’를 다시 부른 버전을 공개하며 본인들의 틀을 깬다.
여기서 대단한 점은 신화가 무대에 공을 들이는 만큼 공연 역시 발전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신화는 2003년 아이돌로서 올라이브 밴드 공연을 진행한 최초 그룹이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는 신화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됐다.
(사진=JTBC, 각 방송사 제공)
■ 따로 또 같이: DJ·예능·광고
지금 ‘따로 또 같이’는 보편적인 활동 방식이다. 오히려 개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당연해졌다. 하지만 그게 당연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2000년대 초 신화는 솔로 앨범을 발표한 이민우를 시작으로 김동완, 신혜성, 전진, 앤디까지 솔로가수로 데뷔했다. 혼자 무대에 오르는 만큼 그룹의 개성과는 또 다른 스펙트럼을 펼쳐 나갔다. 이후 멤버들은 단독 콘서트, 팬미팅, 투어 등을 여러 번 개최하기도 했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비글돌’ ‘깨방정’과 같은 단어가 탄생하기 전부터 신화는 ‘스타워치’ ‘애정만세’ ‘드리븐’ ‘동고동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연예정보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시절 전파를 탄 인터뷰 영상은 늘 화제일 정도였다. 더 나아가 신화는 JTBC ‘신화방송’(2012)으로 아이돌 최초 단독예능의 기록까지 썼다. ‘김동완의 텐텐클럽’은 아이돌 최초로 DJ를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신화의 영향력은 광고계에서도 통했다. 신화는 2000년부터 모델로 활동해오던 학생복 아이비클럽과 2005년 재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6년간 활동한 최장수 교복 모델이 됐다. 또한 신화는 2012년 로이젠 광고를 계기로 아이돌 최초로 정장 브랜드 모델로 서기도 했다. 코카콜라 CF도 처음으로 찍었는데, 자사 광고에서 실물 사람이 최초로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 1분가량의 분량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신화가 만드는 신화: 독자회사 설립·상표권 소유
신화는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가진 이후 다시 6명이 활동하기 위해 힘썼다. 멤버들은 2011년 컴백을 준비하며 아이돌 최초로 멤버가 대표이자 주주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그렇게 탄생한 신화컴퍼니는 아이돌이 활동할 수 있는 또 다른 루트를 제시한 새로운 시도였다. 에릭과 이민우가 대표로 있는 이 회사는 현재까지도 팀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소속사에 몸담고 있던 멤버들이 완전히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화는 ‘신화’라는 이름을 찾기 위해 긴 법정 분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15년 5월 29일 상표권 명의 이전 절차에 돌입할 수 있었다. 같은 해 6월 11일에는 상표권 명의 이전을 완료했다. 분명하게 자신들의 이름을 소유하고 있는 아이돌 최초의 사례였다. 팬들 역시 17년 만에 완전한 자유를 찾은 신화를 응원했다.
상표권과 관련한 일화는 지금 와서 더욱 높이 평가 받는다. 요즘 들어 개인활동, 독자활동을 펼치려는 아이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신화의 사례는 한 그룹이 온전한 자신들의 음악을 펼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그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받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다.
(사진=서울 중앙우체국 제공)
■ 신화 따라 팬들도 최초: 신화숲·쌀 화환·별자리
그룹 따라 팬 간다고, 신화 팬클럽 신화창조도 새로운 응원문화를 펼치며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신화 팬클럽은 신화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신화숲’을 조성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 신화숲은 나무 1130그루로 이루어져 있으며, 녹지가 부족한 서울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아울러 흔히 볼 수 있는 쌀 화환 문화도 신화 팬클럽이 최초로 시도했다. 이 쌀 화환은 2007년 8월 신혜성 콘서트를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로도 많은 아이돌 가수 팬들이 콘서트장이나 제작발표회장에 쌀 화환을 보내며 좋은 일에 힘을 보탰다.
팬클럽으로부터 시작된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별자리를 선물 받은 적도 있다. 2005년 미국 USC와 공식파트너인 USC코리아는 한국 론칭을 기념해 신화에게 별을 선사했다. 이름은 ‘신화’로, 데뷔일인 3월 24일에 맞는 양자리다. 이 신화별은 지구상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2000여 개의 별 중 하나로 11월에 가장 잘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를 모티브로 해 ‘산화별자리 우표’가 탄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