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사진=하이어뮤직)
[뷰어스=이건형 기자] 최근 트렌디하고 잘나가는 곡 도입엔 프로듀서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나온다. 그루비룸의 “그루비 에브리웨어”(Groovy Everywhere)나 차차 말론의 “아이 니드 어 차차 비트 보이”(I Need a ChaCah beat boy) 등이 그렇다. “우기 온 앤 온”의 주인공인 우기도 대세 프로듀서 중 하나다.
로꼬의 ‘남아있어’, 우원재의 ‘향수’, 박재범의 ‘곁에 있어주길’, 식케이의 ‘RING RING’ 등을 프로듀싱한 이가 바로 우기다. 이미 가요계 유명인사인 우기는 다소 정적이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개성 실린 곡을 만들어 낸다.
“내가 만드는 음악은 주로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해요. 크게 보자면 흑인 음악이고 블루스, 재즈, 힙합 상관없이 음악 자체가 좋아서 시작했죠. 사실 팝이나 라틴 계열 등 음악이라면 장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정해진 장르만 만드는 건 아니에요. 대신 좋아하는 것만 만드는 스타일이죠. 힙합도 트랩 같은 경우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작업해요. 808베이스를 잘 안 쓰거든요. 취향이 그래요. 무언가 작업할 때 나만의 색깔이 들어갔으면 좋겠거든요”
우기의 곡들은 주로 서정적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멜로디가 처절하게 슬프진 않지만 다 듣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는다. 곡 자체에서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기는 꼭 스토리를 듣고 곡을 작업한다. 곡의 기승전결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다른 프로듀서들과 달리 비트를 안 써놔요. 외주 작업들은 보통 만나서 주제를 듣고 곡을 쓰죠. 또 그걸 들어야 곡을 쓸 수 있어요. 노래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코드나 라인 하나하나 모든 이음들이 있게끔 만들죠. 영상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아요. 아트 필름이나 해외 CF 광고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항상 영상물을 틀어놓고 작업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 ‘향수’ 제작의뢰가 들어왔을 때도 감방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니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빠담 빠담’ 4화까지 감방이야기가 나와요. ‘빠담 빠담’ 보면서 작업했어요. 주제가 없으면 곡이 안 써지더라고요”
우기(사진=하이어뮤직)
■ 우기, 처음으로 돌아가다…그 첫 번째 결과물 ‘REWIND MY TAPE’
본래 경영학도였던 우기는 군대를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음악의 꿈을 그린다. 자신조차 음악을 하게 될 줄 몰랐던 그는 아직까지도 신기한 것들이 많다고 한다. 소속사 하이어뮤직 수장인 박재범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조차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 귀여운 모습도 있다.
“음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음악은 되게 좋아했죠. 바이올린, 피아노 등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기도 하고 밴드도 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음악을 안 하면 미칠 것 같았어요. 군대에 가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대학생 때는 집에서 반대가 심해서 취미로 몰래 몰래 했거든요. 군대에선 생각이 많아지니까 내가 회사원이 되거나 다른 직업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됐어요. 그래서 제대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처음에 보컬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내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를 느꼈죠. 당시에 곡을 조금씩 쓰고 있었는데 혼자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작업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신기하죠. 처음 시작할 때 이상한 자신감은 있었어요. 실패할거라는 생각을 안했거든요. 왠지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가끔 (박)재범이 형이랑 술을 한잔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는데 형이 있으면 신기할 때가 있어요(웃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많은 행운을 필요로 한다. 우기는 따라주는 행운과 함께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이다. 이제 그는 거물급 아티스트에게 먼저 작업 제의를 받을 정도로 입지가 견고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낸 첫 앨범 ‘REWIND MY TAPE 파트1’을 발매했다. 이 앨범을 탄생시키기 위해 공들인 시간만 2년이다.
“여태까지 작업한 곡들과는 이번 앨범은 좀 많이 달라요. 기존 작업물들은 아티스트 스타일에 맞춰주는 것도 있었어요. 이번 작업은 내 앨범이니까 내 스타일대로 했죠. 피처링진들은 아티스트라기 보단 하나의 악기로 이용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서 로꼬랑 작업을 했다고 하면 내가 생각한 그의 장점을 끄집어서 내 취향대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프로듀서라는 직업자체가 자존감도 높고 방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2년 조금 넘게 오래 준비했어요.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썼죠. 어떻게 들어 주실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자신 있어요”
우기는 첫 작업물인 만큼 보다 정교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파트를 두 개로 나눴다. 파트1은 공개가 됐고, 파트2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번 앨범으로 어떤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다는 정해진 콘셉트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름대로 장르나 스타일 폭이 넓긴 한데 이번 앨범은 옛날 음악에서 주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어요. 80~90년대 음악을 제일 많이 들어요. 그래서 앨범 제목이 ‘리마인드 마이 테이프’예요. ‘어릴 때 들었던 테이프를 다시 되돌려보자’라는 콘셉트를 구현해보자 했어요. 파트를 두 개로 나눈 건 결일 조금 달라서예요. 파트1은 한국에서 영향 받은 음악과 무드로 이뤄졌고 파트2는 완전 거친 80~90년대 흑인 음악에서 영향 받은 음악들로 채웠어요. 파트1 타이틀곡 ‘걸’(GIRL)은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을 듣다가 첫사랑 느낌을 자아내는 곡을 만들었어요”
우기(사진=하이어뮤직)
■ “합 잘 맞는 아티스트는 로꼬·식케이…앞으로 작업하고픈 아티스트는 김윤아”
우기에게 가장 합이 잘 맞는 아티스트를 묻자 로꼬와 식케이를 꼽았다. 로꼬와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로꼬와 식케이가 합이 잘 맞아요. 로꼬는 내가 의지를 많이 하는 동갑내기 친구기도 해요. 성격도 잘 맞아요. 처음 로꼬를 소개받았을 때 워낙 성공한 친구니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의지하게 되는 친구죠. 그리고 곡 작업이 정말 수월해요. 취향이 비슷하거든요. 또 식케이와도 함이 잘 맞아요. 처음 식케이를 만났을 때 지금 구축된 식케이 이미지를 그렸어요. 잘 따라와 줬죠. 식케이와 작업할 때는 하나하나 다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곡 작업뿐 아니라 따라오는 이미지나 행동, 머리스타일, 음악 콘셉트 등에 대한 전체적 프로듀싱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은 혼자서도 잘하더라고요”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참 수줍어하며 머뭇대더니 자우림의 김윤아를 꼽는다.
“사실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되게 많아요. 1~2년 사이에 비현실적인 상황을 많이 겪었어요. 이루지 못할 줄 알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도 했죠. 꼽기가 어렵긴 한데 자우림의 김윤아요”
비현실적인 일도 해내는 그인 만큼 김윤아와의 작업 소식도 조만간 들려오지 않을까 한다.
돈, 명예를 떠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올해 목표도 그리 거창하진 않다. 음악을 많이 내고, 이름을 조금 알리는 것 뿐이다.
“음악 많이 내고 활동하는 게 올해의 목표라면 목표에요. 내가 어떤 음악하는 사람인지 알리는 게 계획이기도 해요. 돈, 명예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닌걸 알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또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죠. 현재 음악을 시작하고 제일 컨디션이 좋은 상태예요. 제일 많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