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데뷔 7년차 밴드가 익숙한 길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밴드 빨간의자는 편안함보다 성장을 택했다.
수경, 강주은, 정재훈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 빨간의자는 최근 새 소속사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몽니, 고고보이스 등이 소속된 곳이다. 2012년 데뷔해 올해 데뷔 7년차인 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빨간의자(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길라잡이를 찾은 빨간의자
“회사에 오고 나서 우리가 많이 부족하구나 느꼈어요. 그동안 안일했기도 하고, 열심히는 했지만 아마추어 같았구나 싶은 거죠.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에요. 우리의 색깔을 잡아주시기 위해 다들 노력하셨어요(정재훈)”
“우리의 색깔이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본연의 색깔을 찾아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강주은)”
“예전에는 탑을 어디서부터 쌓아야 할지 몰랐어요. 셋이서 다 결정하다 보니 주관적인 부분이 있었죠. 이제는 회사 식구 분들이 ‘이걸 여기에 쌓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덕분에 우리 노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고, 몰랐던 매력도 찾았어요(수경)”
빨간의자에게 회사는 길라잡이 같은 존재다. 그간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냈다면, 2018년부터는 그간의 내공을 바탕 삼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아울러 매니지먼트부터 스케줄, 유통, 홍보 등을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곳이 있으니 더욱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마련됐다.
빨간의자(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새로운 도약, ‘우리 행복했었던 시간’
이렇게 차근차근 자리를 잡은 빨간의자는 최근 싱글 ‘우리 행복했었던 시간’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이 노래는 2016년 9월 낸 ‘그렇다고 말해줘요’ 이후 오랜만에 팬들에게 건넨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쯤 쓴 곡이에요. 추억에 젖어있던 날 모아뒀던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그 중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라는 단어에 꽂혔죠. 나는 ‘행복했었던’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적어 내려가 보자 싶었어요. 어떤 느낌으로 풀어낼지 고민했는데 막상 녹음에 들어가니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수경)”
‘우리 행복했었던 시간’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너와 함께여서 모든 것이 좋았던 순간들을 추억하고 떠나보내는 내용이다. 노래는 슬프고 절절한 이별이라기보다, 좋았던 기억을 되짚으며 ‘안녕’이라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
“듣는 분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가사를 썼어요.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볼 수 있게 모든 걸 주려고 하지 않았죠. 그러면서도 ‘밥 먹을 때 입이 동그래져’ ‘골목길을 좋아하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 등 구체적인 이야기도 담아서 우리만의 색을 내려 했어요(수경)”
빨간의자(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변화의 바람이 불러온 성장
이번 곡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익살맞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말하던 이전 발표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은 좀 더 서정적인 느낌을 강조해 대중성을 높였다. 이는 앞으로 빨간의자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밝고 재미있게 하려던 게 많았죠. 이번 앨범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해지고 무게가 생긴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레 묻어난 것 같아요. 공백기 동안 준비하던 앨범이 여러 번 무산되면서 침체기를 겼었거든요. ‘비슷한 혹은 늦은 시기에 데뷔한 팀들은 점점 위로 올라가는데 우리는 왜 제자리일까’ 고민도 많았고요(수경)”
“모든 가수들이 그렇듯 앨범을 준비할 때는 어느 정도 팬들의 반응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한 때도 있었어요(정재훈)”
억지로 톤 다운된 노래로 ‘콘셉트화’할 요량은 아니다. 지금까지 겪어온 힘든 일과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이야기를 쓰는 것뿐이다. 그러니 이번 신곡을 시작으로 앞으로 보여줄 노래들이 못 보던 모습이라 해도 이것 또한 빨간의자의 것이다.
빨간의자(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생각해 보면 말이 많은 가사도 듣는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팀의 색깔을 담자는 고집을 부린 거고, 결국 우리끼리 만든 우리 위주의 음악이 됐죠. 그런데 지금은 음악 그 자체만 보려고 해요. 이 노래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퍼커션 포지션인 멤버는 드럼도 쳐보는 등 음악에 따라 변화도 주고요(강주은)”
“노래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담아야 하는데 듣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어요. 우리 걸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이렇게 불러야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인지 팬들도 직접 교감하는 라이브가 더 좋다고 말해주기도 했어요(수경)”
“예전에는 하고 싶은 걸 다 했다면, 이번에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신경 쓰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놓쳤던 것들을 떠올리며 반성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신곡에 더 애착이 가요(정재훈)”
빨간의자(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제야 드러날 ‘진짜’ 빨간의자
이들이 겪은 변화는 단순히 이적(移籍)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아티스트로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다. 빨간의자는 오랜 시간 당연시 여겨왔던 틀을 깨는 용기를 냈고, 가장 ‘빨간의자스러운’ 음악의 가능성을 열게 됐다.
“조바심, 막중한 임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음악도 그렇지만 스스로에게도 그래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존심도 센 편이어서 힘들다는 말을 괜찮다는 식의 노래로 많이 써왔거든요. 앞으로는 동네 언니, 누나 같은 인생 선배의 느낌으로 조언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수경)”
“확실히 진중해졌어요. 노래로 승부를 보고 싶기도 하고요. 콘셉트가 확실히 잡힌 브랜드 콘서트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멘트 거의 없이 노래 위주로 들려주는 콘서트를 기획한 것도 그런 이유에요. 우리를 모르는 분들이 공연을 봐도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정재훈)”
“이번 활동을 계기로 스스로도 빨간의자의 색깔을 확실히 알고 싶어요. 반응도 열심히 모니터링 하려고요. 그러면서 악기를 배우고 견문을 넓히면서 아티스트로서 발전을 거듭하겠습니다(강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