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전시(사진=뷰어스)   2030 밀레니엄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용어가 있다. 바로 소확행(小確行)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용어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 등 자신의 수필집에서 쓰면서 알려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약 20여년 전에 사용했던 이 용어에 젊은 층이 왜 열광하는지 이유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소확행으로 보낸 하루는 행복할까.  너도 나도 소확행을 찾는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친구는 미대를 갔지만 좋아했던 그림이 전공, 일이 되자 그림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일을 때려치우고 나서야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젠 과제가 아닌 취미가 된 그림은 친구의 소확행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또 다른 친구는 최근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 ‘원피스’를 좋아했던 친구는 돈을 벌기시작하자 ‘원피스’ 굿즈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아 나선 가운데 스스로에게 ‘나의 소확행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졌다. 좋아하는 건 많지만 굳이 꼽자니 답이 안 나온다. 하루 동안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고 소확행을 찾기로 했다.  ■ 오전 10시, 대림미술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관람 미술과 1도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유명 화가의 전시가 열리면 종종 미술관을 찾는다. 그 중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가는 길마저도 설레는 곳이다. 전시할 때 사람들에게 치여서 관람하긴 싫어서 이르지만 오픈시간에 방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로 종이를 재료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디오앱을 이용하면 도슨트 없이도 작품 해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관람 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굿즈샵이다. 뭔가에 홀려 사실 크게 필요하지 않은 마스킹테이프와 메모지를 샀다. 역시 '탕진잼'이다.    ■ 오후 1시, 광화문 샐러드가게에서 한끼  점심시간, 광화문 일대 식당은 주변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있는 샐러드가게를 찾았다. 사실 난 고기를 좋아한다. 근데 최근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난 후 가끔이라도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서 오늘의 메뉴를 결정했다. 친환경적인 인테리어의 가게에서 연어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으니 괜히 건강해진 느낌이다. 다만 샐러드를 다 먹고 났음에도 배는 부르지 않았다. 샐러드 한 그릇의 가격은 약 13000원, 한끼 식사로 절대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건강의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뷰어스)       ■ 오후 2시, 광화문 근처 작은 커피숍  점심을 먹었으니 다음 코스는 커피다. 직업 특성상 하루 2잔의 커피는 기본이고 하루에 5잔을 먹은 적도 있다. 그리고 기사 마감을 위해 항상 카페를 찾는데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매장에 콘센트가 많아 편리한 별다방이다. 그러다보니 일을 하지 않을 땐 이왕이면 개인카페를 찾는다. 예쁘고 개성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카페투어’는 많은 이들이 꼽는 소확행의 하나다. 투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혹 카페를 돌아다니다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나면 반갑다. 이날 방문한 카페도 작지만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려준 커피, 조용한 분위기까지 완벽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사진=뷰어스)   ■ 오후 4시, 참새의 방앗간 교보문고 나 뿐 아니라 광화문에 오면 교보문고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 아닐까. 누군가 기다리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서점에서 우연히 인생 책을 찾는 묘미도 있다. 마우스가 필요해서 교보문고를 찾았지만 나올 땐 책 한권을 들고 나왔다. 2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홍보 문구와 표지에 홀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와 함께 집으로 왔다.  ■ 오후 9시, 내 방에서 혼술과 넷플릭스 집순이가 하루 종일 소확행을 찾는다고 밖을 돌아다녔더니 기력이 다했다. 씻은 후 침대에 누어서 차가운 맥주 한잔을 마시며 넷플릭스를 켰다.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평소 SNS를 하지 않으니 사진 찍는 일도 드물다. 그런데 기사용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까지 찍었다. 소확행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좋아하던 걸 하루에 몰아서 하고 의도치 않았던 소비도 이어졌다. 결론은 소확행을 몰아서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다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각자만의 소확행을 찾으시길.

[소확행을 찾아서]③ 소확행으로 보낸 하루는 행복할까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3.30 18:06 | 최종 수정 2136.06.26 00:00 의견 0
대림미술관 전시(사진=뷰어스)
대림미술관 전시(사진=뷰어스)

 

2030 밀레니엄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용어가 있다. 바로 소확행(小確行)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용어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 등 자신의 수필집에서 쓰면서 알려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약 20여년 전에 사용했던 이 용어에 젊은 층이 왜 열광하는지 이유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소확행으로 보낸 하루는 행복할까. 

너도 나도 소확행을 찾는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친구는 미대를 갔지만 좋아했던 그림이 전공, 일이 되자 그림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일을 때려치우고 나서야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젠 과제가 아닌 취미가 된 그림은 친구의 소확행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또 다른 친구는 최근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 ‘원피스’를 좋아했던 친구는 돈을 벌기시작하자 ‘원피스’ 굿즈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아 나선 가운데 스스로에게 ‘나의 소확행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졌다. 좋아하는 건 많지만 굳이 꼽자니 답이 안 나온다. 하루 동안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고 소확행을 찾기로 했다. 

■ 오전 10시, 대림미술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관람

미술과 1도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유명 화가의 전시가 열리면 종종 미술관을 찾는다. 그 중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가는 길마저도 설레는 곳이다. 전시할 때 사람들에게 치여서 관람하긴 싫어서 이르지만 오픈시간에 방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로 종이를 재료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디오앱을 이용하면 도슨트 없이도 작품 해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관람 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굿즈샵이다. 뭔가에 홀려 사실 크게 필요하지 않은 마스킹테이프와 메모지를 샀다. 역시 '탕진잼'이다. 

 

■ 오후 1시, 광화문 샐러드가게에서 한끼 

점심시간, 광화문 일대 식당은 주변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있는 샐러드가게를 찾았다. 사실 난 고기를 좋아한다. 근데 최근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난 후 가끔이라도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서 오늘의 메뉴를 결정했다. 친환경적인 인테리어의 가게에서 연어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으니 괜히 건강해진 느낌이다. 다만 샐러드를 다 먹고 났음에도 배는 부르지 않았다. 샐러드 한 그릇의 가격은 약 13000원, 한끼 식사로 절대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건강의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뷰어스)
(사진=뷰어스)

 

   

■ 오후 2시, 광화문 근처 작은 커피숍 

점심을 먹었으니 다음 코스는 커피다. 직업 특성상 하루 2잔의 커피는 기본이고 하루에 5잔을 먹은 적도 있다. 그리고 기사 마감을 위해 항상 카페를 찾는데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매장에 콘센트가 많아 편리한 별다방이다. 그러다보니 일을 하지 않을 땐 이왕이면 개인카페를 찾는다. 예쁘고 개성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카페투어’는 많은 이들이 꼽는 소확행의 하나다. 투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혹 카페를 돌아다니다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나면 반갑다. 이날 방문한 카페도 작지만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려준 커피, 조용한 분위기까지 완벽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사진=뷰어스)
(사진=뷰어스)

 

■ 오후 4시, 참새의 방앗간 교보문고

나 뿐 아니라 광화문에 오면 교보문고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 아닐까. 누군가 기다리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서점에서 우연히 인생 책을 찾는 묘미도 있다. 마우스가 필요해서 교보문고를 찾았지만 나올 땐 책 한권을 들고 나왔다. 2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홍보 문구와 표지에 홀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와 함께 집으로 왔다. 

■ 오후 9시, 내 방에서 혼술과 넷플릭스

집순이가 하루 종일 소확행을 찾는다고 밖을 돌아다녔더니 기력이 다했다. 씻은 후 침대에 누어서 차가운 맥주 한잔을 마시며 넷플릭스를 켰다.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평소 SNS를 하지 않으니 사진 찍는 일도 드물다. 그런데 기사용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까지 찍었다. 소확행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좋아하던 걸 하루에 몰아서 하고 의도치 않았던 소비도 이어졌다. 결론은 소확행을 몰아서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다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각자만의 소확행을 찾으시길.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