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가 영웅들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16일 방송한 최종회에서는 박차오름(고아라)에 대한 징계 요구가 철회됐다.  임바른(김명수) 정보왕(류덕환) 이도연(이엘리야) 등이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한 덕분이다. 특히 바른은 수석판사(안내상)에게 “박 판사는 배석판사의 가혹 행위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우리도 힘을 모아 맞서겠다”며 “나부터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한세상 역시 수석판사에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분개했다. 남편을 살해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민사44부 판사들이 공정한 판결을 위해 밤낮없이 애쓴 결과였다. 판사들의 진심이 사건에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뒤집은 셈이다. 그러나 이 재판은 세상과 차오름·바른이 함께하는 마지막 재판이 됐다. 세상이 앞서 민사44부에서 불거진 논란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사직서를 제출한 것. 차오름과 바른은 세상을 말렸으나 결국 선배의 뜻을 받아들였다. 재판이 끝난 뒤 세상은 배심원들과 법정에 모인 시민들에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췄다.  같은 시각 이도연은 사무실에서 새로운 웹소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민사44부 판사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제목은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은 글을 맺으며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라고 했다. (사진=JTBC 방송화면)   ■ 작지만 감동적인 진짜 사람 이야기 ‘미스 함무라비’는 민사소송을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정물과 달랐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상사의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역으로 해고당한 직원, 나쁜 어른들의 이용으로 도둑질을 해야 했던 남학생,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등 우리 주위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했다. 소송에 얽힌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상주의자 차오름과 개인주의자 바른도 끊임없이 대립했다. 이처럼 양극단에 섰던 두 판사는 여러 소송을 거치며 서로를 닮아갔다. 단순히 성향이 바뀐 게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게 되면서 사고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이는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깨달음을 줬다. 법과 판사에 대한 이미지도 바꿨다. 차갑고 멀게만 느껴졌던 법에 친근감을 더했다. 주말이면 시장에서 외할머니의 포장마차 일을 돕던 차오름이나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을 헤매던 바른의 모습은 분명 낯설지 않았다. ‘막말 판사’로 유명한 세상이 집에서는 아내에게 꽉 붙잡혀 산다는 설정도 ‘꼰대’에 대한 편견을 깼다. 이뿐만 아니다. 속기 실무관, 참여관, 실무관, 법원 경위 등 판사 말고도 시민들을 돕는 법정의 일꾼들을 두루 보여줬다. 아울러 법원 내 학연·지연 등의 파벌, 갑을관계, 이로 인해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도 그렸다.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컸다.  (사진=JTBC 방송화면)   ■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이게 바로 초호화 캐스팅 한동안 tvN ‘응답하라 1994’(2013) 성나정의 그늘에 갇혔던 고아라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의욕 넘치는 차오름 역으로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미스 함무라비’로 첫 주연에 나선 김명수는 훌륭하게 극을 이끌었다. 대사 소화력은 물론, 감정 연기도 전작과 비교했을 때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케미스트리도 남달랐다. 비록 ‘미스 함무라비’는 15회 만에 뽀뽀 장면이 나올 정도로 로맨스 비중이 작았으나 고아라와 김명수가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 설렘이 느껴졌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류덕환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미스 함무라비’의 웃음을 책임졌다. 이엘리야는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태성은 재벌 2세부터 극 중 고아라를 향한 순정남까지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미스 함무라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은 중견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성동일·안내상·차순배·이원종·김영옥·박순천·고인범 등이다. 믿고 보는 중견 배우들이 연기하는 서로 다른 어른의 모습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는 평가다.  ‘초호화 캐스팅’의 정의를 새로 쓴 모양새다. ‘미스 함무라비’에는 억대 몸값을 자랑하거나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배우는 없었다. 그렇지만 배우들의 연기, 그 자체가 명품이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친 덕분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모여 시청자 호응을 견인했다. 1회 시청률 3.8%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5.1%(6회)까지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하 동일)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결방한 뒤 방송한 14, 15회도 4.1%, 4.5% 시청률을 각각 보였다. 월화 심야시간대 편성된 점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수치다.

[‘미스 함무라비’ 마치며] 사람 냄새 나는 법정 드라마, 秀作의 탄생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7.17 00:23 | 최종 수정 2137.01.30 00:00 의견 0
(사진=JTBC 방송화면)
(사진=JT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가 영웅들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16일 방송한 최종회에서는 박차오름(고아라)에 대한 징계 요구가 철회됐다. 

임바른(김명수) 정보왕(류덕환) 이도연(이엘리야) 등이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한 덕분이다. 특히 바른은 수석판사(안내상)에게 “박 판사는 배석판사의 가혹 행위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우리도 힘을 모아 맞서겠다”며 “나부터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한세상 역시 수석판사에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분개했다.

남편을 살해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민사44부 판사들이 공정한 판결을 위해 밤낮없이 애쓴 결과였다. 판사들의 진심이 사건에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뒤집은 셈이다.

그러나 이 재판은 세상과 차오름·바른이 함께하는 마지막 재판이 됐다. 세상이 앞서 민사44부에서 불거진 논란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사직서를 제출한 것. 차오름과 바른은 세상을 말렸으나 결국 선배의 뜻을 받아들였다. 재판이 끝난 뒤 세상은 배심원들과 법정에 모인 시민들에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췄다. 

같은 시각 이도연은 사무실에서 새로운 웹소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민사44부 판사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제목은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은 글을 맺으며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라고 했다.

(사진=JT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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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감동적인 진짜 사람 이야기

‘미스 함무라비’는 민사소송을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정물과 달랐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상사의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역으로 해고당한 직원, 나쁜 어른들의 이용으로 도둑질을 해야 했던 남학생,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등 우리 주위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했다. 소송에 얽힌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상주의자 차오름과 개인주의자 바른도 끊임없이 대립했다. 이처럼 양극단에 섰던 두 판사는 여러 소송을 거치며 서로를 닮아갔다. 단순히 성향이 바뀐 게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게 되면서 사고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이는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깨달음을 줬다.

법과 판사에 대한 이미지도 바꿨다. 차갑고 멀게만 느껴졌던 법에 친근감을 더했다. 주말이면 시장에서 외할머니의 포장마차 일을 돕던 차오름이나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을 헤매던 바른의 모습은 분명 낯설지 않았다. ‘막말 판사’로 유명한 세상이 집에서는 아내에게 꽉 붙잡혀 산다는 설정도 ‘꼰대’에 대한 편견을 깼다. 이뿐만 아니다. 속기 실무관, 참여관, 실무관, 법원 경위 등 판사 말고도 시민들을 돕는 법정의 일꾼들을 두루 보여줬다.

아울러 법원 내 학연·지연 등의 파벌, 갑을관계, 이로 인해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도 그렸다.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컸다. 

(사진=JT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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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이게 바로 초호화 캐스팅

한동안 tvN ‘응답하라 1994’(2013) 성나정의 그늘에 갇혔던 고아라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의욕 넘치는 차오름 역으로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미스 함무라비’로 첫 주연에 나선 김명수는 훌륭하게 극을 이끌었다. 대사 소화력은 물론, 감정 연기도 전작과 비교했을 때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케미스트리도 남달랐다. 비록 ‘미스 함무라비’는 15회 만에 뽀뽀 장면이 나올 정도로 로맨스 비중이 작았으나 고아라와 김명수가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 설렘이 느껴졌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류덕환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미스 함무라비’의 웃음을 책임졌다. 이엘리야는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태성은 재벌 2세부터 극 중 고아라를 향한 순정남까지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미스 함무라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은 중견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성동일·안내상·차순배·이원종·김영옥·박순천·고인범 등이다. 믿고 보는 중견 배우들이 연기하는 서로 다른 어른의 모습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는 평가다. 

‘초호화 캐스팅’의 정의를 새로 쓴 모양새다. ‘미스 함무라비’에는 억대 몸값을 자랑하거나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배우는 없었다. 그렇지만 배우들의 연기, 그 자체가 명품이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친 덕분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모여 시청자 호응을 견인했다. 1회 시청률 3.8%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5.1%(6회)까지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하 동일)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결방한 뒤 방송한 14, 15회도 4.1%, 4.5% 시청률을 각각 보였다. 월화 심야시간대 편성된 점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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