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7월 넷째 주(7월 23일 월요일~7월 29일 일요일)의 앨범은 위아더나잇, 닉앤쌔미, FT아일랜드, 라붐, 유정목입니다.
■ 위아더나잇 싱글 ‘드림캐처’ | 2018.7.24.
경쾌하면서도 감성적인 곡들을 발표하던 위아더나잇은 점차 깊어진 몽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두 느낌이 적절히 섞인 멜로디는 귓가를 한 번 치고 흘러 들어온다. 날카로움이 없는 것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다른데, 위아더나잇은 후자다. 그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노래가 조금 무겁고 차갑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런 위아더나잇이 이제는 조금씩 다른 밸런스를 갖춰가고 있다. 신곡 ‘드림캐처’에는 분명 특유의 차분함이 담겨 있다. 동시에 소리의 결은 좀 더 가벼워졌다. 예전의 뜨거움보다 따뜻함과 포근함이 다가온다. 악몽을 쫒아준다는 뜻의 제목인 드림캐처도 그의 연결로 느껴진다. 앞서 발표한 싱글 수록곡 ‘별을 지우고 꿈을 잊고’의 예쁜 멜로디로 시선을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 다만 ‘드림캐처’는 달라진 소리와 분위기로도 기존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이는 위아더나잇이 이제 중심을 잡고 폭을 넓혀가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닉앤쌔미 싱글 ‘Summertime’ | 2018.7.25.
신곡 ‘서머 타임(Summertime)’은 여름에 걸맞은 비트로 시작해 끝까지 시원함을 남기는 곡이다. 처음부터 흥이 가득하던 멜로디는 후렴구에 와서 더욱 화려해진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처럼 더운 날 밤 파티가 열린 느낌을 준다. 특히 ‘서머타임’은 닉앤쌔미가 데뷔 초 보여줬던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점차 벗어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의 장점인 리듬감과 세련미는 부각해 신인답지 않은 유려함을 키운다. 여름이라는 계절감을 잘 살리면서도 뻔한 서머송으로 빠지지 않았음에 닉앤쌔미의 또 다른 가능성이 기대된다.
■ FT아일랜드 미니 ‘WHAT IF’ | 2018.7.26.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를 추구하는 FT아일랜드는 발라드 장르를 대할 때에도 그 묵직함은 내려놓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새 앨범 ‘왓 이프(What if)’ 타이틀곡 ‘여름밤의 꿈’은 조금 새롭다. FT아일랜드가 지닌 흥은 그대로 녹아 있는데 여기에 달콤한 감성이 더해졌다. 특히 이런 멜로디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보컬 이홍기의 창법이 눈에 띈다. 원래 이홍기는 허스키하고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로 귀를 사로잡는데, 여기에서의 그는 평소 말할 때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부드러운 매력이 부각된다. 그러다가 후렴에 접어들면서 목소리는 점점 단단해지고 리드미컬해진다. 이런 입체적인 보컬은 심플한 연주와 맞닿아 노래의 재미를 더욱 살린다.
■ 라붐 싱글 ‘Between Us’ | 2018.7.27.
그간 라붐에게서는 눈에 딱 띄는 콘셉슈얼한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꾸준히 발랄한 모습 안에 약간의 복고풍과 여성스러움을 녹여내 다각도의 매력을 보여줬다. 노래 제목들은 유치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의외로 세련된 중독성으로 차별성을 증명한다. 싱글 ‘비트윈 어스(Between Us)’ 타이틀곡 ‘체온’은 이렇게 잘 드러나지 않았던 라붐의 매력을 모두 끌어 모은 곡이다. 앞선 곡들에서는 여성스러운 매력이 언뜻 보였다면 여기에서는 주된 이미지가 된다. 가냘프고 섬세한 보컬과 멜로디는 어떻게 보면 섹시 콘셉트와도 어울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노래가 너무 가벼워졌을 위험이 크다. 이에 라붐은 기존의 상큼함을 청순함으로 탈바꿈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새롭게 더했다. 변신을 하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은 게 아니라, 기존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매력을 조금 비튼 셈이다. 덕분에 라붐의 변신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현명하게 다가온다.
■ 유정목(9와 숫자들) 싱글 ‘노가리’ | 2018.7.27.
9와 숫자들에서 기타를 치는 유정목이 지난 4월 미니앨범 ‘궤도’에 이어 신곡을 발표했다. 신곡 ‘노가리’는 그 어떤 상황도 아닌, 말 그대로 우리가 안주로 자주 먹는 노가리 그 자체에 관한 곡이다. 관계가 있다면 의인화된 노가리와 이를 바라보는 화자뿐. 맥주를 좋아하는 유정목은 노가리를 보며 귀엽고도 맛있게 느낀다. 동시에 미처 성장하지 못한 채 사람의 입에 들어오는 비극을 맞이하는 노가리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결국 노가리는 작은 위로이자 희망으로 표현된다. 덤덤한 목소리와 서정적인 멜로디에서는 이 모순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러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조금 슬프지만 유정목의 차분한 위트에 웃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