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후팩토리, YNK엔터테인먼트)
[뷰어스=노윤정 기자]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다. 차기작과의 텀이 길지 않았으나 전작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배우 박시후와 신혜선의 이야기다.
박시후와 신혜선은 현재 월화극으로 방영 중인 KBS2 ‘러블리 호러블리’와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 각각 출연하고 있다. 전작 KBS2 ‘황금빛 내 인생’에서 애틋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이제는 시청률 경합을 벌이는 경쟁자가 된 셈이다. 이 인연도 묘한데 박시후와 신혜선 모두 차기작에서 전작의 그림자를 성공적으로 지워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황금빛 내 인생’은 최고 시청률 45.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여느 작품보다 시청자 뇌리에 깊게 각인된 캐릭터를 지우고 두 사람은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KBS2, SBS 방송화면)
신혜선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사고로 인해 열일곱 살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서른 살에 깨어난 우서리 역을 맡고 있다. 우서리는 발랄하고 명랑한 인물로 늘 눈물 흘리던 ‘황금빛 내 인생’ 속 서지안을 전혀 떠올릴 수 없는 캐릭터다. 신혜선이 연기한 서지안은 삶의 온갖 역경을 겪는 인물이다. 힘겹기만 한 삶에 지쳐있던 중 자신이 재벌가 친딸이라는 말에 가족까지 등진 채 재벌가에 들어가고 친딸이 다른 사람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후 자괴감과 죄책감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서지안의 인생은 유독 곡절이 많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때때로 자극적이었다. 하지만 신혜선은 서지안의 갈등과 고뇌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하며 극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서지안의 딱 부러진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마디 한 마디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사를 처리했다.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는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온몸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하드캐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열연이었기에 신혜선 하면 서지안이 떠오를 정도. 때문에 신혜선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어떻게 서지안의 이미지를 지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그러나 그런 시선들 모두 기우였다. 신혜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폭넓은지 입증하고 있다. 신체 나이는 서른 살이지만 정신은 이제 막 열일곱 살 시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우서리 캐릭터를 순수하고 풋풋하게 그리며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노숙을 하고 머리를 산발한 채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는 등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 연기는 작품의 경쾌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그러면서도 코믹한 장면이 자칫 과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완급조절 하는 노련함을 보인다.
(사진=KBS2 방송화면)
박시후 역시 신작 ‘러블리 호러블리’에서 전작 ‘황금빛 내 인생’의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벗고 코믹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박시후는 ‘검사 프린세스’에서 인연을 맺은 소현경 작가의 러브콜로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하게 됐다. 성추문 이후 5년 만의 지상파 복귀. 박시후는 대중의 냉랭한 시선 속에 부담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극 중 박시후는 대기업 재벌 3세 최도경 역을 맡아 서지안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한편 서지안으로 인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오랜만의 복귀였으나 ‘일지매’ ‘가문의 영광’ ‘역전의 여왕’ ‘공주의 남자’ 등을 통해 보여준 애틋하고 애절한 로맨스 연기는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박시후 특유의 달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는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이에 시청자들도 상당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복귀였다.
이 기세를 몰아 박시후는 빠르게 차기작 출연을 확정지었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박시후(유필립)와 송지효(오을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바, 첫 방송 이후 두 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박시후는 허당기 가득한 톱스타 유필립 캐릭터를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 톤부터 바뀌었다.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박시후는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장면들에서 하이톤 목소리로 고조된 감정을 드러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비닐봉지를 쓰거나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오을순 앞에서 폼을 잡는 모습은 박시후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적 없는 모습들로 신선함을 더했다. 첫 방송 전 ‘러블리 호러블리’ 측은 “그동안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많이 선보여 왔던 박시후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자신한 터. 박시후는 그 믿음에 보답하듯 성공적으로 전작의 이미지를 벗었다.
배우에게 출연작의 흥행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대중의 인정을 받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자부심과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동시에 그 작품 속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된다. 특히 다음 작품까지의 텀이 짧다면 전작의 이미지가 많이 잔존해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꼬리표를 떼어내는 어려운 과제를 박시후와 신혜선은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러블리 호러블리’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중 작품의 흥행 성패를 따지자면 평일 미니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승자라 하겠다. 하지만 작품의 시청률과 상관없이 박시후와 신혜선 모두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 변신을 이루며 자신의 기량을 또 한 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