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하나의 상품이 된 시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질의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관련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숙면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성장 중인 새로운 산업을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산업)라고 한다. 슬리포노믹스가 각광 받는 산업으로 떠오른 배경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Pixabay) [뷰어스=노윤정 기자] ‘잠’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 잠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잠을 잔다는 행위가 어떻게 사고 파는 상품이 됐을까.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로 수면산업을 일컫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늘 수면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발달한 신종 산업이다. 미국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개발을 빨리 이룬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슬리포노믹스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슬리포노믹스라는 개념이 아직 대중에게 낯설고 모호하다. 일단 슬리포노믹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간 자체가 길지 않다. 관련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쉽게 설명하자면 숙면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통칭해 수면산업, 즉 슬리포노믹스라고 한다. 슬리포노믹스가 포괄하는 영역은 넓다. 일반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능성 매트리스·베개·이불 등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와 기능성 수면안대·수면양말·잠옷·수면 촉진 식품 등 수면 관련 생활용품, ICT(정보통신기술)·IOT(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해 수면 상태를 점검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해 숙면을 유도하는 제품 모두 슬리포노믹스에 들어가는 상품이다. 수면 상담, 슬립 코디네이팅, 수면캡슐·수면카페·영화관 내 시에스타 서비스 등의 수면공간 제공 서비스 역시 슬리포노믹스에 속한다. 슬리포노믹스에 포함되는 영역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더욱이 그 영역이 빠르게 확장돼 가고 있는 추세다. 이 중 전통적인 슬리포노믹스 아이템인 베개·매트리스 등 침구류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크다. 하지만 현재 슬리포노믹스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은 수면장애 치료제, 수면 관련 의료기기 렌탈 서비스 등 수면질환 관련 산업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슬리포노믹스의 발달은 사람들의 수면질환 발병률이 높아진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단일 요인은 아니지만 수면질환 환자의 증가가 슬리포노믹스를 발달시킨 가장 큰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국내외 슬리포노믹스 현황과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을 분석·연구한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위원은 본지에 “주요 선도국의 현황을 살펴봤을 때 슬리포노믹스는 침대·매트리스와 베개 등 침구산업을 제외하면 수면질환을 치료 또는 보조하기 위한 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첨단 수면산업(첨단 기술을 접목한 수면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첨단 수면산업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첨언했다. 향후 슬리포노믹스는 매트리스에 내장된 센서로 수면 중 심장박동수나 뒤척임 등을 분석해주는 침대, 백색소음이 나오는 헤드밴드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한 아이템들이 선도할 전망이다. (사진=Pixabay) ■ "잠이 보약이라지만"…알면서도 잠 못 자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잠을 사게 됐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이 그만큼 잠을 잘 자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잠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당장 하루만 잠을 자지 않아도 인지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두통, 어지럼증, 기력 저하 등을 느낀다. 수면부족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질환은 물론 비만,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가 증가하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서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전국적으로 11조497억 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잠의 중요성과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의 문제점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물리적인 수면 시간도 전문가들이 성인에게 권고하는 시간(7~8시간)에 못 미치지만 수면의 질 역시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국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숙면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34%가 ‘잠을 잘 못 잔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는 2002년 조사 당시 같은 답변을 한 사람들의 비율이 2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1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사람들이 점점 더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양질의 잠을 자기 위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슬리포노믹스의 부상에 대해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의 신경도 그만큼 더 곤두서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니 잠깐 쉬려고 해도 잠에 들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뭔가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다보니까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자기배려, 힐링 이런 게 트렌드이지 않나.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고 쉴 때는 좀 편안하게 쉬어보자, 이런 흐름이 있다 보니까 편하게 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찾게 되고 이게 관련 산업 발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이처럼 수면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슬리포노믹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45조 원, 9조 원 규모로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성장한 상태다. 미국, 일본에 비해 후발 주자인 중국의 경우도 벌써 슬리포노믹스 시장규모가 38조 원에 달한다. 2010년대 들어서며 뒤늦게 슬리포노믹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내 시장은 현재 약 2조원 규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은환 연구위원은 “슬리포노믹스는 매우 다양한 산업과 연계 또는 중복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확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환자의 욕창 예방을 위해 자동으로 수면자세를 바꿔주는 제품이 가구가 아닌 의료기기로 등록되어 20배가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슬리포노믹스는 가구산업, 침구산업, 의료산업, 제약산업 등 다양한 산업들과 연계되어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처음 물을 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물을 사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며 어느새 물을 사는 행위가 보편화 됐다. 이제 사람들은 공기도 사서 마신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등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잠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당연한 잠자는 행위에 돈을 지불한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산업이 더 발달한다면 질 좋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수면, 산업을 만나다] ①슬리포노믹스, '잠'도 상품이 된다

노윤정 기자 승인 2018.09.10 09:39 | 최종 수정 2137.05.20 00:00 의견 0

잠도 하나의 상품이 된 시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질의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관련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숙면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성장 중인 새로운 산업을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산업)라고 한다. 슬리포노믹스가 각광 받는 산업으로 떠오른 배경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뷰어스=노윤정 기자] ‘잠’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 잠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잠을 잔다는 행위가 어떻게 사고 파는 상품이 됐을까.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로 수면산업을 일컫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늘 수면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발달한 신종 산업이다. 미국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개발을 빨리 이룬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슬리포노믹스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슬리포노믹스라는 개념이 아직 대중에게 낯설고 모호하다. 일단 슬리포노믹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간 자체가 길지 않다. 관련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쉽게 설명하자면 숙면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통칭해 수면산업, 즉 슬리포노믹스라고 한다. 슬리포노믹스가 포괄하는 영역은 넓다. 일반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능성 매트리스·베개·이불 등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와 기능성 수면안대·수면양말·잠옷·수면 촉진 식품 등 수면 관련 생활용품, ICT(정보통신기술)·IOT(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해 수면 상태를 점검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해 숙면을 유도하는 제품 모두 슬리포노믹스에 들어가는 상품이다. 수면 상담, 슬립 코디네이팅, 수면캡슐·수면카페·영화관 내 시에스타 서비스 등의 수면공간 제공 서비스 역시 슬리포노믹스에 속한다. 슬리포노믹스에 포함되는 영역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더욱이 그 영역이 빠르게 확장돼 가고 있는 추세다.

이 중 전통적인 슬리포노믹스 아이템인 베개·매트리스 등 침구류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크다. 하지만 현재 슬리포노믹스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은 수면장애 치료제, 수면 관련 의료기기 렌탈 서비스 등 수면질환 관련 산업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슬리포노믹스의 발달은 사람들의 수면질환 발병률이 높아진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단일 요인은 아니지만 수면질환 환자의 증가가 슬리포노믹스를 발달시킨 가장 큰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국내외 슬리포노믹스 현황과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을 분석·연구한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위원은 본지에 “주요 선도국의 현황을 살펴봤을 때 슬리포노믹스는 침대·매트리스와 베개 등 침구산업을 제외하면 수면질환을 치료 또는 보조하기 위한 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첨단 수면산업(첨단 기술을 접목한 수면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첨단 수면산업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첨언했다. 향후 슬리포노믹스는 매트리스에 내장된 센서로 수면 중 심장박동수나 뒤척임 등을 분석해주는 침대, 백색소음이 나오는 헤드밴드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한 아이템들이 선도할 전망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 "잠이 보약이라지만"…알면서도 잠 못 자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잠을 사게 됐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이 그만큼 잠을 잘 자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잠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당장 하루만 잠을 자지 않아도 인지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두통, 어지럼증, 기력 저하 등을 느낀다. 수면부족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질환은 물론 비만,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가 증가하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서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전국적으로 11조497억 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잠의 중요성과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의 문제점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물리적인 수면 시간도 전문가들이 성인에게 권고하는 시간(7~8시간)에 못 미치지만 수면의 질 역시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국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숙면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34%가 ‘잠을 잘 못 잔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는 2002년 조사 당시 같은 답변을 한 사람들의 비율이 2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1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사람들이 점점 더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양질의 잠을 자기 위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슬리포노믹스의 부상에 대해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의 신경도 그만큼 더 곤두서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니 잠깐 쉬려고 해도 잠에 들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뭔가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다보니까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자기배려, 힐링 이런 게 트렌드이지 않나.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고 쉴 때는 좀 편안하게 쉬어보자, 이런 흐름이 있다 보니까 편하게 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찾게 되고 이게 관련 산업 발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이처럼 수면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슬리포노믹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45조 원, 9조 원 규모로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성장한 상태다. 미국, 일본에 비해 후발 주자인 중국의 경우도 벌써 슬리포노믹스 시장규모가 38조 원에 달한다. 2010년대 들어서며 뒤늦게 슬리포노믹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내 시장은 현재 약 2조원 규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은환 연구위원은 “슬리포노믹스는 매우 다양한 산업과 연계 또는 중복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확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환자의 욕창 예방을 위해 자동으로 수면자세를 바꿔주는 제품이 가구가 아닌 의료기기로 등록되어 20배가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슬리포노믹스는 가구산업, 침구산업, 의료산업, 제약산업 등 다양한 산업들과 연계되어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처음 물을 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물을 사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며 어느새 물을 사는 행위가 보편화 됐다. 이제 사람들은 공기도 사서 마신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등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잠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당연한 잠자는 행위에 돈을 지불한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산업이 더 발달한다면 질 좋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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