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태국에서 구조된 돌고래의 뱃속엔 비닐봉지가 가득했다. 바다에서 구조된 거북이의 코에선 플라스틱 빨대가 나왔다. 바다 생물의 처참한 모습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노 플라스틱’을 외치고 있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제로 웨이스트’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말 그대로 쓰레기 제로, 쓰레기 없이 살기라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최근 SNS상에서도 심상치 않게 만나볼 수 있음 움직임이기도 하다.  지난 8월부터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그간의 환경 정책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일상에서 불편함이 피부로 와 닿으니 환경 문제가 다시 보였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없이 살기에 동참해보기로 했다. 내가 사용하는 쓰레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실행 전 일단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은 했는데 문제는 주위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지금 앉아있는 책상을 보니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씨를 쓰는 펜부터 연필꽂이, 수납용 서랍, 안경집, 멀티콘센트까지 플라스틱이 아닌 게 없다. 심지어 지금 두드리고 있는 자판과 마우스 조차도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플라스틱, 비닐, 일회용품 쓰레기를 새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우선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텀블러와 종이빨대, 장바구니다. 집에 텀블러가 한 가득이다. 어릴 때 도시락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도시락도 시켜먹었었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귀찮아서 가지고 나간 적이 없다. 먼지만 쌓였던 텀블러를 씻어서 가방에 넣었다. 비닐봉지 사용을 막기 위해서 장바구니도 챙겼다.  ■ 노 플라스틱 본격 실행 오전 9시: 출근 하면서 커피점에 들렀다. 잠 깨려면 카페인이 들어가야 한다. 집에서 챙겨온 텀블러를 꺼냈다. 출근하면서 몇 번을 후회했다. 노트북에 다이어리, 파우치에 텀블러까지 더해지니 어깨가 빠질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사무실에 오니 은근 마음이 뿌듯하다. 참고로 텀블러를 이용하면 음료값을 몇 백원 아낄 수 있다.  오후 12시: 점심시간은 베트남 쌀국수였다.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릇도 유리에 수저도 플라스틱이지만 다회용이었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쓰레기 제로에 도전했다면 실패였다. 영수증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만 기준으로 삼아서 다행이었다.  오후 3시: 편의점을 들렀다. 목도 마르고 주전부리도 하려고 했는데 편의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제품은 일회용 용기에 담겨 있었고 비닐로 포장되지 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어려웠다. 그나마 음료수만 선택 폭이 있는 셈이었다.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을 골랐다.  오후 7시: 카페 2차 방문. 퇴근 후 마감해야 할 기사가 남아서 카페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했다. 당당히 가져왔던 텀블러는 아까 먹고 나서 씻어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차마 직원에게 씻어달라고 부탁하기가 미안했다. 화장실로 가서 물로만 세척해서 다시 음료를 주문했다.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함께 먹으려고 사 온 샌드위치가 아주 곱게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실패다. 나갈 때 쇼케이스 안을 살펴 봤더니 포장 안 된 제품은 없었다. 과일도 다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상황. 샌드위치가 아니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오후 11시: 집으로 돌아온 후 더 이상의 쓰레기는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엔 그렇게 반가웠던 택배가 오늘만큼은 반갑지 않다. 택배 상자는 종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될 것이다. 문제는 안에 있었다. 물건 손상을 막기 위해서 포장용 완충제가 정성스럽게 싸여 있는 상태였다. 완전한 실패다. ■ 반성의 시간  ‘플라스틱 안 쓰면 되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생각보다 플라스틱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종이컵을 쓴다고 하지만 종이컵의 내부 표면도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광범위하다. 좀 더 자신이 내놓는 쓰레기를 유심히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텀블러와 대체 빨대 사용은 권하고 싶다.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한 것도 있지만 매장 내에서 제공하는 유리컵의 위생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았었다. 텀블러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텀블러를 쓰니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텀블러 사용을 권고하려면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주어지는 혜택은 단돈 몇백원 정도다 보니 귀찮음과 무거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테이크아웃 잔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부담이 느껴질 정도의 컵 값을 받는 게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플라스틱 대란]③ 실패의 연속…“노 플라스틱” 실천기

남우정 기자 승인 2018.11.05 12:59 | 최종 수정 2137.09.09 00:00 의견 0

지난 5월 태국에서 구조된 돌고래의 뱃속엔 비닐봉지가 가득했다. 바다에서 구조된 거북이의 코에선 플라스틱 빨대가 나왔다. 바다 생물의 처참한 모습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노 플라스틱’을 외치고 있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제로 웨이스트’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말 그대로 쓰레기 제로, 쓰레기 없이 살기라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최근 SNS상에서도 심상치 않게 만나볼 수 있음 움직임이기도 하다. 

지난 8월부터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그간의 환경 정책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일상에서 불편함이 피부로 와 닿으니 환경 문제가 다시 보였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없이 살기에 동참해보기로 했다. 내가 사용하는 쓰레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실행 전

일단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은 했는데 문제는 주위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지금 앉아있는 책상을 보니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씨를 쓰는 펜부터 연필꽂이, 수납용 서랍, 안경집, 멀티콘센트까지 플라스틱이 아닌 게 없다. 심지어 지금 두드리고 있는 자판과 마우스 조차도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플라스틱, 비닐, 일회용품 쓰레기를 새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우선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텀블러와 종이빨대, 장바구니다. 집에 텀블러가 한 가득이다. 어릴 때 도시락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도시락도 시켜먹었었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귀찮아서 가지고 나간 적이 없다. 먼지만 쌓였던 텀블러를 씻어서 가방에 넣었다. 비닐봉지 사용을 막기 위해서 장바구니도 챙겼다. 

■ 노 플라스틱 본격 실행

오전 9시: 출근 하면서 커피점에 들렀다. 잠 깨려면 카페인이 들어가야 한다. 집에서 챙겨온 텀블러를 꺼냈다. 출근하면서 몇 번을 후회했다. 노트북에 다이어리, 파우치에 텀블러까지 더해지니 어깨가 빠질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사무실에 오니 은근 마음이 뿌듯하다. 참고로 텀블러를 이용하면 음료값을 몇 백원 아낄 수 있다. 

오후 12시: 점심시간은 베트남 쌀국수였다.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릇도 유리에 수저도 플라스틱이지만 다회용이었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쓰레기 제로에 도전했다면 실패였다. 영수증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만 기준으로 삼아서 다행이었다. 

오후 3시: 편의점을 들렀다. 목도 마르고 주전부리도 하려고 했는데 편의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제품은 일회용 용기에 담겨 있었고 비닐로 포장되지 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어려웠다. 그나마 음료수만 선택 폭이 있는 셈이었다.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을 골랐다. 

오후 7시: 카페 2차 방문. 퇴근 후 마감해야 할 기사가 남아서 카페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했다. 당당히 가져왔던 텀블러는 아까 먹고 나서 씻어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차마 직원에게 씻어달라고 부탁하기가 미안했다. 화장실로 가서 물로만 세척해서 다시 음료를 주문했다.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함께 먹으려고 사 온 샌드위치가 아주 곱게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실패다. 나갈 때 쇼케이스 안을 살펴 봤더니 포장 안 된 제품은 없었다. 과일도 다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상황. 샌드위치가 아니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오후 11시: 집으로 돌아온 후 더 이상의 쓰레기는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엔 그렇게 반가웠던 택배가 오늘만큼은 반갑지 않다. 택배 상자는 종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될 것이다. 문제는 안에 있었다. 물건 손상을 막기 위해서 포장용 완충제가 정성스럽게 싸여 있는 상태였다. 완전한 실패다.

■ 반성의 시간 

‘플라스틱 안 쓰면 되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생각보다 플라스틱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종이컵을 쓴다고 하지만 종이컵의 내부 표면도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광범위하다. 좀 더 자신이 내놓는 쓰레기를 유심히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텀블러와 대체 빨대 사용은 권하고 싶다.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한 것도 있지만 매장 내에서 제공하는 유리컵의 위생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았었다. 텀블러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텀블러를 쓰니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텀블러 사용을 권고하려면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주어지는 혜택은 단돈 몇백원 정도다 보니 귀찮음과 무거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테이크아웃 잔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부담이 느껴질 정도의 컵 값을 받는 게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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