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화네트웍스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 '열혈사제'의 시도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SBS 새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 연출 이명우)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이명우 PD는 성직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의의 힘으로 악을 깨부수는 신부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것이라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사람’ 이야기임을 강조하며 작품에 대해 유쾌한 웃음이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어느 정도 통한 모양새다. 전적으로 ‘병맛’을 내세운 ‘열혈사제’는 무거울 법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노선을 분명히 해 웃음을 준다. 드라마 ‘귓속말’ ‘펀치’ 등으로 짙은 연출을 선보인 이명우 PD와 드라마 ‘김과장’으로 통쾌한 웃음으로 신뢰를 얻은 박재범 작가가 만난 결과다. 하지만 그 뒤편으로는 ‘불호’의 시선을 던지는 시청자들 또한 존재한다.
(사진=SBS 화면 캡처)
이날 방송에서는 거짓말로 굿을 하며 동네 사람들의 돈을 빼돌리는 무리를 처단하는 김해일(김남길)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해일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죄를 짓는 이들만 보면 폭발했다. 이 같은 성격으로 남을 돕고도 경찰서를 드나들기를 여러 번. 그럴 때마다 각종 종교의 인사들이 경찰서로 찾아와 김해일의 편을 들며 그의 정의를 입증했다. 하지만 주변 신부들은 이런 김해일의 행동에 힘들어했고, 결국 구속영장이 떨어지기 전 김해일은 자신이 머물던 보육원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성당으로 돌아온 김해일은 아버지와 같은 주임 신부 이영준(정동환)과 재회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뭉친 만큼 드라마 속 연기는 매끄럽게 흘러간다. 김남길은 어딘가 허술하고 자기 제어를 하지 못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사정이 있을 법한 캐릭터를 통해 무게중심을 잡았다. 결코 들뜨지 않은 채 코믹과 진지함이 동시에 서려있는 눈빛과 표정은 극에 안정감을 줬다. 이하늬와 김성균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이하늬는 물불 안 가리는 언행에 어디서나 당당한 태도의 박경선과 찰떡이었다. 과장된 듯하면서 도를 넘지 않는 연기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김성균의 코믹연기는 ‘열혈사제’가 줄 웃음에 있어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제공)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이는 달리 말해 드라마가 어떤 전개를 펼치느냐에 따라 ‘연기만’ 남을 수도 있는 위험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첫 회로 미루어 본 ‘열혈사제’는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전개가 산만한 편이다. 순간순간 배우들의 연기에 순간순간 웃음은 나는데 내용의 이해도는 떨어진다.
무엇보다 ‘열혈사제’가 내세운 웃음은 짙은 톤을 가볍게 풀어내는 데서 온다. 직업과 행동의 괴리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신부가 경찰서에 드나들고 미사시간에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런가 하면 경찰이 조폭들에게 옷을 빼앗겨 알몸으로 돌아다니며 조폭 무리의 부당한 일에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 한다. 이와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까 드라마 측은 가톨릭 홍보팀에도 자문을 받는 등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타당성을 확보했다 한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이다. 이런 웃음 포인트는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아무래도 종교를 다룬 내용이라 리얼리티에 대한 지적이 있다. “최소한 기본은 지켜야 할 것 같다” “왜 성호경을 하다 마는 건지” 등 의견이 나왔다. “정신없고 유치하다” “산만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진=삼화네트웍스 제공)
그런가 하면 “김남길과 이하늬 붙는 장면이 재밌다” “스토리 잡히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천주교 신자이지만 이런 반전 재미있다” “진지함 버리고 보면 웃기다”는 긍정적인 피드백 또한 있어 아직은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게다가 지상파에서는 처음으로 내세운 금토드라마이기에 드라마 부문에 있어서는 경쟁상대가 없다. 예능 쪽으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금요일의 tvN ‘커피프렌즈’, MBC ‘나 혼자 산다’, 토요일의 JTBC ‘아는 형님’ MBC ‘전지적 참견시점’ 등 인기 예능이 모두 오후 9시나 11시 블록을 쥐고 있는 상황. 빈틈을 노려 금토극을 신설한 만큼 예능을 보기 전후로 리모콘을 돌릴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