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약한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서 사실 강자보다 더 강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와 지난해 개봉한 ‘그것만이 내 세상’은 부족해서 서로에게 더 힘이 되는 두 남자의 ‘진짜 형제 되기’ 과정을 그린 영화다.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지체 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 장애인 동구(이광수),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등 장애인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까지. 두 영화가 담은 같은 재료를 어떻게 다르게 조리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린 시절 ‘책임의 집’에서 만난 세하와 동구가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진짜 가족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동구의 엉뚱함에 복장 터지는 세하의 모습이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아픔이 담긴 그들의 사연이 점차 드러나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 역시 17년 만에 만난 형제가 상대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며 진짜 형제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뭉클함을 선사한다.
두 형제가 웃음과 감동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관객들의 편안한 몰입을 이끈다는 점은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가진 힘이다. 동시에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는 장애인을 향한 안타까운 시선이나 편견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준다.
사진=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가진 동구와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자인 진태의 성장 스토리가 또 다른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 역시 같다. 세하와 조하는 동생이 재능을 키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동생들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등 성장 스토리의 기본 전개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형제들의 찰떡같은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이렇듯 큰 유사함을 보이는 두 영화지만, 후반부 전개 방식의 결정적인 차이가 작품의 색깔을 다르게 만든다.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그것만이 내 세상’이 더 적합하다. 후반부 진태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것에 방점을 찍게 되고, 이에 영화는 그의 음악을 통해 보는 이들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진태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 장면이 길게 포착돼 마치 한 편의 음악 영화를 보는듯한 감동을 안기는 것이다.
반면 ‘나의 특별한 형제’ 후반부는 세하와 동구는 물론, 뒤늦게 동구를 찾아온 엄마와 그의 친구인 미현(이솜 분)과 사회복지 공무원 송 주사(박철민 분)의 이야기를 골고루 담아내며 ‘연대’의 의미를 확장시키는데 주력한다. 무게감을 나눠가진 만큼 감정적 클라이맥스는 ‘그것만이 내 세상’보다 약하지만, 부족한 이들이 서로 돕는 훈훈한 모습이 남긴 영화의 메시지는 강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