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가진 강박 증세를 토로하며 창작자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봉테일’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고민이 있었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속에 처음 있는 일일만큼 큰 성과를 거둔 봉 감독이지만 언론의 집중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며 쑥스러움을 표했다. 특히 입국 당시 공항에 수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마치 국가 대표가 된 것 같아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기자 분들이 운집한 상황이 적응이 안 됐다. 감사한 일이지만 칸이 올림픽은 아니라 예상을 못 했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척 했지만 굉장히 쑥스러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뒤에 지나갔다는 것도 몰랐다. 알았으면 사인이나 받을 걸 그랬다.” 수상 이후 박찬욱 감독, 변희봉 등 동료 영화인들의 축하를 받은 것은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SNS로 공개 축하를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봉 감독은 떠들썩한 축하가 쑥스럽다는 듯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의 인연을 농담 스럽게 털어놨다. “델토르 감독이 제일 먼저 트위터에 올려서 나를 축하해줬다. 감독들도 여러 부류가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감독들끼리 친한 건 아니다. ‘덕후’들끼리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2년 전 칸에서 만났는데 그때 ‘덕후’끼리의 정보를 나눴다.” 배우 송강호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 대한 고민 때문에 힘들 때에도 송강호가 모든 것을 표현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송강호는 인간 알약이다. 형님을 보면 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저 형님과 함께라면 모든 걸 찍을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지지해줄 것 같다. 이런 관계는 ‘살인의 추억’ 때부터 형성 된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 대참사를 경험한 뒤 송강호와 논두렁을 건너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정신적으로 의지를 했다. 여전히 그런 느낌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디테일한 설정들로 현실성을 높이기로 정평이나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만큼, 봉 감독의 작업 과정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봉 감독은 실제로는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가 심해 작업에 집착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가 심하다. 다행히 직업이 감독이다 보니 이런 성격이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한 거다. 불안함에 콘티를 자세하게 그리고 그려 놓으면 그거대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픔을 영화 메이킹적으로 투자시켜 버리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의아해 하더라. 약을 먹으라고 한다. 약을 먹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시나리오를 쓸 때 예민해야 하는데 그게 무뎌질까봐 그 두려움 때문에 먹으라고 해도 약을 못 먹는다.” 늘 날선 감각을 유지하며 만들고 싶은 영화는 결국 장르 영화다. 물론 고전적인 장르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변주를 거쳐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를 말한다. 그래서 봉 감독은 독특한 장르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더욱 의미 부여를 했다. “나는 내 자신이 장르 영화 감독이라는 생각을 한다. 장르의 아름다움을 항상 찬양하려고 한다. 물론 약간 이상한 장르를 만든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예술 영화를 만든 것도 장르 영화의 하이브리드를 하려던 것도 아니다. 하던 대로 한 것이다. 관객 분들은 체험적, 경험적으로 칸 영화제 수상 감독은 까다롭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펄프픽션’이나 ‘피아노’ 같은 경우는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대중적인 면이 있었다. 나중에 ‘기생충’도 그런 영화들과 함께 분류가 될 것 같다.”

[마주보기②] ‘기생충’ 봉준호 감독,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까지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6.04 10:45 | 최종 수정 2138.11.07 00:00 의견 0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가진 강박 증세를 토로하며 창작자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봉테일’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고민이 있었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속에 처음 있는 일일만큼 큰 성과를 거둔 봉 감독이지만 언론의 집중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며 쑥스러움을 표했다. 특히 입국 당시 공항에 수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마치 국가 대표가 된 것 같아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기자 분들이 운집한 상황이 적응이 안 됐다. 감사한 일이지만 칸이 올림픽은 아니라 예상을 못 했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척 했지만 굉장히 쑥스러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뒤에 지나갔다는 것도 몰랐다. 알았으면 사인이나 받을 걸 그랬다.”

수상 이후 박찬욱 감독, 변희봉 등 동료 영화인들의 축하를 받은 것은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SNS로 공개 축하를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봉 감독은 떠들썩한 축하가 쑥스럽다는 듯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의 인연을 농담 스럽게 털어놨다.

“델토르 감독이 제일 먼저 트위터에 올려서 나를 축하해줬다. 감독들도 여러 부류가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감독들끼리 친한 건 아니다. ‘덕후’들끼리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2년 전 칸에서 만났는데 그때 ‘덕후’끼리의 정보를 나눴다.”

배우 송강호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 대한 고민 때문에 힘들 때에도 송강호가 모든 것을 표현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송강호는 인간 알약이다. 형님을 보면 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저 형님과 함께라면 모든 걸 찍을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지지해줄 것 같다. 이런 관계는 ‘살인의 추억’ 때부터 형성 된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 대참사를 경험한 뒤 송강호와 논두렁을 건너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정신적으로 의지를 했다. 여전히 그런 느낌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디테일한 설정들로 현실성을 높이기로 정평이나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만큼, 봉 감독의 작업 과정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봉 감독은 실제로는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가 심해 작업에 집착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가 심하다. 다행히 직업이 감독이다 보니 이런 성격이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한 거다. 불안함에 콘티를 자세하게 그리고 그려 놓으면 그거대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픔을 영화 메이킹적으로 투자시켜 버리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의아해 하더라. 약을 먹으라고 한다. 약을 먹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시나리오를 쓸 때 예민해야 하는데 그게 무뎌질까봐 그 두려움 때문에 먹으라고 해도 약을 못 먹는다.”

늘 날선 감각을 유지하며 만들고 싶은 영화는 결국 장르 영화다. 물론 고전적인 장르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변주를 거쳐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를 말한다. 그래서 봉 감독은 독특한 장르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더욱 의미 부여를 했다.

“나는 내 자신이 장르 영화 감독이라는 생각을 한다. 장르의 아름다움을 항상 찬양하려고 한다. 물론 약간 이상한 장르를 만든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예술 영화를 만든 것도 장르 영화의 하이브리드를 하려던 것도 아니다. 하던 대로 한 것이다. 관객 분들은 체험적, 경험적으로 칸 영화제 수상 감독은 까다롭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펄프픽션’이나 ‘피아노’ 같은 경우는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대중적인 면이 있었다. 나중에 ‘기생충’도 그런 영화들과 함께 분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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