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국내 최고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박차고 나왔다. 의리를 중시하는 회사다보니 재계약 시즌에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내밀었지만, 이를 정중히 고사한 건 기타리스트 정모다. 작년 겨울 무렵 독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네 번이나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아티스트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낀 탓이었다. 수 백번을 거듭해 고민한 끝에 정모는 회사를 나와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3일 SM의 둥지를 벗어나 첫 음원을 발매했다. 미친 듯이 사랑하는 과일 복숭아가 주제다. 가수의 길을 걸으며 인생의 변곡점에서 스토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정모다. 굉열음을 내며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며 ‘록 스피릿’을 선보일 것 같은 정모의 신곡 ‘복숭아’는 발랄하고 명랑하다. ‘세상, 이보다 더 맑을 수는 없다’의 느낌이다. 대부분의 예상을 빗겨간 것은 물론 기존의 이미지를 부숴버린 정모를 만났다. SM을 떠나 혈혈단신이 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첫 음원에 대한 속내, 현실적인 고민, 앞으로 그려갈 미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화를 나눴다.   ◇“너무 좋은 환경…공무원이 되는 것 같았다” 회사원으로 치면 최상의 복지를 지원하는 대기업을 나온 셈이다. 기업에서는 내 칠 생각이 없었는데, 독자적으로 걸어 나왔다. 혹자는 정모에게 “배가 불렀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짐작마저 쉽지 않았다. 정모는 “좋은 혜택이 오히려 고민거리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SM은 정말 좋은 회사다. 편하게 음악을 했던 것 같다. 지원이나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있다. 워낙 좋은 환경이다 보니까 공무원이 된 느낌을 받았다. 때 되면 음반 나오고, 숙식 제공되고, 필요할 때 차 태워주고 최고의 녹음실도 원할 때마다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좋은 환경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절실함이 없어지더라. 음악 하나를 위해 열정과 애정을 쏟아 부어야 걸작이 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SM 덕에 많은 것이 너무 손 쉬웠다. 누구는 이 녹음실을 사용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데 난 가고 싶으면 갔다. 그러다보니 매너리즘도 생겼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완벽한 복지가 해이한 태도로 이어졌고, 변화의 필요성이 감지됐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겪는 상황이다. 실례로 가수이자 방송인인 윤종신 역시 일정한 패턴의 삶을 반복하다보니 음악적으로 도태되는 듯한 자신을 발견해 10월에 모든 방송을 접고 해외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정모는 “이 자체가 내 욕심일 수 있다. 배가 불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다.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봤다. 자켓, 뮤직비디오 섭외, 녹음실 등등 다 내 스스로 한 것”이라며 “뿌듯해 했다.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 ◇“복숭아를 사랑하는 마음, 따뜻하게 담았다” SM을 벗어나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곡이 ‘복숭아’다. 정모 팬들은 이미 그가 얼마나 복숭아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일부 팬들은 여름만 되면 정모에게 복숭아를 선물한다. 복숭아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인 그다. 그 애정을 노래에 듬뿍 담았다. 뮤직비디오는 미모의 여성보다 복숭아가 더 좋다는 텍스트를 시각화했다. 트랙스 시절 사나운 소리가 귀를 찢는 것 같은 음악을 주로 선보여온 정모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곡이다. 정모가 가진 미성의 음색과 어우러지는 멜로디가 애니메이션 속 맑은 하늘을 연상시킨다. 듣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법한 곡이다. “트랙스가 주로 하드한 음악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 정모는 “작곡은 그럴 수 있지만 노래는 미성이기 때문에 발랄한 걸 좋아한다. 유리상자나 여행스케치의 노래를 많이 부른다. 사실 보컬 욕심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음반에도 보컬 대신 보이스라고 썼다. 일종의 겸손의 표현이다. 뮤지컬 ‘오디션’에 출연했다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보컬리스트라기보다 내 목소리로 표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음원을 발매한 계기를 설명했다. 멜로디가 맑은 가운데 복숭아에 대한 예찬이 담긴 가사가 정모의 목소리로 흐른다. 복숭아에 담긴 서브텍스트는 없다. 오롯이 그 애정이 전부라고 한다.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는 “작년 가을쯤에 곡이 만들어졌다. 여러 곡들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차에 노래는 밝은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복숭아로 결정했다. 누가 들어도 따뜻한 느낌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이걸 여름에 발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7월 23일이 세계적인 ‘복숭아 데이’다. 그래서 발매일도 이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은데, 여름휴가 때 어머니가 복숭아를 줬다. 푸른 바다랑 어울려서 그랬는지 엄청 맛있었다. 그 때부터 늘 복숭아를 찾았던 것 같다. 귤은 여름에도 먹는데, 복숭아는 겨울에 못 먹는다. 시장에 가서 복숭아를 보면 사람들이 익었는지를 확인하려고 복숭아를 눌러본다. 그럼 멍이 든다. 그럼 진심으로 마음이 안 좋다. 그 정도로 복숭아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모의 나이 35세, 불혹을 5년 앞둔 남성의 언어라고 하기엔 순수함만이 가득했다. 그 순수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 ‘복숭아’다. 헨리가 바이올린 선율로 피처링을 했고, 정모의 미성이 기분 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뮤직비디오는 신동 감독이 초저예산으로 찍었음에도, 독특한 포인트가 눈에 띈다. SM의 의리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정모는 “헨리랑은 오랜 룸메이트다. 바이올린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헨리가 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부탁했다. 헨리가 흔쾌히 OK를 했을 뿐 아니라 중국에 있다가도 들어와서 녹음을 해줬다. 신동도 바로 오케이를 해줬다. 신동은 젊고 예쁜 여자보다 복숭아를 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주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웃어보였다.

[마주보기①] ‘가수의 길’ 걷는 정모의 ‘NEW 스토리텔링’

함상범 기자 승인 2019.08.01 11:44 | 최종 수정 2139.03.01 00:00 의견 0
사진제공=김정모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국내 최고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박차고 나왔다. 의리를 중시하는 회사다보니 재계약 시즌에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내밀었지만, 이를 정중히 고사한 건 기타리스트 정모다.

작년 겨울 무렵 독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네 번이나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아티스트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낀 탓이었다. 수 백번을 거듭해 고민한 끝에 정모는 회사를 나와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3일 SM의 둥지를 벗어나 첫 음원을 발매했다. 미친 듯이 사랑하는 과일 복숭아가 주제다. 가수의 길을 걸으며 인생의 변곡점에서 스토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정모다.

굉열음을 내며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며 ‘록 스피릿’을 선보일 것 같은 정모의 신곡 ‘복숭아’는 발랄하고 명랑하다. ‘세상, 이보다 더 맑을 수는 없다’의 느낌이다. 대부분의 예상을 빗겨간 것은 물론 기존의 이미지를 부숴버린 정모를 만났다. SM을 떠나 혈혈단신이 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첫 음원에 대한 속내, 현실적인 고민, 앞으로 그려갈 미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화를 나눴다.

 

◇“너무 좋은 환경…공무원이 되는 것 같았다”

회사원으로 치면 최상의 복지를 지원하는 대기업을 나온 셈이다. 기업에서는 내 칠 생각이 없었는데, 독자적으로 걸어 나왔다. 혹자는 정모에게 “배가 불렀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짐작마저 쉽지 않았다.

정모는 “좋은 혜택이 오히려 고민거리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SM은 정말 좋은 회사다. 편하게 음악을 했던 것 같다. 지원이나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있다. 워낙 좋은 환경이다 보니까 공무원이 된 느낌을 받았다. 때 되면 음반 나오고, 숙식 제공되고, 필요할 때 차 태워주고 최고의 녹음실도 원할 때마다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좋은 환경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절실함이 없어지더라. 음악 하나를 위해 열정과 애정을 쏟아 부어야 걸작이 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SM 덕에 많은 것이 너무 손 쉬웠다. 누구는 이 녹음실을 사용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데 난 가고 싶으면 갔다. 그러다보니 매너리즘도 생겼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완벽한 복지가 해이한 태도로 이어졌고, 변화의 필요성이 감지됐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겪는 상황이다. 실례로 가수이자 방송인인 윤종신 역시 일정한 패턴의 삶을 반복하다보니 음악적으로 도태되는 듯한 자신을 발견해 10월에 모든 방송을 접고 해외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정모는 “이 자체가 내 욕심일 수 있다. 배가 불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다.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봤다. 자켓, 뮤직비디오 섭외, 녹음실 등등 다 내 스스로 한 것”이라며 “뿌듯해 했다.

사진제공=김정모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

◇“복숭아를 사랑하는 마음, 따뜻하게 담았다”

SM을 벗어나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곡이 ‘복숭아’다. 정모 팬들은 이미 그가 얼마나 복숭아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일부 팬들은 여름만 되면 정모에게 복숭아를 선물한다. 복숭아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인 그다. 그 애정을 노래에 듬뿍 담았다. 뮤직비디오는 미모의 여성보다 복숭아가 더 좋다는 텍스트를 시각화했다.

트랙스 시절 사나운 소리가 귀를 찢는 것 같은 음악을 주로 선보여온 정모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곡이다. 정모가 가진 미성의 음색과 어우러지는 멜로디가 애니메이션 속 맑은 하늘을 연상시킨다. 듣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법한 곡이다.

“트랙스가 주로 하드한 음악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 정모는 “작곡은 그럴 수 있지만 노래는 미성이기 때문에 발랄한 걸 좋아한다. 유리상자나 여행스케치의 노래를 많이 부른다. 사실 보컬 욕심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음반에도 보컬 대신 보이스라고 썼다. 일종의 겸손의 표현이다. 뮤지컬 ‘오디션’에 출연했다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보컬리스트라기보다 내 목소리로 표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음원을 발매한 계기를 설명했다.

멜로디가 맑은 가운데 복숭아에 대한 예찬이 담긴 가사가 정모의 목소리로 흐른다. 복숭아에 담긴 서브텍스트는 없다. 오롯이 그 애정이 전부라고 한다.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는 “작년 가을쯤에 곡이 만들어졌다. 여러 곡들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차에 노래는 밝은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복숭아로 결정했다. 누가 들어도 따뜻한 느낌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이걸 여름에 발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7월 23일이 세계적인 ‘복숭아 데이’다. 그래서 발매일도 이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은데, 여름휴가 때 어머니가 복숭아를 줬다. 푸른 바다랑 어울려서 그랬는지 엄청 맛있었다. 그 때부터 늘 복숭아를 찾았던 것 같다. 귤은 여름에도 먹는데, 복숭아는 겨울에 못 먹는다. 시장에 가서 복숭아를 보면 사람들이 익었는지를 확인하려고 복숭아를 눌러본다. 그럼 멍이 든다. 그럼 진심으로 마음이 안 좋다. 그 정도로 복숭아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모의 나이 35세, 불혹을 5년 앞둔 남성의 언어라고 하기엔 순수함만이 가득했다. 그 순수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 ‘복숭아’다. 헨리가 바이올린 선율로 피처링을 했고, 정모의 미성이 기분 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뮤직비디오는 신동 감독이 초저예산으로 찍었음에도, 독특한 포인트가 눈에 띈다. SM의 의리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정모는 “헨리랑은 오랜 룸메이트다. 바이올린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헨리가 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부탁했다. 헨리가 흔쾌히 OK를 했을 뿐 아니라 중국에 있다가도 들어와서 녹음을 해줬다. 신동도 바로 오케이를 해줬다. 신동은 젊고 예쁜 여자보다 복숭아를 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주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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