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일본의 경제 도발에 한국 정부가 통상 정책과 외교전 등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자발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통해서다. 대법원의 일본기업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후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이어졌고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은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했고 한국 정부 역시 대응방침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더욱 규모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상품을 대표하는 몇몇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 양상은 기업 지분 구조와 원료의 원산지까지 파고들며 체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광복절이 불매 운동 열기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시장의 추이 및 향후 일본불매운동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 대형마트 소극적 태도 속 점진적 변화 눈길 오프라인 시장의 대표격이라 할 만한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일본 맥주다. 대부분 대형마트가 발주 중단 선언과 함께 할인 및 판촉 행사에서도 일본 맥주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소비자 심리를 반영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조치를 대형마트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동참 선언으로 보기는 힘들다. 불매 운동의 주 타깃이 된 일본 맥주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재고 처분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발주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는 격인 상황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몇 곳을 실제로 방문해 일본 제품의 판매 현황을 체크해본 결과 안내문을 통해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은 킴스클럽과 하나로마트 일부 지점 정도였다. 여전히 일본제품은 즐비한 상황인 대형마트가 다수다. 일본산 완구, 식음료, 생필품 등은 여전히 메인 진열장에 비치돼 있고 판촉 행사에 일본 맥주가 포함되거나 일본 맥주 기본 가격을 할인 수준으로 낮춘 대형마트가 적지 않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후 팔리지 않는 일본산 과자의 할인 판매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진=마트노동조합 SNS) 다만 대형마트의 점진적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불매 운동이 지속되며 대형마트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추석 선물 판촉에서도 일본 제품을 제외하고 있다. 지난해 명절 선물로 일본 위스키를 판매했던 이마트는 올 추석 선물에서 해당 품목을 제외했으며, 홈플러스 등도 사케나 화과자 등 일본 제품을 선물세트 구성에서 빼고 있다. 소비자 뿐 아니라 마트산업노동조합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며 대형마트를 압박하고 있다. 전국 대형마트에 일본 제품 안내 거부 현수막을 부착하고 점포 안팎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으며, 마트 회사에 일본제품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전조합원은 매장 내 일본 제품에 대한 안내를 전면 중단하고 이를 알리는 버튼을 유니폼에 부착해 일본 제품 불매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 편의점은 일본제품 수두룩, 브랜드 단독 매장 타격 더 커 소비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있는 오프라인 시장인 편의점의 경우 일본 불매 운동의 수준은 브랜드와 매장별 편차가 상당한 상황이다. 편의점 역시 일본 제품 불매의 선봉은 맥주였다. 지난달 25일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본사 등은 8월1일부터 일본 맥주를 ‘수입맥주 4캔 1만원’ 할인 품목에서 제외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된 8월 초부터 중순까지 유심히 체크하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주류, 식음료, 생필품 등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본 브랜드 제품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4캔의 만원’ 행사에 일본 맥주가 포함된 편의점이 다수 존재했다. 주류는 법률상 세금 문제 등으로 편의점 본사에 반품이 불가능하기에 점주가 고스란히 그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다수 편의점주들은 본사의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지만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그렇지 못한 매장들도 있다고 호소한다. GS25는 지난달 23일 배포한 새 홍보 전단에서 일본 맥주 이미지를 삭제했지만 실제로는 할인행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GS25 관계자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새로운 홍보 전단에서 일본산 맥주 이미지를 삭제한 것은 맞지만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건 아니었다”며 “할인 행사 건에 대해서도 이미 5월 중순부터 진행해왔던 행사로서 일부 점포의 잔여 재고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본사 차원에서는 편의점 CU가 일본 불매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케이스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8월 1+1, 2+1 할인 상품에서 불매 리스트에 오른 상품을 모두 제외하는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또 편의점 브랜드들은 일부 품목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판매 중단 예정임을 밝혔다. 이번 불매운동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일본계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미즈노, 아식스, 데상트, GU, 몽벨 등 일본계 패션 브랜드 매장은 매출이 급감했다. 한 카드사의 결제 내역 결과 최대 50%까지 관련 매장 결제가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 본사 임원의 실언이 더해지며 불매 운동의 주 타깃이 됐고, ‘매출 반토막’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일베 인증, 유니클로 구매자를 감시하는 ‘유파라치(유니클로+파파라치)’ 등장 등 이슈가 더해지며, 유니클로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사진=이현지 기자 ■ 온라인서도 움직임 활발, 몰래 사는 ‘샤이 재팬’ 기류도 온라인 시장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비밀리 구매 현상이 교차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의 경우 대대적으로 “우리는 일본제품을 팔지 않습니다”라거나 제품을 전면 철수하는 현상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판매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유통업계 집계에 따르면 7월 한달 간 오픈마켓, 종합몰 등 일본계 브랜드 상품 관련 거래액이 대폭 감소했다. 브랜드별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60% 넘게 거래액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상 일본제품 직구 현황도 급감했다. KBS에 따르면 일본제품 직구율 감소는 일본 불매운동 시작 시점과 일치했으며 7월만 해도 30%까지 줄어들었다. 전국민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던 유니클로 감소현상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유니클로 해외 구매대행 거래액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78% 이상 감소했다고 알려진다. 불과 한달 전과만 비교해도 반토막이 났다. 국내에서도 택배기사노조가 나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한 만큼 유니클로의 온라인 상황 역시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기업도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온라인을 활용해 일본제품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본 브랜드인 이세이 미야케 제품을 모두 없앴다. 아예 검색조차 불가한 상황이다. 물량 및 계약상 일본 브랜드 제품을 철수하기가 어려운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상에서는 손해가 있더라도 곧바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사이트 내 일본 제품 배제를 실시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일반인들은 온라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노재팬’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참여는 물론이고 요즘 SNS를 찾아보면 일본 관련 사이트 탈퇴 인증 게시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사이트 탈퇴를 인증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외동포들 역시 온라인상에서 얻은 일본제품 정보 및 공유를 통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 광고까지 지적하며 광고시장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다만 반대 현상도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온라인이다. 일부 여론의 경우는 다른 이의 눈총을 받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선호하는 일본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소위 ‘샤이재팬’이라고 불릴만한 이들의 구매에 일부 일본 브랜드 온라인몰 제품의 경우는 불매운동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독자제공 ■ 세밀화된 일본불매운동, 지속 여부 전망은 이처럼 일본불매운동 확산은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장기화 조짐이 보이는데다 점차 식품의 원료 원산지, 전문 의약품 원료 원산지 등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일본 제품이나 식재료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유통, 의류, 식품 업계에 이어 중고차 시장, 의약품, 금융권까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태세다. 언제 어디서 일본과의 연결고리로 뭇매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 한 기업 관계자는 “일본불매운동은 국민 감정과 민감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무척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업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일본 기업들은 ‘어차피 사는 사람은 산다’는 식의 당당하고 거리낄 것 없다는 분위기인 반면 국내 기업들이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라 안타깝다”면서 “근거 없는 소문이 한번만 퍼져도 기업이 입는 타격은 무척 크다. 부디 일본불매운동이 이어지더라도 무조건적 비난보다는 신중한 확인절차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불매 운동의 중심에 서며 주가가 폭락하자, 윤동한 회장이 대국민 사과 후 사퇴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정치권은 어떨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본불매운동은 국민 정서가 뭉치고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상징하는 바가 남다르다. 더욱이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고취시키는 분위기라 당분간 일본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불매운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정부가 불매운동을 부추기거나 호도하기보다는 발빠르게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일본불매운동을 지속시킬 수도, 시들하게 만들 수도 있는 꼭지점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각각 편차는 있지만 오프라인 및 온라인 시장은 여론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일본 불매 동참이라기보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사후조치에 가깝다. 소비자들의 행동력이 향후 일본불매운동의 수명을 결정할 터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되지 않는 일본 제품을 굳이 판매처에서 들여오고 매대에 올릴 이유는 없다”며 “결국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지속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View기획┃日불매운동①-유통] “판매율 ‘뚝’ 다수 日제품 여전” 온-오프라인 비슷한 양상, 향후 전망은

문다영·곽민구 기자 승인 2019.08.12 09:48 | 최종 수정 2139.03.23 00:00 의견 0
해당 매장은 유니클로 종로3가 지점과 무관 / 사진=뷰어스DB
사진=뷰어스DB

일본의 경제 도발에 한국 정부가 통상 정책과 외교전 등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자발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통해서다.

대법원의 일본기업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후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이어졌고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은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했고 한국 정부 역시 대응방침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더욱 규모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상품을 대표하는 몇몇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 양상은 기업 지분 구조와 원료의 원산지까지 파고들며 체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광복절이 불매 운동 열기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시장의 추이 및 향후 일본불매운동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 대형마트 소극적 태도 속 점진적 변화 눈길

오프라인 시장의 대표격이라 할 만한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일본 맥주다. 대부분 대형마트가 발주 중단 선언과 함께 할인 및 판촉 행사에서도 일본 맥주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소비자 심리를 반영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조치를 대형마트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동참 선언으로 보기는 힘들다. 불매 운동의 주 타깃이 된 일본 맥주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재고 처분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발주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는 격인 상황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몇 곳을 실제로 방문해 일본 제품의 판매 현황을 체크해본 결과 안내문을 통해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은 킴스클럽과 하나로마트 일부 지점 정도였다.

여전히 일본제품은 즐비한 상황인 대형마트가 다수다. 일본산 완구, 식음료, 생필품 등은 여전히 메인 진열장에 비치돼 있고 판촉 행사에 일본 맥주가 포함되거나 일본 맥주 기본 가격을 할인 수준으로 낮춘 대형마트가 적지 않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후 팔리지 않는 일본산 과자의 할인 판매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진=마트노동조합 SNS)
(사진=마트노동조합 SNS)

다만 대형마트의 점진적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불매 운동이 지속되며 대형마트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추석 선물 판촉에서도 일본 제품을 제외하고 있다. 지난해 명절 선물로 일본 위스키를 판매했던 이마트는 올 추석 선물에서 해당 품목을 제외했으며, 홈플러스 등도 사케나 화과자 등 일본 제품을 선물세트 구성에서 빼고 있다.

소비자 뿐 아니라 마트산업노동조합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며 대형마트를 압박하고 있다. 전국 대형마트에 일본 제품 안내 거부 현수막을 부착하고 점포 안팎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으며, 마트 회사에 일본제품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전조합원은 매장 내 일본 제품에 대한 안내를 전면 중단하고 이를 알리는 버튼을 유니폼에 부착해 일본 제품 불매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 편의점은 일본제품 수두룩, 브랜드 단독 매장 타격 더 커

소비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있는 오프라인 시장인 편의점의 경우 일본 불매 운동의 수준은 브랜드와 매장별 편차가 상당한 상황이다. 편의점 역시 일본 제품 불매의 선봉은 맥주였다. 지난달 25일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본사 등은 8월1일부터 일본 맥주를 ‘수입맥주 4캔 1만원’ 할인 품목에서 제외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된 8월 초부터 중순까지 유심히 체크하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주류, 식음료, 생필품 등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본 브랜드 제품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4캔의 만원’ 행사에 일본 맥주가 포함된 편의점이 다수 존재했다. 주류는 법률상 세금 문제 등으로 편의점 본사에 반품이 불가능하기에 점주가 고스란히 그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다수 편의점주들은 본사의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지만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그렇지 못한 매장들도 있다고 호소한다.

GS25는 지난달 23일 배포한 새 홍보 전단에서 일본 맥주 이미지를 삭제했지만 실제로는 할인행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GS25 관계자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새로운 홍보 전단에서 일본산 맥주 이미지를 삭제한 것은 맞지만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건 아니었다”며 “할인 행사 건에 대해서도 이미 5월 중순부터 진행해왔던 행사로서 일부 점포의 잔여 재고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본사 차원에서는 편의점 CU가 일본 불매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케이스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8월 1+1, 2+1 할인 상품에서 불매 리스트에 오른 상품을 모두 제외하는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또 편의점 브랜드들은 일부 품목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판매 중단 예정임을 밝혔다.

이번 불매운동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일본계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미즈노, 아식스, 데상트, GU, 몽벨 등 일본계 패션 브랜드 매장은 매출이 급감했다. 한 카드사의 결제 내역 결과 최대 50%까지 관련 매장 결제가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 본사 임원의 실언이 더해지며 불매 운동의 주 타깃이 됐고, ‘매출 반토막’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일베 인증, 유니클로 구매자를 감시하는 ‘유파라치(유니클로+파파라치)’ 등장 등 이슈가 더해지며, 유니클로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사진=이현지 기자
사진=이현지 기자

■ 온라인서도 움직임 활발, 몰래 사는 ‘샤이 재팬’ 기류도

온라인 시장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비밀리 구매 현상이 교차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의 경우 대대적으로 “우리는 일본제품을 팔지 않습니다”라거나 제품을 전면 철수하는 현상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판매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유통업계 집계에 따르면 7월 한달 간 오픈마켓, 종합몰 등 일본계 브랜드 상품 관련 거래액이 대폭 감소했다. 브랜드별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60% 넘게 거래액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상 일본제품 직구 현황도 급감했다. KBS에 따르면 일본제품 직구율 감소는 일본 불매운동 시작 시점과 일치했으며 7월만 해도 30%까지 줄어들었다.

전국민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던 유니클로 감소현상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유니클로 해외 구매대행 거래액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78% 이상 감소했다고 알려진다. 불과 한달 전과만 비교해도 반토막이 났다. 국내에서도 택배기사노조가 나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한 만큼 유니클로의 온라인 상황 역시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기업도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온라인을 활용해 일본제품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본 브랜드인 이세이 미야케 제품을 모두 없앴다. 아예 검색조차 불가한 상황이다. 물량 및 계약상 일본 브랜드 제품을 철수하기가 어려운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상에서는 손해가 있더라도 곧바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사이트 내 일본 제품 배제를 실시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일반인들은 온라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노재팬’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참여는 물론이고 요즘 SNS를 찾아보면 일본 관련 사이트 탈퇴 인증 게시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사이트 탈퇴를 인증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외동포들 역시 온라인상에서 얻은 일본제품 정보 및 공유를 통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 광고까지 지적하며 광고시장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다만 반대 현상도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온라인이다. 일부 여론의 경우는 다른 이의 눈총을 받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선호하는 일본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소위 ‘샤이재팬’이라고 불릴만한 이들의 구매에 일부 일본 브랜드 온라인몰 제품의 경우는 불매운동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독자제공
사진=독자제공

■ 세밀화된 일본불매운동, 지속 여부 전망은

이처럼 일본불매운동 확산은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장기화 조짐이 보이는데다 점차 식품의 원료 원산지, 전문 의약품 원료 원산지 등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일본 제품이나 식재료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유통, 의류, 식품 업계에 이어 중고차 시장, 의약품, 금융권까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태세다. 언제 어디서 일본과의 연결고리로 뭇매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 한 기업 관계자는 “일본불매운동은 국민 감정과 민감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무척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업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일본 기업들은 ‘어차피 사는 사람은 산다’는 식의 당당하고 거리낄 것 없다는 분위기인 반면 국내 기업들이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라 안타깝다”면서 “근거 없는 소문이 한번만 퍼져도 기업이 입는 타격은 무척 크다. 부디 일본불매운동이 이어지더라도 무조건적 비난보다는 신중한 확인절차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불매 운동의 중심에 서며 주가가 폭락하자, 윤동한 회장이 대국민 사과 후 사퇴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정치권은 어떨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본불매운동은 국민 정서가 뭉치고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상징하는 바가 남다르다. 더욱이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고취시키는 분위기라 당분간 일본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불매운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정부가 불매운동을 부추기거나 호도하기보다는 발빠르게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일본불매운동을 지속시킬 수도, 시들하게 만들 수도 있는 꼭지점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각각 편차는 있지만 오프라인 및 온라인 시장은 여론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일본 불매 동참이라기보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사후조치에 가깝다. 소비자들의 행동력이 향후 일본불매운동의 수명을 결정할 터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되지 않는 일본 제품을 굳이 판매처에서 들여오고 매대에 올릴 이유는 없다”며 “결국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지속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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