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의 기운이 한풀 꺾이고 매일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폭염은 갔지만 이제 또다시 미세먼지가 뒤덮인 하늘이 찾아올 걱정에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깊은 고민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뛰어나가 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싸맨 채 원망스럽게 뿌연 하늘을 바라봐야 하는 때가 잦다.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어른들의 고민만큼 아이들의 고민도 깊다. 지금의 아이들은 현재보다 더 악화된 기후 환경을 헤쳐가며 앞으로를 살아나가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같은 아이들의 고민에 통감하고,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헨리에타 포어 총재 방한에 맞춰 국내 청소년들과 함께 미세먼지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스토크(youth talk)'를 마련한 것이다.
사진=영상 캡처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어린이'라는 창작뮤지컬을 통해 아이와 어른이 법정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멀지 않은 미래의 대기오염 상황을 가정한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동물을 만날 권리, 마음껏 뛰어놀 권리 등을 빼앗겼다면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들은 모든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어른들을 연기했고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과학자 등으로 분해 각계각층 어른들을 꼬집었다. '피해는 막심한데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사건'이라는 아이들의 노랫말이 현장에 자리한 어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메시지로 전달됐다.
이에 더해 아이들은 유창한 영어로 헨리에타 포어 총재와 함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 포어 총재는 깊이 공감했고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대기오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다. 힘들지만 정작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면서 미래를 위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해 고심하고 실질적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유니세프가 자신들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니세프는 지속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아이들의 고민과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가감없이 세상에 전달하고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10월 3일에도 국내 청소년들 200여 명이 한 데 모여 미세먼지에 대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