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에서 대우건설 시공사 재신임 총회를 앞두고 조합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려는 대우건설과, 교체를 주장하는 조합장 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조합원들의 표심이 사업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13분 분량 영상을 문자로 발송하며, 시공사 지위 유지를 호소했다. 영상에는 김보현 대표까지 직접 출연해 “최소 이주비 10억원, LTV 150% 제공” 등을 약속하며 “신속한 사업 추진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발송한 ‘대우건설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13분 분량 영상에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시공사 지위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영상 갈무리)

대우건설 측은 특히 시공사 교체 시 공사비 증액, 인허가 지연, PF 연대보증 해지 등에 따른 손실이 2698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시공사 교체로 생길 크나큰 손실을 깊이 생각해달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 ‘톱티어’ 유치 가능성 논란…대형사 신중, 입찰 현실은 불투명

조합장 측은 “대우건설 계약을 해지하면 톱티어 건설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을 대체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들 대형사는 2022년 시공사 선정 당시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실질적 입찰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남3구역, 한남5구역, 흑석11구역 등의 사례에서도 현장설명회에는 다수 대형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막상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거나 조건 미달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대형사들 사이에서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진 것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의향서 제출과 실제 수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조합장이 언급한 건설사들이 반드시 참여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 교체 시 인허가 재절차·사업 지연 리스크도

한남2구역은 현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어, 이 시점에서 시공사가 바뀔 경우 설계 변경,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등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는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대우건설의 진심’ 제목의 13분 분량 영상에서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 설명 (사진=영상 갈무리)
‘대우건설의 진심’ 제목의 13분 분량 영상에서 시공사 교체시 올해 하반기 이주개시가 1년6개월정도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 설명 모습. (사진=영상 갈무리)

실제로 인근 흑석11구역도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과 일정 지연을 겪은 바 있다. 한남3구역도 설계변경 논란과 갈등이 이어졌다. 정비업계에서는 “설계 변경과 인허가 절차는 간단히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에 따라 PF 대출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조합을 대신해 PF 대출 1600억원 이상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 상태다. 만약 계약이 해지될 경우 대주단이 보증 해지에 따른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고, 이 경우 조합원 분담금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브랜드보다 사업 안정성과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남뉴타운2구역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 정비사업 트렌드 변화…“속도·신뢰, 중요해져”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시공사 교체가 조합에 이득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일부 사업 조건과 공사비, 분양가 등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생기기도 했다.

대형 정비사업장에서는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조건 이행, 설계 변경, 공사비 인상 등을 둘러싼 논의와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른바 ‘신속추진 구역’에서는 시공사와 조합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인허가와 분양 절차가 빠르게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단순 교체 논리가 아닌 현실적 실익과 사업 연속성을 면밀히 따져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남2구역 총회는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