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뷰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프릭업 스튜디오. (사진=SOOP)
토종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구 아프리카TV)은 지난 10여년간 국내 실시간 소통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트위치,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의 거센 공격에도 e스포츠와 게임, 스포츠까지 콘텐츠를 확장해 나갔다. 최근에는 AI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접목하면서 글로벌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 2015년, e스포츠 승부수 던지다
SOOP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e스포츠다. 2015년, SOOP은 서울 삼성동에 e스포츠 경기장 ‘프릭업 스튜디오’를 개관하며 본격적인 e스포츠 콘텐츠 생산에 나섰다. ‘프릭업 스튜디오’에서는 2016년 아프리카TV 스타리그(ASL) 시즌1이 진행돼 정통 RTS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2018년 GSL 시즌1 개막을 통해 글로벌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2020년에는 서울 잠실의 ‘DN 콜로세움’, 2022년에는 ‘상암 SOOP 콜로세움’ 같은 e스포츠 경기장을 추가로 개관하며 물리적 기반을 더욱 확장했다. 현재도 ‘리그오브레전드’, ‘PUBG(배틀그라운드)’, ‘FC온라인’, ‘발로란트’ 등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상암-SOOP-콜로세움. (사진=SOOP)
e스포츠 팬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했다. 2021년에는 e스포츠 리그 순위와 일정 등 정보와 승부예측, 하이라이트 영상을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페이지를 구축했다. 2024년에는 누구나 e스포츠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e스포츠 토너먼트 서비스 ‘GGGL’을 정식 오픈하며 e스포츠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췄다.
팬덤 기반의 지속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OOP은 2015년 프로게임단(현 DN 프릭스)을 창단하며 e스포츠 문화 확장에 나섰다. 현재 프릭스는 리그오브레전드, PUBG, 철권, FC온라인 등 다양한 선수단을 운영하며 팬들과 함께하고 있다.
■ 스포츠와 생활 콘텐츠로 확장 시도
2016년, SOOP은 리우 올림픽을 개인방송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독점 생중계하며 ‘스트리머, 유저와 함께하는 스포츠 응원’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했다. 유저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선수들을 응원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스트리머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며, 기존 방송과는 다른 참여형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냈다.
파리 올림픽 기간 SOOP에서 진행된 라이브 화면. (사진=SOOP)
SOOP은 2015년 한국 프로야구, 2017년 U-20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2019 아시안컵, 2020 도쿄 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 2023-2024 프로농구, 2024 파리 올림픽 등을 무료로 중계하며 유저들이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했다.
2023년에는 당구 마케팅 회사 ‘파이브 앤 식스’를 인수해 그동안 당구 경기 생중계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 3쿠션 대회 운영 및 중계권 판매 사업에도 나섰다. 또, 낚시와 같은 생활 스포츠 콘텐츠도 꾸준히 확대 중이다. 2021년 아프리카TV 낚시리그 AFL을 개최해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낚시의 매력을 알렸다.
■ 디지털 마케팅 강화…새로운 기술 실험
SOOP은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광고와 디지털 마케팅 사업으로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디지털 마케팅 기업 ‘CTTD’를 인수해 콘텐츠 기반 캠페인 운영과 브랜드 협업 역량을 강화했고, 2025년에는 디지털 광고 대행사 ‘플레이디’를 인수해 광고 산업 전반으로의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콘텐츠-광고 간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자체 채널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예정이다.
더불어 SOOP은 메타버스, AI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2024년 SOOP 스트리머대상 현장. (사진=SOOP)
지난 2024년에는 ‘주식회사 숲’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브랜드 정비에 나섰고, 같은해 ‘SOOP’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다양한 국가의 문화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플랫폼에 신기술을 도입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2년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Freeblox’를 론칭하며 콘텐츠 소비 공간의 다변화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 팬 커뮤니티 중심 콘텐츠, 버추얼 스트리머들의 콘텐츠 등 MZ세대 대상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세대 확장을 시도 중이다.
AI 기반 콘텐츠 기술도 빠르게 도입 중이다. 2024년 말에는 생성형 AI 영상 제작 도구 ‘싸비(SAVVY)’를, 2025년 3월에는 맞춤형 콘텐츠 추천 AI ‘수피(SOOPi)’를 선보이며, 기술 기반의 콘텐츠 제작 자동화와 개인화 추천 영역을 확장 중이다.
SOOP은 “앞으로도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을 통해, 사람과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