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연이은 즉시연금 소송 줄패소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삼성생명)
8000억원에 이르는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소송에서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동양생명마저 패소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생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22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재판부는 지난 20일 동양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원고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선고는 삼성생명 등 6개 생명보험사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는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원고가 승소한 두 번째 판결이다.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현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KB생명의 판결이 남아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달 이익금(이자)을 연금처럼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2018년 생보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임의로 덜 지급했다며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연맹과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약관에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산정했다면서 공제한 부분에 대해 보험사가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들에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이를 거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동양생명까지 줄줄이 패소하면서 삼성·교보·한화·KB생명 등 남은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약관의 경우 미래에셋생명의 내용과 유사하고, 삼성생명의 약관의 경우 동양생명의 약관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두 판결이 향후 진행될 소송들의 선례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에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선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4300억원(5만 5000명)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과 700억원의 규모다.
전체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은 생보사의 연이은 패소로 인해 오는 3월에 열릴 1심 결과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도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없어 동양생명의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이사회 처리를 통해 최저가입금액을 다 드린 바 있다"며 "판결 앞두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입장은 얘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보험사들이 패소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패소한 측이 항소를 할 경우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지급연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길 바란다"며 "소수 소송 참여자에 한정된 배상, 소멸시효 완성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게끔 하루빨리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