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고 공약한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베일을 벗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신속성을 강조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규제 카드를 먼저 꺼냈다. 기대되는 규제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배신 당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21일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로 집값이 안정화 될지 모르겠다"면서 "서울 강남 3구역은 공급 자체가 별로 없는 곳인데 공급을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많이 시행된 바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큰 재미를 못봤다. 오 시장의 임기를 고려했을 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전날 당선 후 두번째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최근 주요 재건축단지 등에서 호가가 오르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을 검토 중에 있다"며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국토부 등 중앙부처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다.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등하는 지역이나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단순 신고와 달리 허가 절차도 까다롭고 거래 자체도 어려워진다. 주택 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년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하고, 실거주를 해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 확 풀겠다던 오 시장이 이 같은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4월 첫째 주 0.05%에서 둘째 주 0.07%로 상승 폭을 키웠다. 강남·서초구(0.08%→0.10%) 등 강남3구와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가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기대주로 평가되는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지난달 5일 26억8100만 원(8층)에 최고가 거래 후에 한 달 넘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호가는 27억5000만∼28억 원까지 올랐다.
압구정3구역 현대4차 전용면적 117.9㎡는 이달 13일 41억7500만 원(4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 원(3층)보다 1억4500만 원이 더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오 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오 시장도 집값 상승을 책임지고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실주공5단지 82㎡ 사례에서 보듯 거래가 없음에도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다. 공급을 막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큰 의미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 시장도 집값 안정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으로 공급 확대를 한다고 했는데 규제를 먼저 꺼낸 것은 그냥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부동산업계에서는 배신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