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도 금소법으로 인한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오랜기간 준비했음에도 시행 초기부터 혼선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뷰어스는 금소헙 시행 한달을 점검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설계사 등록증을 보여줬지만 나중에 고객들이 다른 소리를 할까 봐 겁나요. 검증할 방법도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각각의 설계사가 방법을 찾고 있어요.”
“온라인 홍보 수단은 그리 많지 않은데 금소법 때문에 아무런 활동도 못 하고 있어요. 답답합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후 보험업계 현장에선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지않아도 민원이 많은 상품 특성상 가입과 유지가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 장치가 늘어 청약서는 3배 이상 많아지는 등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로인한 업무 부하 급증과 현장 피로도 증가, 무조건 안 된다는 광고규제,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한 모호한 기준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금소법으로 인한 설계사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협회와 함께 금소법 시행 상황반을 구성하고 본격 가동했다. 애로사항 해소분과, 가이드라인분과, 모니터링·교육분과 총 3개 분과를 구성해 법령 안착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객과의 대면 영업은 예전과 같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 하지만 수많은 설계사의 고충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참다못한 보험설계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영업 현장의 혼란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영업 도구인 블로그, 유튜브 등이 광고규제로 묶이자 청와대가 나서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또 금소법으로 인해 완전 판매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현장에서는 모든 책임이 현업에 전가됐다는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는 오롯이 설계사의 업무 하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판매처가 소비자에 정보를 전달하고 모든 설명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해당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업무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상품으로 치부되는 연금보험 등의 경우 금소법 적용 대상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자동차보험 등 소멸성 상품까지 이에 해당시킨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 책임 전가에 따른 피로도 증가
금소법으로 인해 보험설계사는 본인이 금융상품 판매 대리 중개업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표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야 한다. 보험설계사등록증을 꼭 제시해야 하는 것. 증표제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할 수 있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은 스마트폰에 보험설계사등록증을 내려받아 계약과정에서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등록증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민원에 대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고객에게 등록증을 보여줬다고 하는 사실을 검증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를 활용해 영업하는 보험설계사들도 불만은 많다. 금소법 시행과 함께 과거에 게시한 콘텐츠를 숨김처리 하거나 삭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금소법 위반 행위로 지목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GA는 자체적인 광고심의 전담부서 마련에 착수하기도 했다. 금소법 시행령은 보험대리점도 준법감시인 등이 상품 및 업무 광고를 확인토록 하는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광고심의 전담부서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대비 차원에서 일부 GA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보험약관대출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금소법에서 보험사가 취급하는 대출은 모두 대출성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약관대출은 사실상 보험계약과 연결되는 계약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약관대출에도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을 적용하는 경우 소비자 불편과 행정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 촉구
업무적인 문제도 크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금소법과 관련해 제도적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를 더욱 지적한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문제 중 대표적인 게 위법계약해지권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소비자가 계약 체결에 대한 위반사항을 인지한 날부터 1년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제도의 틀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미비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예상대로 혼선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고객의 위법 계약 해지 요구에 대비한 불확실성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보험 상품별 환급금 계산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향후 민원을 처리할 때 분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연구원도 지난 16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업계가 법령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규제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소법 시행 초기 세부 규정을 적용·반영하면서 해석상 혼란이나 미비점이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회는 이러한 제도적 불확실성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9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 민원·분쟁을 협회로 이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험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감원은 이해충돌이 큰 사건에 집중하고, 상품 이의제기 등 간단한 민원은 협회에서 다루게 되며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