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역시 이번 과징금 사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증권사 9곳에 대해 5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정상적 업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교란 행위가 증권사만의 잘못일까. 함께 거래 계약을 맺었던 한국거래소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 9곳에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따른 과징금 총 480억원 부과하는 내용을 통보했다. 개별 과징금 규모는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80억원 이상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시장조성 업무 과정에서 과도한 주문 정정이나 취소로 시세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했을 뿐 시장교란 행위는 없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거래가 부진한 저유동성 종목 등의 매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증권사들과 한국거래소는 계약을 맺고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양방향에 적정한 신규 호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거래 체결 가능성을 높인다. 즉 시장조성자들은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 제고를 위해 존재한다.
문제는 당국이 증권사에 과징금을 부여한 이유가 거래소와 증권사가 맺은 계약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조성 제도가 증권사와 거래소의 계약으로 이뤄지는 제도기 때문에 이번 과징금 부과 사태는 거래소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번 사태에 앞서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및 불법 공매도 적발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시장조성자들이 공매도 등을 활용해 시세조종에 나서고 있다는 의심을 단칼에 쳐 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거래소의 호언장담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이 필요한 저유동성 종목 리스트를 구성하고 직접 증권사와 계약을 맺는 만큼 모니터링을 철저히 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운영에 허점을 드러냈다.
결국 논란이 되자 한국거래소는 증시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 14개사에 대해 시장조성 의무 면제 신청을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시장조성 기능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면제를 신청하면 거래소가 별도 공지하는 시점까지 시장조성 의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부과에 앞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시장조성자 중복 계약 방지 ▲시장조성대상 종목 선정 기준선 마련 등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체계는 거래소 규정을 따르면 위법이 되고 자본시장법을 따르면 거래소 규정 위반이 된다. 증권사들도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거래를 지적하기 전에 거래소와 당국의 적절한 ‘입맞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