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활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로 해외건설 수주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중동 신화를 찾아 동남아시아와 북남미 지역에 해외 거점 발굴에 매진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등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던 한해였다. 뷰어스는 올해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로 대표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건설업계의 내년도 최우선 목표까지 짐작이 가능한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올해 첫 부임한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체제에서 도시정비사업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주택통'으로 통하는 윤 대표는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12조8851억원 영업이익 56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2.5% 증가했으며 매출은 1.9% 줄었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전년대비 22.7% 증가한 23조637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수주액 목표액의 93%를 달성하면서 4분기 실적이 나올 경우 목표치에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은 도시정비사업이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누적 수주액 4조 825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4조 클럽에 입성에 성공했으며 도시정비사업 창사 최대 실적도 1년 만에 경신했다. 창사 이래 첫 도시정비 5조 클럽 입성과 함께 건설업계 최초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 자리도 노리고 있다.
윤 사장의 승부수가 빛을 발했다. 5조 클럽 입성에 분수령이 될 안산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직원을 독려하고 클린 수주를 강조하는 등 현장 일선에서 지휘했다.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자료=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리모델링, 소규모 재건축 사업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인 수주를 통해 곳간을 채웠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공을 들인 점이 주효했다. 23일을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리모델링 사업 수주액은 1조7408억원이다. 전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중 리모델링 사업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6%에 달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벌어진 '디에이치' 확장성도 눈여겨볼만 하다. 현대건설은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부 기준에 따라 한강변과 강남 등에만 적용하기로 했으나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준강남 입지에도 내세우기로 하는 등 '디에이치'의 적용 폭을 넓혔다.
'디에이치'의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의 저력도 여전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힐스테이트'는 브랜드 평가에서 30개월 연속 브랜드평판지수 1위를 차지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올해 브랜드 가치제고에도 힘쓰면서 성과를 냈다.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주거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2021 H 시리즈' 개발을 통해 ▲각자가 행복한 집 ▲기분 좋은 흐름이 있는 집 ▲수고와 시간을 절약하는 집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
해외 수주에서도 비교적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273억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해외수주 실적이 전년도 대비 부진한 상황이지만 현대건설은 3분기 누적 2조4052억원의 수주액을 거두며 업계 3위에 올랐다.
페루 친체로 조감도(자료=현대건설)
3분기 누적 해외수주 건수는 26건으로 ▲싱가포르 8건 ▲사우디아라비아 4건 ▲베트남 2건 ▲미얀마 2건 ▲UAE 2건 ▲페루 2건 등이다. 이외에도 중국·인도네시아·스리랑카·칠레·카타르·콜롬비아 1건이다.
탄탄한 재무구조도 여전하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조2567억원이며, 순 현금도 3조 653억원으로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갖췄다.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200.2%, 부채비율은 103.2%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은 업계 최고 수준인 AA-등급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산업계 화두인 ESG경영에서도 외부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 한해를 보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국내 76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 통합 평가에서 4년 연속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또 ‘2021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도 12년 연속 DJSI 월드(World)에 편입됐다. 이와 함께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전 세계 1위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분양 실적도 우수하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주택을 포함한 연간 수주 가이던스인 14조원을 달성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2만4000세대까지 분양을 마치면서 연초 목표로 제시한 3만2000세대의 77%를 마쳤다.
올해의 분양 실적과 해외 매출 확대 가능성에 증권가 전망도 밝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괄목할만한 주택 분양 확대를 통한 실적 성장과 사우디 마르잔, 파나마 메트로 등 대형 해외 현장 기성 확대로 2019년 3분기 이후 첫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시현한 해외 매출 개선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라며 "최근 사우디 자푸라로 추정(12억불)되는 수주 공시 등 지역별/공종별 다변화 된 역량을 바탕으로 필리핀 철도(12억불), 이집트 엘다바 원전(7~15억불), 이라크 등에서의 수주 성과 가능성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 스마트 자동계측 모니터링 플랫폼 개념도(자료=현대건설)
부동산 활황에 건설업계가 분양 사업에만 집중하면서 기술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건설업계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현대건설은 ‘단부 보강형 PC 더블월(Pre Cast Double Wall) 복합화 공법(이하, PC 더블월 공법)’을 삼표피앤씨와 공동으로 개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신기술로 지정(제920호) 받기도 했다.
안전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신기술 등을 활용해 주목받았다. 현대건설은 통합 스마트 자동계측 시스템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안전 경영에 힘쓰고 있다. AI 영상인지 장비협착방지시스템을 모든 현장에 적용했다. 건설장비에 카메라 영상을 장착하고 움직임을 파악한다. 이를 AI가 분석해 접근하는 작업자에게 경고 알람을 보내 사고를 방지하는 식이다.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안전관리플랫폼 하이오스 서비스 강화에도 나섰다. 현장 이상 징후에 대해 사전 감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한 IoT 시스템을 개발해 하이오스에 3종안전서비스를 추가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