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코로나19 영향이 사회 전반에 뻗어있던 불확실한 한 해였다. 금융권도 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이슈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 속 금융권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뷰어스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5대 시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영향은 자산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가 늘어나며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원자재 등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한국은행은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런 흐름은 역설적으로 은행권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겼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상위 4곳의 올 한해 순이익은 2조원를 넘길 전망이다.

올해도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2조2003억원과 2조1301억원으로 이미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완전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도 5대 은행 중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하며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9876억원을 달성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가 늘어난 1조9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올해 순이익은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은행은 3분기 누적 1조2375억원의 순이익으로 지난해보다 10.9% 성장했다.

이러한 은행의 고수익은 무엇보다도 가계대출 급증 덕분이다.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이익도 큰 폭으로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이자 이익은 33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대폭 개선됐다. 한은이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이자 마진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 새로운 대출 규제인 차주별 DSR 규제 강화에 따라 신규 대출 증가율은 축소될 것이란 예상도 뒤따른다.

역대급 실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KB금융의 내년도 예상 연간 순이익은 4조4657억원, 신한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4조512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내년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4483억원, 2조5729억원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2년 은행 추정 순익은 19.3조~20.2조원으로 전년 대비 5.1~10.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내년 3월 대선 등 정치적 이슈에 따른 규제 강화 가능성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공식 출범한 토스뱅크 (사진=토스뱅크)

■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익 증가... ‘삼국지’ 시작

이익 증가세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올 3분기 누적 16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작년 연간 순이익(1140억원)을 세 분기만에 넘어선 것이다. 케이뱅크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84억원으로 첫 연간 순이익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증시 입성과 동시에 금융지주사 중 시총이 가장 높은 KB금융을 제쳤다. 카뱅의 경우 직원 1명의 수익성이 2억8000만원으로 시중은행의 1.5배에 달한다. 카뱅의 대표상상품인 26주 적금은 출시 3년 5개월 만에 1000만 계좌를 돌파했다. 카뱅은 내년 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인터넷전문은행 후발 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신상품 금리와 최저 수준의 신용대출 금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영업시작 9일만에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정책으로 대출영업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