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할만한 실적을 냈지만 은행은 시름이 깊다. 디지털에 특화된 빅테크와의 경쟁은 물론 당국의 규제가 버겁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시스템 개발도 놓을 수 없다. 몸집을 가볍게 줄여야하고, 조직 문화도 젊게 만들어야한다. 바뀌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뷰어스는 은행의 변화를 알아봤다 -편집자주-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CU마천파크점’ (사진=뷰어스)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점과 직원 감축이 계속된다. 한편으로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대안 점포도 찾고 있다. 비대면·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금융 모델을 고민하는 거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총 203개의 점포를 없앴다. 또 내년에는 1월에만 72개 이상의 점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대체 점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이에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신개념 점포인 ‘CUx하나은행’을 개점했다. 편의점 내부에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 마련해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머신(STM)으로 간단한 입출금, 송금,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7일 GS리테일과 함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편의점 혁신 점포‘를 오픈했다. 이체 업무, 카드 발급, 공과금 납부 등의 80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스마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기반의 AI(인공지능) 은행원도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격오지와 도서 지역 위주로 금융특화 편의점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점포‘라는 이름의 특화점포를 2곳 설치해 운영 중이다. 4분기 중에는 디지털 무인점포(가칭)를 개설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점포(무인채널)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기기를 설치해 별도 인력 없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미래형 점포를 구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다. 내년 초 테스트를 완료하는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지점 탄생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은행들의 협업도 이어진다. 공동점포를 통해 서로 간의 시너지를 키울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처음으로 은행 간 공동점포를 운영한다. 공동 전산 개발이 끝나는 내년부터 산업은행 고객은 전국 650여개 하나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인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정책금융·상업금융 성공적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하나은행)

■ 시대적 흐름에 대안 찾기 열중

은행들의 다양한 시도는 ‘비대면’·‘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오프라인 점포 축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점포 이용 고객은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수시로 활용하면서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과의 협업, 공동점포 등은 은행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대형 편의점 브랜드와 잇따라 손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과 비대면 확산으로 은행 점포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효율적이고 특색있는 점포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