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공정위가 내 건 조건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항 일부 슬롯(공항에서 받은 시간대별 운항 허가)을 반납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정을 지은 것은 아니다. 공정위의 늑장심사로 산업구조 혁신이 늦춰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안건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등을 거쳐 내달까지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건 안건상정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시장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공정위는 두 기업이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두 회사 결합 시 항공여객 시장 중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독점노선 10개를 포함한 일부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방안이다.
또 잔여 운수권이 없는 항공비 자유화 노선에 대해서는 두 기업의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반납해 재배분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자유화 노선은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이다. 해당 노선은 ‘인천∼런던’ 등 다수의 유럽 노선과 중국 노선, 동남아 일부 노선, 일본 일부 노선 등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초안을 그대로 따라 결합이 이뤄질 경우 LCC업계는 노선 재분배로 인한 산업구조 재편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가 이번 심사보고서 내용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배경에도 이 같은 산업구조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심사를 연말까지 마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은 뒤 다음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 말까지도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가 내달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최종 심사를 내리더라도 경쟁당국 심사가 남았다. 대한항공은 터키와 대만, 베트남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아직 미국과 EU 등을 포함해 해외 7개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