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계 전반에 메타버스 광풍이 불었다. 게임을 비롯한 IT업계는 물론 건설, 금융 등 전반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부 기업들이 외치는 메타버스가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탓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입생 교육을 했다고 홍보하는 기업을 보자. 언론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처럼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RPG게임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길드 시스템이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특정 길드에 가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과정에서 해당 길드 사람과 대화하는 일종의 면접이 이뤄질 수 있다. 온라인 RPG 속 캐릭터가 곧 아바타라는 개념으로 봤을 때 아바타와 아바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게 메타버스와 다른 게 없다. 다수의 기업들이 이처럼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데만 집중했다. 가상 공간에 아바타를 구현한 것 외에는 내세울 것 없는 질 떨어지는 콘텐츠를 양산했다. 대세에는 편승해야겠으나 마땅한 기술력은 없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위안을 얻기 위해 그럴싸해보이는 업체들에게 휘둘릴 수 있는 구조다. 해당 기업의 사업 영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보이는데도 따라가기 바쁜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메타버스가 기존 RPG게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경제활동이다. 가상현실에 접속한 플레이어가 경제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실생활과 관련한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가상공간에 사람을 데려다 앉혀놓는 걸 메타버스라고 부르기는 민망하다. 심지어 메타버스에서 말하는 경제 활동과 관련한 내용도 과거 게임에서 볼 수 있다. 19년전 나온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미국 스타트업 린든 랩이 만든 3차원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은 '린든달러'라는 가상화폐로 아이템을 거래하고 이 화폐는 실제 달러로도 환전이 가능하다. 이미 과거에도 다 나온 개념을 어느 순간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바꿨고 이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이들도 속출했다. 물론 당시와는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발전했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가상현실을 구성할 수 있게 됐고 네트워크 환경도 좋아졌다. 그런데 이 같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데이터 환경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메타버스 플랫폼은 조악하다. 30프레임으로도 제대로 구동하기 어려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절대 다수다. '둠'과 '퀘이크' 등을 개발한 개발자 존 카맥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오큘러스 자문으로 활동하면서도 현 메타버스 광풍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메타버스는 지금 기술로 이상을 구현할 수 없는 꿀단지 함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영미권의 한 개임 매체에서는 '메타버스는 헛소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의 요지는 메타버스가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게임 및 채팅보다 더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메타버스 회의론이 대두되자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메타로 사명을 바꾸기도 한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사상최고가인 382달러를 기록했다가 올해 200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48달러 선으로까지 후퇴했다. 52주 최고가는 141달러가 넘었으나 급락했다. 과도한 홍보와 장밋빛 전망만을 내세운 메타버스의 거품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오히려 다행스럽다. 워렌버핏은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은 채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알맹이 없는 포장지 팔이에 나섰던 그들의 벌거벗은 몸이 드러난다. 이후엔 진짜 메타버스로 승부하는 이들이 각광받을 거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메타버스 키워드 오남용이 남긴 것들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2.28 16:02 의견 0


지난해 산업계 전반에 메타버스 광풍이 불었다. 게임을 비롯한 IT업계는 물론 건설, 금융 등 전반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부 기업들이 외치는 메타버스가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탓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입생 교육을 했다고 홍보하는 기업을 보자. 언론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처럼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RPG게임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길드 시스템이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특정 길드에 가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과정에서 해당 길드 사람과 대화하는 일종의 면접이 이뤄질 수 있다. 온라인 RPG 속 캐릭터가 곧 아바타라는 개념으로 봤을 때 아바타와 아바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게 메타버스와 다른 게 없다.

다수의 기업들이 이처럼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데만 집중했다. 가상 공간에 아바타를 구현한 것 외에는 내세울 것 없는 질 떨어지는 콘텐츠를 양산했다. 대세에는 편승해야겠으나 마땅한 기술력은 없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위안을 얻기 위해 그럴싸해보이는 업체들에게 휘둘릴 수 있는 구조다. 해당 기업의 사업 영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보이는데도 따라가기 바쁜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메타버스가 기존 RPG게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경제활동이다. 가상현실에 접속한 플레이어가 경제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실생활과 관련한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가상공간에 사람을 데려다 앉혀놓는 걸 메타버스라고 부르기는 민망하다.

심지어 메타버스에서 말하는 경제 활동과 관련한 내용도 과거 게임에서 볼 수 있다. 19년전 나온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미국 스타트업 린든 랩이 만든 3차원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은 '린든달러'라는 가상화폐로 아이템을 거래하고 이 화폐는 실제 달러로도 환전이 가능하다.

이미 과거에도 다 나온 개념을 어느 순간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바꿨고 이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이들도 속출했다.

물론 당시와는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발전했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가상현실을 구성할 수 있게 됐고 네트워크 환경도 좋아졌다.

그런데 이 같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데이터 환경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메타버스 플랫폼은 조악하다. 30프레임으로도 제대로 구동하기 어려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절대 다수다.

'둠'과 '퀘이크' 등을 개발한 개발자 존 카맥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오큘러스 자문으로 활동하면서도 현 메타버스 광풍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메타버스는 지금 기술로 이상을 구현할 수 없는 꿀단지 함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영미권의 한 개임 매체에서는 '메타버스는 헛소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의 요지는 메타버스가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게임 및 채팅보다 더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메타버스 회의론이 대두되자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메타로 사명을 바꾸기도 한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사상최고가인 382달러를 기록했다가 올해 200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48달러 선으로까지 후퇴했다. 52주 최고가는 141달러가 넘었으나 급락했다.

과도한 홍보와 장밋빛 전망만을 내세운 메타버스의 거품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오히려 다행스럽다. 워렌버핏은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은 채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알맹이 없는 포장지 팔이에 나섰던 그들의 벌거벗은 몸이 드러난다. 이후엔 진짜 메타버스로 승부하는 이들이 각광받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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