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가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에 중고차 시장 진출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현대차‧기아 기존 업계 자율조정 4차 회의 들어가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중고차 업계는 자율조정 4차 회의를 열고 민간조정심의 위원들이 내놓은 중재안과 상생안을 갖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와 중고차 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자율조정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자율조정 4차를 맞이했지만 양측은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완성차 업체의 매집 제한과 중고차 업계의 신차 판매 부여권 등을 놓고 갈렸다. 완성차 업계는 사업자 간 거래매물을 포함한 실거래 물량 250만대 중 10%만을 취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는 개인 간 직거래 물량을 제외한 130만대의 10%만을 취급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쟁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 진출이 어려웠지만 이번에 개방됐다. 다만 중기부는 이번 대기업 진출로 인해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면 사업조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지난 1월 중고차 매매업계는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는 대기업 사업 개시 시기 등을 놓고 3년 이내 기간에서 연기하거나 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중기부는 사업조정에 앞서 양측의 자율조정에 맡겼다. 중기부 측은 “자율조정도 사업조정심의 과정 중 하나”라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사업조정심의위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조정심의가 열릴 경우 1년 내에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론까지 도달하려면 6개월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 한국GM·르노·쌍용차, 지켜보자는 입장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가 다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차 등은 중고차라는 신사업을 하기에는 지금으로서는 여력이 없어서다. 당장에는 국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한 현대차‧기아에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에만 적용했던 ‘인증 중고차 사업’의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를 설립해 정밀진단과 정비를 전담할 조직을 꾸리겠다고 했다. 자체 검수를 거쳐 신차 못지않은 중고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km 미만, 200여개 항목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고품질 중고차만 취급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차 등은 현대차·기아를 위한 잔치가 아니냐며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중고차로 되팔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현대차‧기아가 독점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 유일하게 한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이 있기 때문에 중고차로 되팔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는 새로운 사업을 하기에도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완성차 업계에도 기회가 되겠지만 당장에는 현대차‧기아를 위한 독점적인 시장이 될 우려가 커 보인다”며 “지금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