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임대료 99만원 이상 받고, 입주율은 90% 이상."
"올해 1분기 임대 매출은 61억원이 넘어요."

최근 방문한 서울 신촌의 한 공유주거 공간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월 임대료가 99만~128만원임에도 입주율은 90%에 달한다. SK디앤디의 공유주거브랜드 '에피소드' 신촌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들은 설명이다. 올해 1분기 임대 매출만 62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운영형 수익 모델'의 흥행을 방증한다.

공사비 급등과 수주 경쟁 심화로 건설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을 넘어 이러한 '운영형 수익모델'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공유주거와 복합개발을 중심으로 한 디벨로퍼 전략이 도시 자산가치를 높이는 해법으로 부상한 셈이다.

최근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에서 주택 공급난과 고금리로 인한 매매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을 넘어 운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디벨로퍼' 모델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디앤디의 사례는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정비사업 '디벨로퍼 방식'으로 사업 확장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건설업계도 이러한 운영수익을 노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디벨로퍼 방식으로 도시 전체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업모델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 아이파크, 수원 아이파크 시티 등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해 디벨로퍼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 중인 서울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인 '서울원'의 경우 기획과 시공, 운영을 모두 HDC현대산업개발이 담당하는 대표 사례로, 완판에 가까운 분양 성과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용산에 터를 잡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정비창 전면 1구역 개발사업을 포스코이앤씨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따냈다. 이곳은 HDC현대산업이 단순 아파트 건설을 넘어 SMDP, 파크 하얏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등 글로벌 협업 파트너들과 함께 호텔, 상업시설, 조경, 경관 디자인까지 총망라한 '도시 콘텐츠'를 설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30년간 직접 운영을 목표로 하는 '용산역 전면 공원 지하공간개발' 사업권도 확보하고 있다. 유동 인구 24만명의 HDC아이파크몰과 연계한 타운 매니지먼트 전략을 실행 한다는 구상이다. 도시 정비사업이 단발성 시공이 아니라 장기적 수익을 내는 운영형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대우건설, 텍사스 '프로스퍼' 복합개발로 북미 시장 공략 시동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디벨로퍼형 모델을 채택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건설의 사례가 그렇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프로스퍼시 개발사업에 참여하며 북미 시장에서 실질적 개발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대우건설은 오리온 RE 캐피탈, 한강에셋자산운용과 함께 5단계 복합개발사업의 1단계 타운하우스 사업에 참여했다. 기존 단순 투자에서 벗어나 JV(조인트벤처) 방식으로 공동개발과 운영에 나선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텍사스주 프로스퍼(Prosper)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 시행사 및 자산운용사와 공동 개발 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대우건설)

특히 프로스퍼 지역은 평균 가구 연소득이 약 19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억6000만원에 달한다. 워렌 버핏과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 등이 토지를 보유한 고급 주거지로 알려져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실질적인 개발사로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도 K-디벨로퍼의 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GS건설, '중림동·을지로' 랜드마크 전략...현대건설, 1조원대 복합개발 2건 수주

GS건설도 디벨로퍼형 복합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 인근 약 9000억원 규모의 복합단지 개발을 자이에스앤디를 통해 진행 중이다. 299세대 주거 단지와 함께 오피스·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도시형 복합개발이고, 2026년 분양, 2030년 입주를 목표한다.

또한 을지로3가 1·2·9지구 복합개발도 동시에 착공해 고층 주거 타워, 프리미엄 오피스, 대형 쇼핑몰 등 복합 기능이 집약된 첨단 개발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단순 시공보다 도심 재편을 겨냥한 랜드마크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운영 수익 확보와 부동산 자산 가치 극대화를 동시에 노린 셈이다.

현대건설은 2조원의 복합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강서구 가양동 CJ 부지와 서울역 힐튼호텔 부지에 각각 1조6267억원, 1조1878억원 규모의 복합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도심 핵심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양동 개발은 지식산업센터와 업무시설, 생활시설을 포함하는 복합 업무지구로 조성된다. 서울역 부지는 프리미엄 주거와 호텔, 상업시설을 포함하는 복합단지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사업 모두 단순 건설을 넘어 장기 운영 수익을 기반으로 한 디벨로퍼형 수익모델이라는 점이다.

■ 6·27 대출 규제 등 집 마련 어렵고 임대사업 부상..."중장기적 수익 다각화"

이처럼 고금리와 고분양가, 수요 위축의 삼중고 속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디벨로퍼 전환'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시공으로는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개발·시공·운영을 아우르는 부동산 개발, 운영 모델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6·27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40%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청년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주거 소비 패턴도 소유에서 공유로, 공간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도시 전체를 브랜드 타운으로 기획하거나, GS건설·현대건설처럼 도심 재생을 수익형 자산화하는 방식은 건설사에게 중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수익 다각화 전략이 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하철 1호선, 4호선, 신분당선, GTX-B를 연결하고, 용산역 전면공원의 지하를 복합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용산 게이트웨이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예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는 지난 광주 사고 이후 신뢰 회복과 함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시가총액이 1조5900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사의 틀을 넘어 도시 디벨로퍼로서 개발부터 운영까지 맡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