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 "계산기 두드려보니까 답 나오지 않느냐" 한 대형건설사 홍보팀 관계자가 최근 들어 대형 정비사업지마다 유찰이 나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돈이 안 되는데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급등 상승으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분양일정까지 미뤄지는 것은 물론 도시정비사업 조합 측에서도 계속된 유찰에 공사비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앞다퉈 달려들 대형 도시정비사업지는 줄줄이 유찰 지난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신기록을 쓰면서 축포를 터트렸다. 대형정비사업지를 놓고는 치열한 수주 경쟁이 뭍밑 작업에 그치지 않고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대형 도시정비사업지에 여전히 대형건설사 위주로 현장설명회는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실제 입찰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부산 재개발사업 마지막 대단지 재개발 사업이었던 부산 해운대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해운대구 우동 일대 16만727㎡에 지하 3층~지상 39층 아파트 291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92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세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전에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를 포함한 7개사가 참여했으나 실제 투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합 측은 3.3㎡(평)당 590만~60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안했으나 건설사는 최소 620만원 이상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우동3구역은 결국 계속된 유찰에 공사비 인상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지방 광역시 외에도 수도권 대형 정비사업지에서도 유찰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과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도 모두 건설사의 발길이 끊겼다. 양 사업지는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대행을 맡아 추진하는 공공참여형 재개발사업지다. LH는 입찰 조건으로 3.3㎡당 495만원 이하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으므로 최소 3.3㎡당 5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LH는 건설사의 의견을 종합해 사업지 주민대표회의와 공사비에 대한 논의 후 인상을 결정했다. 자재값 상승 외에 금리인상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사 절대 다수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공사대금을 조달한다. 사업 과정에서 각종 금융비용을 처리해야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자금대출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신용성이나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건설사는 고금리 상황에 아직까지는 큰 걱정은 없다"며 "다만 소규모 건설사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한다거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을 때 조합도 건설사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어 대형사들도 이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1톤당 철근값 변화표 (그래픽=정지수 기자) ■ 고금리·고물가에 분양 일정 안갯속 자재값 상승은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나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사업지다. 실제 착공일이 계속해서 미뤄질 수록 공사비는 증가한다. 적절하게 물가가 오른다면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서도 타협점을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겠지만 건설업계에서도 원자재값 급등에 공사비 인상 폭을 조합 예상보다 높게 올리고 있다. 공사비에 반영하는 물가반영 기준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연간 상승률 4% 수준이지만 최근 자잿값 상승폭은 40~50%를 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톤(t)당 80만원이던 10mm 철근값은 1년만에 113만원을 넘어섰다. 90만원이던 H빔 가격은 135만원까지 치솟았다. 공사비 갈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면서 분양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하면서 공사비 인상이 현장에서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수분양자에게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분양 매물이 실제로나오더라도 공사비 인상에 따른 높아진 분양가가 매수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지점이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조정안을 두고 "분양가격 인상폭이 최대 4% 수준을 고려하면 정비사업 활성화에 추진 동력이 되기는 어렵고 따라서 주택공급 촉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재값 급등과 분상제 개편 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 올라서 해외사업 이득?…"글로벌 원자재 가격 생각하면 한숨" 건설사는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돈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고 신규 수주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탓이다. 고환율 상황은 고금리·고물가와 달리 해외사업에 비중이 높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실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환율 상승은 글로벌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율 상승은 건설사에게 양날의 검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환율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압박 등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 발주처들은 단기간 환율 급등 등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헷징을 걸어놓은 계약이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외 수주 환경도 악화될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따라 유가 회복 등으로 중동 등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였으나 글로벌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상태라 해외 수주를 크게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대부분 기준 환율을 갖고 있고 여기서 조금 더 오르거나 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며 "현재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가 건설사의 실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3高 위기를 넘자] 건설업계 “이러다 다 죽어”…분양연기에 정비사업도 유찰

-고금리·고물가에 정비사업, 분양사업 모두 차질
-고환율 수혜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6.24 06:00 의견 0

‘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 "계산기 두드려보니까 답 나오지 않느냐" 한 대형건설사 홍보팀 관계자가 최근 들어 대형 정비사업지마다 유찰이 나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돈이 안 되는데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급등 상승으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분양일정까지 미뤄지는 것은 물론 도시정비사업 조합 측에서도 계속된 유찰에 공사비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앞다퉈 달려들 대형 도시정비사업지는 줄줄이 유찰

지난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신기록을 쓰면서 축포를 터트렸다. 대형정비사업지를 놓고는 치열한 수주 경쟁이 뭍밑 작업에 그치지 않고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대형 도시정비사업지에 여전히 대형건설사 위주로 현장설명회는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실제 입찰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부산 재개발사업 마지막 대단지 재개발 사업이었던 부산 해운대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해운대구 우동 일대 16만727㎡에 지하 3층~지상 39층 아파트 291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92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세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전에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를 포함한 7개사가 참여했으나 실제 투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합 측은 3.3㎡(평)당 590만~60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안했으나 건설사는 최소 620만원 이상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우동3구역은 결국 계속된 유찰에 공사비 인상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지방 광역시 외에도 수도권 대형 정비사업지에서도 유찰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과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도 모두 건설사의 발길이 끊겼다. 양 사업지는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대행을 맡아 추진하는 공공참여형 재개발사업지다.

LH는 입찰 조건으로 3.3㎡당 495만원 이하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으므로 최소 3.3㎡당 5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LH는 건설사의 의견을 종합해 사업지 주민대표회의와 공사비에 대한 논의 후 인상을 결정했다.

자재값 상승 외에 금리인상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사 절대 다수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공사대금을 조달한다. 사업 과정에서 각종 금융비용을 처리해야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자금대출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신용성이나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건설사는 고금리 상황에 아직까지는 큰 걱정은 없다"며 "다만 소규모 건설사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한다거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을 때 조합도 건설사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어 대형사들도 이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1톤당 철근값 변화표 (그래픽=정지수 기자)

■ 고금리·고물가에 분양 일정 안갯속

자재값 상승은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나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사업지다.

실제 착공일이 계속해서 미뤄질 수록 공사비는 증가한다. 적절하게 물가가 오른다면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서도 타협점을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겠지만 건설업계에서도 원자재값 급등에 공사비 인상 폭을 조합 예상보다 높게 올리고 있다.

공사비에 반영하는 물가반영 기준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연간 상승률 4% 수준이지만 최근 자잿값 상승폭은 40~50%를 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톤(t)당 80만원이던 10mm 철근값은 1년만에 113만원을 넘어섰다. 90만원이던 H빔 가격은 135만원까지 치솟았다.

공사비 갈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면서 분양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하면서 공사비 인상이 현장에서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수분양자에게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분양 매물이 실제로나오더라도 공사비 인상에 따른 높아진 분양가가 매수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지점이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조정안을 두고 "분양가격 인상폭이 최대 4% 수준을 고려하면 정비사업 활성화에 추진 동력이 되기는 어렵고 따라서 주택공급 촉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재값 급등과 분상제 개편 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 올라서 해외사업 이득?…"글로벌 원자재 가격 생각하면 한숨"

건설사는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돈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고 신규 수주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탓이다.

고환율 상황은 고금리·고물가와 달리 해외사업에 비중이 높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실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환율 상승은 글로벌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율 상승은 건설사에게 양날의 검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환율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압박 등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 발주처들은 단기간 환율 급등 등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헷징을 걸어놓은 계약이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외 수주 환경도 악화될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따라 유가 회복 등으로 중동 등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였으나 글로벌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상태라 해외 수주를 크게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대부분 기준 환율을 갖고 있고 여기서 조금 더 오르거나 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며 "현재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가 건설사의 실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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