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29일 쿠페 형태의 새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오닉 6' 이미지 영상을 전 세계에서 동시 공개했다. (왼쪽부터) 뉴욕 타임스 스퀘어 빅 카후나, 서울 K-POP 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상영되고 있는 '아이오닉 6' 3D 디자인 언베일 필름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시장에 ‘쿠페’ 바람이 불고 있다. 포르쉐와 같은 고급 스포츠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디자인으로 최근 신형 전기차들이 이와 같은 형태를 채택하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천장이 맨 뒷부분까지 흐르는 형태의 ‘패스트 백 쿠페’ 디자인은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에 신형 전기차들이 이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신형 전기차의 디자인은 천장에서 뒤로 곧바로 이어지는 ‘패스트 백 쿠페’ 형태를 띠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해 디자인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쿠페(Coupe)’는 프랑스에서 2인승 두 바퀴 마차에서 유래한 단어다. 원래는 2도어의 2인승 세단형 승용차를 뜻한다. 특히 뒷좌석 부분의 천장이 짧거나 경사진 경우 쿠페로 분류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낮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어서 스포츠카에서 많이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현재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하는 입장”이라며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형태를 갖춰야 유리하기 때문에 쿠페나 뒷부분이 둥근 형태의 해치백이 전기차 디자인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부터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까지 쿠페나 해치백 디자인을 적용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 출시한 볼보자동차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C40 리차지’도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바 있다.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6'의 쿠페형 외관 디자인 (사진=현대자동차)
■ 포르쉐 닮은 ‘패스트 백 쿠페’ 디자인의 ‘아이오닉 6’
최근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5’의 뒤를 이을 신차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을 전 세계에 동시 공개했다. 이 차의 외관은 수입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파마메라 4 이-하이브리드’를 닮았다.
천장에서 뒷부분까지 유려하게 흘러 이어졌다. 마치 항공기의 유선형 형태와 닮았다. 현대차는 전기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에서 영감을 받아 공기역학적 형상으로 이 차의 외관을 구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아이오닉 6’는 심미적 아름다움과 기능적 효율성을 극대화한 현대차의 전동화 시대 새로운 디자인 유형인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를 기반으로 탄생됐다”며 “스트림라이너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쿠페형 디자인의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파나메라 이-하이브리드(왼쪽)'와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현대자동차, 포르쉐코리아)
현대차의 쿠페형 디자인은 최근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적용한 바 있다. 7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하는 제네시스 고급 세단 ‘G70 슈팅 브레이크’도 쿠페 디자인을 채택했다. ‘슈팅 브레이크’는 19세기 유럽 귀족들이 사냥에서 사용한 빠른 마차에서 유래됐다.
쿠페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유려함과 쾌속 질주가 가능한 공기역학적 형태가 고급 스포츠카와 전기차 등에 적용하는 이유인 셈이다.
‘아이오닉 6’는 쿠페 형태의 디자인뿐 아니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점도 주목된다. 이 전기차는 이전 버전 ‘아이오닉 5’에 이어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적용한 두 번째 모델이다. 긴 휠 베이스로 적절한 비율과 넉넉한 공강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 전기차 답게 재활용 소재를 탑재한 점도 주목된다. 수명이 다한 폐타이어 재활용 도료를 쓴다든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도료로 내외장을 칠했다. 시트도 친환경 가죽과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원단을 사용했다. 대시보드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썼다.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은 “신형 ‘아이오닉 6’는 기술과 미학이 적절히 융합된 전기차”라며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함께 고민해 개성적이고 공기역학적인 스트림라인 디자인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6’는 내달 15일 개막하는 ‘2022 부산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세부 사양과 함께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콘셉트카 'ID.에어로'의 쿠페형 외관 디자인. (사진=폭스바겐코리아)
■ 폭스바겐, 첫 번째 전기차 ‘ID.에어로’도 ‘쿠페’ 채택
최근 폭스바겐이 공개한 첫 번째 순수 전기자동차 콘셉트카 ‘ID.에어로’도 쿠페 디자인을 채택했다. 고급 중형 세단인 이 전기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유럽과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현대차 아이오닉 6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쿠페형 전기차가 한 판 붙는 격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지난 29일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세단 ‘ID.에어로’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 콘셉트카는 천장에서 뒷부분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쿠페 형태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통해 주행거리를 현존하는 최대치로 늘렸다는 게 폭스바겐 측의 설명이다.
폭스바겐 승용 부문 최고경영자(CEO) 랄프 브란트슈타터는 “차기 전기차를 예고한 폭스바겐은 ‘ID.에어로’ 콘셉트카는 고급스러운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1회 충전으로 최대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고 밝혔다.
이 전기차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범용 플랫폼인 MEB가 적용돼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가진 게 특징이다. 전형적인 쿠페 형태이면서 넓은 내부 공간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폭스바겐 측 관계자는 “‘ID.에어로’는 약 5m 차체에 공기역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며 “쿠페 스타일의 루프가 후면으로 우아하게 뻗은 설계 덕분에 공기저항이 매우 낮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ID.에어로’는 쿠페 스타일의 공기역학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77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620km의 주행거리를 달성했다고 폭스바겐 측은 설명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첫 순수전기차 ‘ID.에어로’는 내년 엠덴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첫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폭스바겐은 모델군을 전동화해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