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국내 전기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 대표단이 긴급히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협의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한 발 늦었다고 지적이 일고 있다. IRA 관련 법안 얘기가 나온지 2년이 넘었고, 일본 기업의 경우 이미 로비를 통해 미국 내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손웅기 기획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대표단이 이달 29~31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정부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재무부·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찾아 최근 개정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한국 기업들에 입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대표단은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기업들의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대표단은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에 예정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앞서 사전 협의 차원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IRA 관련 협의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안 본부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IRA 관련 한미 당국 간 협의를 고위급으로 격상해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에 서명한 자국산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전기차 보조금 관련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트위터)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산 위주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내용이 포함된 IRA법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거나 중국산 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 이 법안의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미국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이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들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배터리 기업도 비상이다. 내년부터는 IRA에 따라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광물 조달 비율이 친환경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하고, 배터리 원료인 리튬·코발트 등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적어도 40% 이상 조달해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부품도 절반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긴급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지난 25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비상 대책 회의에 나섰다. 당시 이 장관은 “미국이 IRA를 통해 첨단 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정치 요소와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최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긴급히 출장길에 올라 미국을 방문 중에 있다.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을 향한 정 회장은 국내외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함께 1주일간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구체적인 일정과 출장 이유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IRA법에 의해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미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만큼 미국 워싱턴D.C. 등에서 미국의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리한 경쟁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한 당시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미국 내 50억 달러(약 6조69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는 등 총 100억 달러(약 13조39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를 하면서도 IRA로 인해 테슬라나 제너럴모터스(GM)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는 정부 대표단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단은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기 위한 구상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올해 안으로 앞당긴다. 올해 공사를 시작하면 적어도 2024년 하반기에는 공장을 완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일본 토요타는 로비 활동을 통해서 IRA 보조금 제외조치에서 다 빠져나와 보조금 수혜를 받을 예정”이라며 “현대차가 정보 파악이 많이 늦었다. IRA 법안 얘기가 미국 의회에서 나온지가 2년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의선, ‘韓 전기차 보조금 제외’ 대응…“왜 이제서야”

일 토요타는 받는데...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 등 보조금 대상 제외
산업부·기재부·외교부 韓대표단, 미측에 우리 입장 전달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29 14:06 | 최종 수정 2022.08.29 14:21 의견 0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국내 전기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 대표단이 긴급히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협의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한 발 늦었다고 지적이 일고 있다. IRA 관련 법안 얘기가 나온지 2년이 넘었고, 일본 기업의 경우 이미 로비를 통해 미국 내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손웅기 기획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대표단이 이달 29~31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정부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재무부·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찾아 최근 개정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한국 기업들에 입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대표단은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기업들의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대표단은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에 예정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앞서 사전 협의 차원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IRA 관련 협의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안 본부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IRA 관련 한미 당국 간 협의를 고위급으로 격상해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에 서명한 자국산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전기차 보조금 관련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트위터)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산 위주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내용이 포함된 IRA법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거나 중국산 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 이 법안의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미국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이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들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배터리 기업도 비상이다. 내년부터는 IRA에 따라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광물 조달 비율이 친환경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하고, 배터리 원료인 리튬·코발트 등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적어도 40% 이상 조달해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부품도 절반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긴급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지난 25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비상 대책 회의에 나섰다. 당시 이 장관은 “미국이 IRA를 통해 첨단 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정치 요소와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최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긴급히 출장길에 올라 미국을 방문 중에 있다.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을 향한 정 회장은 국내외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함께 1주일간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구체적인 일정과 출장 이유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IRA법에 의해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미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만큼 미국 워싱턴D.C. 등에서 미국의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리한 경쟁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한 당시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미국 내 50억 달러(약 6조69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는 등 총 100억 달러(약 13조39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를 하면서도 IRA로 인해 테슬라나 제너럴모터스(GM)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는 정부 대표단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단은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기 위한 구상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올해 안으로 앞당긴다. 올해 공사를 시작하면 적어도 2024년 하반기에는 공장을 완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일본 토요타는 로비 활동을 통해서 IRA 보조금 제외조치에서 다 빠져나와 보조금 수혜를 받을 예정”이라며 “현대차가 정보 파악이 많이 늦었다. IRA 법안 얘기가 미국 의회에서 나온지가 2년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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