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사진=연합뉴스)
새해 부동산 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 정식 계약이 시작됐다. 그동안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 장기간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압박에 계약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으나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다만 금리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도 있어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 4768가구에 대한 정당계약이 전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이뤄진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계약금은 분양가의 20%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7231억원에 대한 대출 상환 만기가 오는 19일로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와 금융권 모두 올림픽파크포레온 계약률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매제한 8년과 실거주 의무 2년 규제 등이 적용돼 수요자의 부담이 컸다. 여기에 국민평형인 84㎡(1237가구)의 분양가가 최소 12억36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까지 더해졌다. 거래 절벽 현상 속에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이뤄진 특별공급 1091가구 모집 평균 경쟁률은 3.3대 1에 그치는 등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성적을 나타냈다. 일반분양 1순위 청약 당시에도 3695명 모집에 1만7378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7대 1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청약 당첨자들의 실계약을 놓고도 반신반의하는 시장 분위기에 흥행 먹구름이 꼈다는 예상도 나왔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시장 침체는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 되면서 건설사 줄도산과 금융시장에 미칠 후폭풍 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토교통부 새해 업무보고 후 환경부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 정당 계약이 출발선을 끊은 시점에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발표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전날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에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줄이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등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같은 규제 해제가 분양이 이뤄진 주택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최대 수혜단지로 떠올랐다.
중도금 대출도 최대 12억원까지 가능했으나 이를 풀기로 결정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의 최소 분양가가 12억360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으나 소급 적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주택 보유 기간과 중도금 대출이 둔촌주공 분양 흥행에 장애물로 꼽혔으나 이에 대한 규제가 모두 완화되면서 계약률은 당초 예상보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로 입지가 뛰어난 분양단지의 경우 청약 당첨 후 조기 시세차익이 가능해져 분양성적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는 그동안 중도금 대출 가능여부에 따라 분양률 희비가 컸던 바 이번 폐지로 인해 청약률과 계약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계약 성적이 전국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한 금리인상 기조와 DSR 등 시장 불안 요소가 잔존해 입지와 상품성에 따른 핵심 분양단지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 랩장은 "1주택 갈아타기 수요의 진입을 기대할 만 하지만 이로 인한 큰 폭의 미분양 감소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 내 공급과잉 우려가 낮거나 차액기대가 확실한 알짜 무순위 사업지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연착륙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2023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된 상황이고 은행권 DSR 규제에 따른 가계의 유동성 축소 분위기도 여전해 금일 발표된 정책 수혜가 소득과 자산 등에 한계가 있는 무주택 실수요층까지 전해지기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