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초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KT)
KT 차기 회장 선임이 또다시 원점부터 재검토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 선임 과정의 투명성의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KT 이사회가 후보 선정부터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구현모 대표를 단독 후보로 결정했지만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하자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업계에서는 구현모 대표 대신 다른 인사를 KT 회장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T는 민영화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 KT 이사회 “후보 선정부터 다시…사내이사 참여 없는 심사 거칠 것”
KT 이사회는 9일 오전 회의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재공모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한 선임 절차를 백지화했다. 후보 선정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방안이 논의된 것. 구 대표도 공모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주어진다.
이번 결정으로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군을 구성할 계획이다. KT는 “지원자격은 정관에 따라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서류 접수는 내일(10일)부터 20일 13시까지 우편 또는 방문 접수로 받는다. 지원자 제출 서류, 심사 방법 등 공개경쟁에 대한 세부 내용은 10일 오전 KT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의 업계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한다. 인선자문단은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후보 요건을 고려하고 후보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 후보자 검증과 압축 작업을 진행한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배구조위에서 선정한 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들을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위는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KT 대표이사에 맞는 인사에 대한 의견을 받아 심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심사위가 결정한 대표이사 후보자들 중 1명을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공정성을 위해 KT 사내이사진은 지배구조위, 심사위, 이사회 등 후보 심사 과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대표이사 후보 심사 절차와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면서 “다만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개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결과 공개 등 공정성을 강화해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주총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정권 압박에 재선임 절차 반복…정권 입맛 아닌 기업가치에 초점돼야 지적
이번 KT 대표이사 재선임은 정권 차원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여겨진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들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간 소유분산기업에 대해서 기업 대표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이사회를 꾸려 성과와 상관없이 연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KT 이사회는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경선을 역제안하며 다시 후보 심사를 제안했다. 이에 구 대표는 두 번째 심사에서도 단독 후보에 올라, 오는 3월 주총에서 최종 연임안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구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후 “대표이사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주총에서 연임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시사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소유분산기업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 의견이 아닌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