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복서’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구성진 가락의 판소리와 복싱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처럼, 유쾌함과 짠한 감정이 수시로 교차하며 ‘이상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9일 개봉하는 ‘판소리 복서’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Strength(강점)
신명나는 장구 가락에 맞춰 춤추듯 복싱 동작을 소화하는 병구(엄태구 분)의 원맨쇼로 포문을 여는 ‘판소리 복서’는 첫 시퀀스만으로 영화의 전체의 분위기를 단번에 전달한다. 자진모리, 중모리 등 전통 가락에 맞춰 몸을 기묘하게 꺾어가며 주먹을 내지르는 병구의 독특함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만들어낸다.
궁금증을 가득 안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캐릭터는 더욱 신선하다. 덥수룩한 머리에 어눌한 말투, 늘 쪼그라든 어깨는 병구의 소심하고 순박한 성격을 체감케 한다. 늘 구부정한 자세로 복싱 체육관 전단지를 돌리고, 잡일을 하는 병구를 지켜보는 것이 답답하지만, 귀엽고 순박한 매력이 느껴져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 병구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성경을 끼고 사는 박 관장(김희원 분)을 비롯해 체육관 신입생이자 병구를 짝사랑하는 당차지만 순박한 소녀 민지(이혜리 분) 역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톡톡 튀지만, 착하고 어리숙한 매력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병구와 박 관장이 느린 호흡으로 만담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장면들도 처음에는 웃어야 할지, 진지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하게 웃음 짓게 된다.
착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호흡에 몰입을 하다보면 판소리 복싱이라는 신박한 세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 Weakness(약점)
캐릭터들이 현실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만화에서나 존재할 법한 지나치게 착하고 순진한 캐릭터들에 공감하지 못하면, 몰입이 쉽지 않다.
또한 병구가 펀치 드렁크를 겪는 과정이 몽환적으로 표현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트라우마가 환영처럼 등장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여러 차례 포착돼 한 번 집중력을 놓치면 메시지를 놓칠 수 있다.
■ Opportunity(기회)
소재의 신선함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벌새’ ‘우리집’ 등 영화의 규모는 작아도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개성 넘치는 전개가 매력인 ‘판소리 복서’ 또한 초반 실 관람객들의 입소문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Threat(위협)
극장가를 장악 중인 ‘조커’의 활약은 ‘판소리 복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가장 보통의 연애’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이미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는 영화들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어 ‘판소리 복서’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