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3년의 재임 기간 중 막 시작을 알린 출발선이지만 향후 이들이 이끌어가 그룹의 앞날을 점쳐보기에 100일간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클 수 있다. 그룹 안팎을 누비며 각종 난제를 풀어내고 있는 진옥동, 임종룡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 그리고 과제는 뭘까.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은행)


■ '글로벌' 진옥동 vs '내부쇄신' 임종룡

조용병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신한금융은 새 수장으로 진옥동 회장을 맞이했다. '일본통'으로서의 경쟁력과 신한은행장까지 거치면서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아온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행보는 단연 해외 무대에서의 장악력이다.

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글로벌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4월 첫 기업설명회(IR)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데 이어 이달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특히 글로벌 수익 확대는 각 부문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경쟁에서도 단연 우월한 성과를 보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 규모는 5646억원으로 그룹 전체 손익 중 12.1%에 달한다. 지난 1분기에도 1583억원의 순익을 거둬 전년보다 23.9%의 성장을 거뒀다. 신한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이익 비중을 30%대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영업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민간 차원에서의 한일 관계 복원에 나서는 신한, 그리고 진옥동 만의 경쟁력을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동시에 ‘더 큰 신한, 일류 신한’을 청사진으로 제시한 진 회장은 ESG금융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진 회장은 국제금융공사와 유엔환경계획 등 ESG와 관련된 국제 기구와 협업에 나서는가 하면 고객들의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도 챙기고 나섰다.

신한과 달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내 고질적 과제로 꼽혀온 파벌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와 빠른 혁신, 경쟁력 등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그동안 한일과 상업은행 파벌간 보이지 않는 잡음이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혀왔던 만큼 임 회장의 취임이 이를 해소해줄 적임자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대표적으로 임 회장은 지난달까지 60여일간 진행한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 경영 승계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임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조직문화 혁신 작업을 진행하는 등 내부 개선에서 달라진 온도가 느껴진다는 게 안팎의 반응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 리딩뱅크 입지 강화와 비금융 인수는 과제

그럼에도 이들 회장이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진 회장의 경우 KB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리딩뱅크 탈환과 입지 강화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연속 1위를 독차지했지만 2017년 이후 균열이 생기면서 KB금융에 선두를 내줬다가 지난해 3년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다시 KB금융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KB금융이 신한을 앞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창’과 ‘방패’의 숨가쁜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 역시 진 회장의 몫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60.4%에서 최근 58%대까지 줄었다.

신한금융의 1분기 주주환원율은 29.6%로 KB금융의 33% 대비 낮다. 이에 진 회장은 지난 23일 자사주 5000주를 매수하는 등 직접 나서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였다. 시장에선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임종룡 회장의 경우 무엇보다 비금융부문 계열사 확대가 최우선 과제다. 현재 우리금융 내에서 은행의 수익 의존도는 80%대를 웃도는 상황. 이에 임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통해 지주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우리금융이 매물로 내놓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던 이력은 ‘승부사’로서 임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적정한 매물을 찾는 것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매물 대상으로 검토할 만한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가 많지 않은 데다 OK금융을 비롯해 SH수협은행, JB금융지주 등도 증권사 인수 의사를 표명하면서 경쟁 구조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임 회장은 최근 증권사 인수 추진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업계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임 회장의 M&A 행보에 관심이 높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