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 투자서밋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9.25(자료=연합뉴스)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4대 금융지주가 앞다퉈 호응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국내 4대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저희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이는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선구안을 만들기 위해선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을 개척하고, 산업분석에 대한 능력도 개척해야 한다"며 관련 분야에 매진하겠다고 대통령에 약속했다.
이로부터 열흘 정도 지난 뒤 신한은행은 선구안 제고를 위한 전담 조직 신설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인력이 아닌 별도 전문인력 채용까지 나섰다. 산업리서치, 심사지원 두 분야로 뽑힌 전문가들은 앞으로 15대 프로젝트 영역별 연구·조사,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 및 심사지원,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29일 진행된 KB금융지주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KB금융그룹 양종희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자료=KB금융)
신한금융이 은행 중심의 전략을 수립했다면, KB금융은 전사적 지원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5일 "생산적 금융 추진을 총괄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30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협의회에는 KB증권 김성현 대표, KB자산운용 김영성 대표, KB인베스트먼트 윤법렬 대표 등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 자산운용은 물론 전략·재무·리스크 ·인사·연구소·리서치센터 등 각 부문 경영진이 폭넓게 참여한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자산운용 등에는 관련 전담조직도 신설된다. 은행의 경우 첨단전략산업 심사 및 생산적 금융 지원 조직을, 증권은 리서치 부문, 자산운용은 특화 운용조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장 올해 말부터 계열사 부동산금융 관련 영업조직은 축소하고 기업·인프라금융 조직은 확대할 예정이다.
양종희 회장은 29일 창립 17주년 기념사에서 "KB의 금융이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되기 위해 전통적 영업방식을 뛰어넘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의 추진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 안정성, AI 기반 경영시스템 대전환, 자산 건전성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자료=우리금융)
우리금융은 발표는 늦었지만 지원 금액이 구체적인 게 눈에 띈다. 우리금융그룹은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 행사를 열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에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150조원(정부 75조원+민간 75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에서 처음으로 10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민간 조성 펀드액(75조원)의 13.3%나 된다.
10조원 외에 모험자본 등 자체 투자 7조원, 첨단전략산업 융자 56조원 등 6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고, 포용금융 서민금융대출 확대에도 7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특히 포용금융 지원금액은 기존 대비 2배 가량 증액된 규모다.
이날 브리핑에 직접 나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평생 금융을 했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국민, 사회, 기업, 산업 등과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금융은 존립기반을 잃는다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