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9.26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자료=금융노조)
은행원들이 주축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노조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측의 향후 대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실질임금 인상 및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노조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은행원 등 조합원 약 10만 명 가운데 8만 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수년간의 물가상승률에 상응하지 않는 낮은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일 실시된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94.98%를 기록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원만한 타결을 위해 인상률을 3.9%로 수정 제안했음에도 사측은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 수준인 2.4%를 고수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은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데 노동자에게 돌아온 몫은 초라하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에서 주 4.5일제 도입도 사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과거 주5일제 도입 당시 때처럼 금융권이 주4.5일제 확산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김 위원장은 “주5일제는 2002년 금융 노사가 합의했고, 2011년에야 전 사업장으로 확산됐다. 합의 후 사회 전반으로 퍼지기까지 9년이 걸렸다”며 “주4.5일제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전 사업장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원은 고객 앞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웃어야 하는 전형적인 감정노동자들이어서 금융노동자 중 우울 증상을 겪는 비율이 80%나 된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과거와 달리 정부와 여당은 금융노조의 파업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철도 기관사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정년 연장과 주4.5일제는 이미 국민 앞에 약속한 과제”라며 “대통령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주무 장관으로서 이 약속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노조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다만, 도입 방식과 관련해서는 “도입 가능한 사업장부터 노사 자율로 조속히 시행하면 된다”고 말해 정부가 주4.5일제 도입을 적극 독려하되, 결정은 노사 협상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노조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과로 사회를 극복하고 일·가정의 양립이 이뤄지는 실노동 시간 단축은 시대적 과제”라며 “금융산업의 자율적인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대화와 타협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주 4.5일제 지원 시범사업 실시, 노사 자율 확산 촉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위해 대화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주4.5일제 도입에 따른 국민 불편과 관련, 월∼목요일 은행 운영시간 조정(오전9시∼오후4시 → 오전9시반∼오후4시반)을 대안으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