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 (자료=각 사, 그래픽=정지수)
대형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액이 급감했다. 공사비 분쟁에 따른 사업 피로도가 높아지고 자잿값 상승 등으로 수익성도 악화된 탓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이날 기준 약 8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18억원) 대비 59.3% 가량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도시정비 수주액이 증가한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2조3144억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하면서 해당 기간 수주 1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1조1463억원으로 전년 동기(8172억원) 대비 40.3%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대 건설사는 모두 5000억원 이상의 수주를 기록했으나 올해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은 수주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각각 4687억원, 1728억원의 신규 수주를 더하는데 그쳤다. 조 단위 수주를 올렸던 현대건설(6조9544억원→1조5803억원)과 DL이앤씨(1조2543억원→6423억원), GS건설(3조2107억원→1조1156억원)도 수주량이 급감했다.
대형건설사의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자잿값 상승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1년 4월 128.65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145.85로 급격하게 오른 뒤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월별로는 지난 1월 150.84를 기록한 데 이어 ▲2월 150.99 ▲3월 151.22 ▲4월 150.26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각 건설사의 원가율에서도 자잿값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1분기 매출원가율은 93.7%며 GS건설(90.1%)과 DL이앤씨(89.5%), 대우건설(89%) 등 대부분 90%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자잿값 상승으로 도시정비사업 조합과 공사비 분쟁도 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부산시민공원재개발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987만2000원으로 제시했으나 조합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서울 주요 정비구역에서도 등촌1구역과 신반포18차, 공덕1구역 등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요청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조합과의 공사비 문제를 놓고 다투게 된다면 공기 지연 등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만큼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어 수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사비 증액과 검증에 대한 내용이 공사 도급 계약서에 명확히 포함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공사비 변경 기준이 계약서에 불분명하게 명시되거나 포함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고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잿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공사비 원가만 챙기는 수준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또 지난 몇 년 동안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많이 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무리한 수주를 할 필요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