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이 가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리가 일을 열심히 하면 현장에서 누가 좋아할까요?"
부실시공 논란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감리 책임론을 놓고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고 수익을 내야하는 시공사나 발주처 입장에서 감리의 역할이 달갑지 않다. 특히나 자기가 돈을 주고 고용한 관계라는 점에서 사사건건 태클을 건다면 더욱 고까울 수밖에 없다.
감리의 피로감은 더하다. 먹고 사는 문제를 초월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밥줄이 결국 발주처나 시공사에 종속된 구조에 더해 인력 부족으로 지쳐가고 있다.
부실시공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갑을 관계에 기인하는 감리 제도의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나아지는 점은 별반 없다. 현장 관리 역할을 수행해야 할 감리업체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그저 입만 아픈 지경이 됐다.
감리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오류로 인한 부실시공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 이른바 1군 건설사에 속한다는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사고 공통점은 시공사는 물론 감리까지도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던 사안이라는 거다.
사고 부실시공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붕괴사고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들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다만 책임과 재발방지는 다른 영역이다. 특정 시공사는 물론 감리에 대한 주홍글씨를 찍고 책임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만으로는 그때 뿐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감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발주처와 시공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주처가 감리를 선정하고 비용을 내는데 감리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감리비 결제 구조를 지자체가 지정한 금융기관에 감리비를 공탁하고 감리자가 공사단계별로 받는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니면 아예 지자체가 감리 선정과 계약까지 직접 맡는 공공감리제도 좋겠다.
제도적인 개선 외에도 감리 품질 제고와 인재풀을 넓히기 위한 전문적인 인재 육성 지원도 필요할 것 같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 공사 현장 166곳 가운데 24곳만이 감리 인력 기준을 충족했다. 부족한 인재 영향이다. 이에 더해 감리 업계 평균 연령대는 50대 초중반으로 심각하게 고령화됐다. 건설업계 자체가 늙어가고 있다지만 감리업계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다들 초보 감리보다는 베테랑을 원하는 만큼 진입장벽도 높다.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는 하소연이 더욱 와닿는 현장이다. 공공기관 발주처라도 나서서 신입 감리원과 베테랑 감리원의 업무 동반 수행을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