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5만개.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업태가 국내에서 대중화된 것은 지난 1992년이었습니다. 당시 MBC 미니시리즈 '질투'에서 두 주인공이 만남의 장소로 등장하던 데서 시작된 것이죠. 국내 편의점이 시초가 된 것은 1982년 롯데쇼핑이 '롯데세븐'을 개점한 것이 최초였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해도 편의점에 대한 인식이 낮아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문을 닫았고 10여년 뒤 세븐일레븐이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죠.
그러나 드라마 '질투'는 편의점 산업 일대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시청률 40% 육박이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편의점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장소로 여겨지게 되고 대중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30년. 이제 국내 편의점은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시작점에 서서,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K-편의점' 1000개점…한국 위상 높이기 '한창'
최근 이마트24는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에 진출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현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마스터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로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1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인데요.
이후 5년내 100개 매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전하더군요. 특히 이번 이마트24의 캄보디아 개점 소식은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 각각 38개점과 3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양대산맥인 CU(BGF리테일)와 GS25(GS리테일)은 일찌감치 해외시장 진출을 진행해왔습니다. 첫 도전은 CU였는데요. CU는 지난 2018년 몽골에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몽골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앞서 2012년 '훼미리마트' 간판을 'CU'로 바꿔단 배경으로 지목됐던 해외진출 의지를 6년만에 이룬 기쁜 소식이었죠. 이후 2021년에는 몽골시장에도 진출을 성공, 각각의 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점포를 확대해 올해 8월 기준 해외 470여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GS25의 경우 201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3년 뒤 몽골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GS25는 첫 진출지인 베트남에서 5년만에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 베트남 지역에서 운영점포 수 1위 업체로 올라설만큼 안착한 상태입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는 쉽지 않은 영업이익률 흑자 전환을 2026년 목표할 만큼 성공적인 영토확장을 지속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K-편의점'으로 글로벌시장 접수 'S.T.R.T'
국내 토종 편의점들이 'K-편의점'으로 글로벌 시장을 접수하는 것이 남다는 데는 10년 전까지만해도 이 같은 성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대 초반까지만해도 한국을 벗어나 마주할 수 있었던 편의점 브랜드는 '훼미리마트(미국)', '미니스톱(미국)', '세븐일레븐(미국)' 등이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국내 편의점들은 대부분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로열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국내 토종 편의점브랜드는 GS25가 유일했죠. 1990년 보광훼미리마트로 시작된 CU는 2012년 일본웨미리마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고 독자브랜드 CU를 론칭함으로써 국내 토종 편의점으로 거듭납니다.
이마트24는 2014년 '위드미'란 이름으로 가장 늦게 편의점업을 시작했지만, 업력이 10년도 안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와 싱가포르 등 경쟁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1989년 미국 싸우스랜드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 상륙(올림픽점)한 세븐일레븐은 아직까지 세븐일레븐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중이죠. 이는 세븐일레븐이 CU와 GS25에 이은 업계 3위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진출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 3년간 로열티 사용으로 170억원 수준을, 올해 상반기에도 90억원을 지불했더군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한 듯 세븐일레븐은 국내시장에서 부지런히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010년 바이더웨이에 이어 지난해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한국 미니스톱을 인수할만큼 국내 시장에서 편의점 시장을 평정하고 있죠. 동시에 챗GPT 등 신기술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에 힘쓰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편의점 30년. 국내 편의점이 포화상태라는 말은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매년 5~6% 성장률을 보이면서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드라마 '질투'를 통해 국내 시장에 센세이션하게 보급된 우리 편의점은 이제 'K-편의점'이 되어 아시아 시장 점령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에는 'K-편의점'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까지 진출해 글로벌 시장을 평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힘차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