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티커 LMT)와 군용 드론으로 유명한 에어로바이런트(티커 AVAV)의 주가는 올해 엇갈렸다. 지난 6일 미국 증시에서 록히드마틴 주가는 4.77% 하락하며 연초 이후 신저가를 기록했다. 반면 에어로바이런트는 장중 한때 30.48% 급등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20.74% 상승하면서 52주 신고가.
F-35 라이트닝 II (사진=록히드마틴)
록히드마틴 주가가 전날 하락한 것은 공급망 지연에 따른 F-35 연간 납품 예측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공급업체인 L3 해리스 테크놀로지(티커 LHX)의 F-35 업그레이드 버전 개발이 지연돼 록히드마틴은 F-35의 연간 납품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Technology Refresh 3(TR-3)로 명명된 F-35 업그레이드 버전은 당초 올 4월에 인도될 예정이었이만 연말로 변경됐다. 이번에 그조차 아무리 일러도 내년 4월이 지나야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뉴스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록히드마틴 주가는 전날 4.77% 하락했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지난 4월 18일 장중 501.35달러를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작년말 주가 대비 11.12%나 떨어졌다. 올해 S&P500은 2.69% 하락에 그쳤다.
올해 록히드마틴 주가 부진 원인은 현재 수요는 고사하고 경상적 생산도 못하는 미국 방위산업 기업들의 생산능력 병목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F-35도 올해 기존 기술을 적용한 97대의 F-35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이조차도 원래 예상한 100~120대를 하회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분리의 여파다. 필자는 2022년 11월 18일 미래에셋증권에서 '미국 방위산업 23년말까지 공급차질에도 호황'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당시 언급한 공급차질 여부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지어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내년에도 해소를 장담하기 힘들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9월 2일 기사 'U.S. Arms Makers Look Overseas to Boost Stockpiles'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미국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기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 해외 생산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미군 무기는 수요는 넘치는데 미국 내 생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이 쉽지 않고 복잡한 공급망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생산 병목이 더 심각하다. 이번 F-35가 대표적이다.
에어로바이런트의 Puma 3 AE (자료=에어로바이런트)
반면 에어로바이런트는 견조한 미군 무기 수요로 생산 병목만 잘 극복하면 지금 호황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 회사의 전날 주가 급등은 그 전날 장마감 이후 발표한 깜짝 호실적 때문이다. 1분기 매출과 주당 손익은 1억 5230만 달러와 0.84달러 흑자였다. 이는 월가 예상(매출 1억 3100만 달러, 주당 손익 0.34달러 적자)을 크게 상회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0%나 증가했고 마진율도 크게 개선되었다. 분기말 수주잔고도 5억 3970만 달러로 직전 분기말 잔고(4억 2410만 달러)보다도 크게 늘었다.
에어로바이런트는 군사용 무인 시스템에 강점을 가진 회사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자폭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를 생산한다. 이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인 정찰 드론, 헬기, 무인 육상 로봇 그리고 이들을 제어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된다.
이들 제품은 F-35에 비해 공급망과 생산 병목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용성이 확인되며 주문이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이번 실적 호조가)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는 지능형 무인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반영한다”며 “이번 분기 출하량은 광범위한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 의해 주도되었고 특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해외 납품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무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통해 우수성이 확인되면서, 많은 나라들에서 주문이 증가했다. 특히 전통적 무기 시스템을 넘어선 첨단 무기에 대한 수요가 크다.
록히드마틴과 에어로바이런트의 엇갈린 상황은 방위산업 투자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거 방위 산업에 투자할 때에는 회사 규모나 정부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또한 초고속 전투기와 항공모함처럼 비싸고 강력한 무기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에 주목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기업들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에어로바이런트처럼 신기술을 적용해 가볍고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전쟁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관련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즈의 지난 9월 3일 기사 'Face with evolving Threats, U.S. Navy Struggles to Change'에 따르면, 해군이 항공모함과 잠수함 같은 전통적 무기들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중국과 대결을 고려한 새로운 전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그보다는 소형 무인 함정과 드론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들 무기들은 전통적인 방위산업 기업들보다는 더 작고 기업가 정신이 강한 스타트업 기업들에서 생산된다. 이런 변화는 미군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 방위산업 기업들은 공급업체 전반을 포괄한 공급망 관리와 생산 역량 확보가 더욱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과 원자재 강국인 러시아를 배재하는 기조가 커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활용 등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생산방식을 적극 채택하는 한편 기존 공급망에 편입되지 않거나 경쟁 이슈로 억제한 우방 국가들의 무기 생산을 독려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위 산업 생산 역량을 갖춘 미국 우방국인 한국 기업들이 미군 무기쳬계 공급망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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