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티커 ARM)과 두산로보틱스가 미국과 한국 IPO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인공지능과 협동로봇이라는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해도 밸류에이션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Arm 홈페이지)
Arm은 공모가 밴드(47~51달러)의 상당인 51달러로 결정됐다. 시가총액은 522.87억달러(20조 312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로부터 25% 지분을 인수할 때 가치인 640억달러보다는 낮지만 작년 엔비디아 매각시 가치인 400억달러보다 높다. 상장 첫날 56.10달러로 시작해 장중 한때 69.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60.75달러로 마감하면서 성공적인 IPO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둘째날부터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의견이 연이어 나오고 주가는 3일 연속 하락했다. 사실 Arm은 공모 이전부터 희망 공모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번스타인은 지난 7월 Arm의 IPO 가치를 400억달러로 추정했고, 상장 이후에도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며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번스타인은 인공지능 수혜까지 시간이 걸리고 RISC-V 경쟁 위협과 매출의 25%가 발생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정책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레드번 아틀랜틱도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23년 실적 성장세가 저조하고, 회사 경영진이 제시한 로열티 수입 가이던스는 역사적 추이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여 달성 전망을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 50달러와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Arm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올 3월 마감한 사업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PER(시가총액/당기순이익) 99.78배, PSR(시가총액/매출) 19.52배다. 레피니티브 자료에 기반한 내년 3월 마감하는 사업연도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 봐도 PER 52.82배, PSR 18.04배다. 절대 수치로 비싼 편이다.
Arm이 강력한 반도체 설계 솔루션과 IP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중립적 사업자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낮은 로열티만 받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Arm 중국법인은 지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 본사의 통제에 벗어나 연구개발까지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 법인이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고 실적 기여도가 높다.
반면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이번 IPO에서 Arm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최근 연이은 투자손실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Arm을 통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작년에 중립적 사업자 위치를 고수해야 된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매각이 무산돼 Arm 매각을 통한 자금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Arm 공모물량을 10%로 최소화하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수의 사업자들에게 지분 인수를 제안하는 등 IPO 흥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Arm 공모가가 인위적으로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진=두산로보틱스 홈페이지)
두산로보틱스는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공모가 희망 밴드(2만1000~2만6000원)의 상단인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6853억원이다.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72대 1를 기록하고 전체 참여건수 중 의무보유 확약비중이 51.6%에 달했다.
Statzon의 2021년 글로벌 협동로봇 자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에서는 1위 사업자이고 글로벌 점유율은 5% 남짓으로 5~6위를 차지한다. 최근 삼성, LG, 한화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연이어 협동로봇 시장의 진출을 선언하는 등 협동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공모가 기준 밸류에이션은 Arm처럼 비싸다는 거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매출액 449억원, 영업손실 132억원, 당기순손실 125억원을 기록했다. 이익 기준으로는 적자라 PER 계산이 어렵고, 매출 기준 PSR도 37.49배에 달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료들을 보면 2023년과 2024년 실적 전망은 비슷하다. 이는 회사 주장을 상당부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 실적 전망은 매출 670억원, 영업손실 79억원, 당기순손실 74억원으로 2022년 대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기반으로 PER은 계산되지 않고 PSR은 36.06배다. 2024년 실적 전망은 매출 1172억원, 영업이익 37억원, 당기순이익 55억원으로, PER 306.42배이고 PSR 14.38배다.
참고로 주관 증권사 IB는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 577.58억원에 비교 기업들의 PER인 38.31배를 곱한 뒤 23.8%를 할인해 공모가 상단인 2만6000원을 결정했다. 밸류에이션은 둘째치고 2023년에 매출 670억원에 적자 기업이 불과 3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577억원이나 나올 수 있다는 가정이 합리적인지 의심이 든다.
협동로봇이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대규모 설비투자도 필요없이 높은 영업레버리지가 발생하는 사업이 아니다. 실적이 갑자기 몇배씩 개선되기도 쉽지 않다. 또한 협동로봇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하나 아직 시장이 확실히 개화된 것도 아니다. 당장 3년 뒤 실적을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더욱이 협동로봇 시장은 하드웨어 그 자체보다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영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테슬라봇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협동로봇 분야의 최강자로 꼽히는 유니버셜로봇을 보유한 테라다인(티커 TER)을 통해서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협동로봇 사업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테라다인의 100% 자회사다. 테라다인의 협동로봇 사업은 2022년 사업연도 매출의 12.78%이다. 테라다인은 반도체 테스트 장비 같은 테스트 장비와 협동로봇 사업을 영위한다. 2022년 세전이익 기준 테스트 장비는 10.02억달러 흑자고 협동로봇은 1.62억달러 적자다. 경쟁사인 어드밴테스트의 20일 현재 시가총액 대 22년 세전이익 비율이 17.84배다. 이 비율을 테라다인 테스트 장비 부문에 적용한 가치는 178.86억달러다. 테라다인 20일 현재 시가총액 150.61억원로 앞서 계산한 테스트 장비 부문 가치보다 낮다. 물론 향후 두 사업을 분할시 합산 가치가 커질 수 있으나 적어도 지금 테라다인에서 협동로봇 사업 가치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 공모주에 참여한 기관들은 상당히 자신하고 있다. 이는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싸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공모시장이 상장 첫날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주식 가치 거품을 견제하는 공매도가 상장 직후 주식에서는 더 어려워 상장 직후 주가의 과대평가가 용이하다. 더욱이 공모주 담당 인력은 현재 과도한 공모 자금으로 인해 공모 당시 흥행할 수 있는 주식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이익이 참여해 손해볼 이익보다 훨씬 크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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