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판교 넥슨코리아 앞에서 열린 여성·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사진=백민재 기자)
최근 게임 홍보 영상 속 ‘집게 손가락’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인 넥슨의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9일 오후 민주노총 산하 넥슨 노동조합 배수찬 지회장은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우리 회사의 콘텐츠 검수가 이슈화되며 조합원으로부터, 외부 단체의 부당한 비난에 대해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받았고, 동시에 검수 과정 속에서 동료들로부터 질타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듣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던 와중 11월 28일 넥슨 지회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총연맹의 공동주최(주관은 여성민우회)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를 상대로 사상검증을 했다며 비판한 일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지회와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발표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참석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넥슨이 게임에서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 손가락’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페미니즘 혐오몰이’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해 배수찬 지회장은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하청 문제가 생길 때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총연맹이 와서 규탄 시위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건 그냥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며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냥 좀 항의만 하는 시늉이 아니라, 최대한 외부로 확산 될 수 있도록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 며칠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수찬 지회장은 “이와 별개로,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는 넥슨 지회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게임업계 노동자로서의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가급적 많은 조합원을 설득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며 “모두를 납득시키기는 불가능할 수 있지만, 그래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의도를 떠나 유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지회장은 “과거 공중파 방송에서도 고인 모독으로 의심되는 이미지가 노출되었을 때,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과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겪었다”며 “콘텐츠 제공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작업자 개인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때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과 다른 회사 노동자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그렇게 생각될 때도 있다”며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간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우리 조합원의 이익과 다른 무엇을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순간 이 일을 할 수 없게 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많은 조직에서 검수 과정 중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실질적인 개선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욕 많이 먹을 듯 하다”면서 “나중에 더 배우고, 함께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게 우리 집행부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배 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 날카로움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필요하다면 건전한 비판과 토론도 계속 하는 한편,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어 줄 수도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