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고강도 쇄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실적 부진 또한 예고되면서 경영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이어간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각각 1조7962억원, 1511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0.2%, 73.0% 급감한 수준이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실적 부진 예상 배경에는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경쟁 심화가 꼽힌다. 그동안 회사 실적을 견인한 '리니지' 시리즈는 경쟁사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 파이를 더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지난해 '포스트 리니지'를 선언하면서 PC MMORPG 신작 'TL'을 선보였으나 흥행세는 저조하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5종의 PC 게임의 특별한 업데이트 없이 매출의 자연 감소와 함께 TL의 흥행 부진에 따른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면서 "TL의 국내 성과가 부진함에 따라 글로벌 흥행 기대감 역시 많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경영체제에 변화를 주고 임원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변화경영위원회 출범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면서 경영진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 개편에 나선다고 사내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을 내려놓는다.
사업 정리도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에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법인을 정리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해당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인 '트릭스터M'과 '프로야구H2' 등도 서비스를 종료한다. 신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AI 간편투자 증권사 '금융Biz비즈센터'도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경영체제에서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 전략 수행 및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포스트 리니지'에도 속도를 낸다. '포스트 리니지' 선봉이었던 'TL'은 오늘 개발진의 라이브 방송을 예고하면서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TL'의 연내 글로벌 출시 마무리와 함께 대전액션게임 '배틀크러시'와 수집형 RPG '프로젝트BSS'를 선보이는데 주력한다.
자체 개발한 거대 AI 언어모델 'VARCO LLM(Large Language Model)'을 통한 신사업 확대에도 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스마트카 플랫폼 전문기업 '오비고'와 차량용 AI 개인 맞춤형 기술 서비스 개발사업 협력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최근 새로운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회사의 변화가 기대된다"며 "비용 절감 효과도 조금씩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